몇년간 스마트폰 시장은 고스펙 경연장이라 불릴 만했다. 최근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차별화에 나섰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주변장치로서의 브랜드 로열티(Royalty)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신기술이 탑재된 제품 발표주기가 짧아지고 기존에 판매된 제품들의 상향평준화 된 성능이 시장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제품을 기다리는 열성구매자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스마트폰 구매주기는 초창기와 달리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제조사들의 뼈를 깎는 R&D분야의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것도 별반 다르지 않네?’,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도 충분한데 뭐’라는 인식들도 늘어났다.
레노버가 지난해 공개한 팔찌 형태로 휘는 스마트폰
▶전자책·테블릿으로 자유자재 변환
팔찌·지갑 형태의 스마트폰도 가능해져
‘스마트폰 시장의 제2의 혁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는 AI 디바이스, 자동차·홈 케어 등의 리모트 컨트롤, 안경·목걸이·시계·팔찌 등 웨어러블 기기로의 변화 등 다양한 방향의 예측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가장 가까운 혁신이자 패러다임 시프트로 꼽히는 것은 바로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평소에는 반지갑처럼 접어서 휴대성을 극대화하고 사용 시에는 테블릿이나 노트북 크기의 대화면을 통해 화면 크기의 제약을 받았던 여러 가지 컴퓨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대화면 폴더폰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장기적으로 일부 화면이 밖으로 노출되어 펼치지 않은 채로 스마트폰으로 사용하고 펼치면 대화면으로 확장할 수 있고, 폴더블과 플렉서블(Flexible) 기술이 가미돼 팔찌나 지갑형태의 스마트폰 제품도 고안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레노버는 구부려서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인 ‘폴리오’를 공개했다. 폴더블폰에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시켜 웨어러블의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인 완성도나 내구성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단순히 하드웨어적 새로움을 넘어서 다양한 디자인 변주와 창의적인 제품이 탄생할 하나의 기술로써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새로 나올 폴더블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술과 디자인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는 탓에 정확한 예측이 힘들지만 그동안 출원한 제조사들의 특허들로 대략 예상은 해볼 수 있다.
먼저 폴더블폰은 과거 폴더폰처럼 접히는 안쪽 면에 디스플레이가 위치하는 ‘인폴딩’ 방식과 밖으로 접혀지는 ‘아웃폴딩’, 양쪽으로 접혀지는 ‘인앤아웃폴딩’ 방식으로 구분된다. 기술적 난이도는 인폴딩, 아웃폴딩, 인앤아웃폴딩 순서로 높고, 현재 삼성·LG 등 주요 기업들은 아웃폴딩 및 인앤아웃폴딩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접히는 방식은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사용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내구성 측면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려면 수천 번을 접었다 펴도 기능 및 성능에는 이상이 없도록 하는 복원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키아의 경우 지난해 선보인 시제품에 10만 번까지 접을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열화가 발생해 금이 생길 수도 있어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 과제로 남아 있다. 먼저 기술면에서 가장 앞선 삼성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미국에 등록한 특허로, 전통적인 직사각형 모양에서 반으로 접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제품은 인폴더블(in-foldable) 형태로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구조다.
접이식 디스플레이면서 엣지가 적용돼 접힌 상태에서 날씨, 문자, 알림 등 간단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예전 갤럭시 노트4 엣지에서 처음 선보였던 엣지 스크린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폴더블폰에 엣지기능이 탑재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에 등록된 특허는 기존과 같은 인폴더블 형태에 제품 가운데 힌지(경첩)를 넣어 예전 폴더폰처럼 열리고 닫히는 구조다.
아래쪽에 충전 및 PC 연결을 위한 단자와 홈버튼 등이 있으며 옆면에 음량조절 및 전원 버튼이 위치한다. 차이점은 화면이 안으로 향하는 인폴더블 기기에서, 화면이 밖으로 향하는 아웃폴더블(out-folda ble)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웃폴더블은 인폴더블 구조에서 사용자가 전화기를 사용하기 위해 매번 열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다.
최근의 특허는 2014년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영상 콘셉트와 비슷하며, 최근 알려진 갤럭시X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애플 역시 지난해 11월 디스플레이가 반으로 접히는 스마트폰 특허를 획득했다.
USPTO 특허 문서에 따르면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은 세라믹 재질과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사용해 화면을 반으로 접거나 회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두 개의 스마트폰을 나란히 이어붙인 듯한 폴더블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를 USPTO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를 바깥 방향으로 접으면 양면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된다. 펴면 두 디스플레이가 이어져 태블릿처럼 활용 가능하다. 기기를 접으면 화면과 화면 사이에는 음악 재생 조절 기능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측면 버튼 역할의 바가 뜬다. 텐트처럼 세워서 TV를 보거나 책상 위에 거치할 수 있다. 카메라와 지문인식센서, 파워 버튼 등은 보조 역할을 하는 한쪽 디스플레이 옆에 위치한다.
뒤늦게 폴더블폰 개발에 가세한 MS의 경우 LG전자가 제시한 것과 유사한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기획 중이다.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이 되는 기기다.
이 기기 또한 A자로 세워 간단히 거치할 수 있다.MS에서 홍하이그룹 자회사 FIH모바일에 인수된 노키아도 폴더블 스마트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업체는 접으면 손거울의 형태로 변신하는 폴더블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를 USPTO에 출원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중인 플레서블 OLED 디스플레이 시연 모습.
▶엣지 기술 선도·잇따른 특허
프론티어 삼성에 쏠린 시선
전 세계 시장의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은 가운데 시선은 삼성전자로 쏠려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기술 개발에 10년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면을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폴더블 OLED기술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역시 다름 아닌 삼성디스플레이(SDC)다.
2013년 ‘윰(YOUM)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데 이어, ‘갤럭시 라운드’, ‘갤럭시 S6엣지’ 등을 통해 플렉서블과 폴더블 시장을 선점한 덕에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가 계열사 SDC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폴더블 디바이스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갤럭시노트 엣지를 출시한 이후 3년 만에 엣지(edge) OLED가 2017년 하이엔드 스마트 폰 시장에서 메인 디스플레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부터 애플,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상위 10개 스마트 폰 업체 대부분이 엣지(Edge)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트7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는 올해 명예회복을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폼팩터와 기술 리더십 구축을 위해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상용화에 나설 명분이 높아진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가 올해 세계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상용화할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몇 년간 준비한 ‘프로젝트 밸리’라는 코드명의 프로젝트를 이르면 올해 3분기에 ‘갤럭시X’라는 브랜드로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특허 전문 매체인 페이턴틀리 모바일은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폴더블 폰 디자인 이미지를 소개했다.
당장 예측되는 데뷔무대는 MWC다. 2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시제품과 폴더블 패널을 공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반 대중이 아닌 패널 공급사 등 고객사에 한정해 공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17 CES와 MWC를 염두에 두고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시제품과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일반 대중에 공개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준비를 해왔으나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일반인이 아닌 고객사에만 시제품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