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M, ABT, 브라부스, 칼슨….”
일반인들에게 있어 튜닝카는 그야말로 ‘양카(불법적인 튜닝으로 미관을 해치는 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머플러를 개조해 굉음을 내며 도로를 이리저리 질주하는 양카는 그야말로 아스팔트의 무법자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튜닝산업은 오해를 받아왔다.
그러나 튜닝산업은 자동차산업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자동차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과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한 하이테크 산업이다. 특히 차량의 파워트레인을 개조하는 튠업의 경우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해를 받아오던 튜닝산업이 최근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8월 ‘자동차 튜닝산업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튜닝 허용 범위 확대와 부품인증제 도입, 튜닝 시장 확대를 위한 방안 등이 담겼다. 이어 지난 9월 11일 산업통산자원부는 (사)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설립을 허가했다.
튜닝산업,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나
정부가 튜닝산업에 이처럼 적극적인 이유는 자동차 튜닝산업의 글로벌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30조원대로 가장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튜닝시장 규모는 연간 5000억원에 불과하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이지만, 튜닝산업에 대해서만큼은 후진국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튜닝산업이 이처럼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정부가 법령으로 튜닝을 규제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자동차 튜닝부품이 국산제품인데 비해, 국내에서는 자동차의 전구 하나도 맘대로 못 바꾸는 법령이 튜닝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캠핑 인구 증가에 따른 레저생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튜닝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튜닝산업이 차세대 먹거리에 부합하는 새로운 산업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달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럭셔리 튜닝 브랜드의 공습
정부의 튜닝산업 육성 방안에 가장 먼저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수입차 업체들과 해외 럭셔리 튜닝 브랜드들이다. 앞서 밝힌 브랜드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 중 몇몇 브랜드들은 이미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튜닝 브랜드인 AMG와 BMW 고성능 모델인 M시리즈가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R-라인과 아우디의 RS라인 등도 고성능 튠업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12일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고성능 튜닝 브랜드로 잘 알려진 ABT가 국내에 직접 진출했다. 여기에 독일의 럭셔리 튜닝브랜드인 브라부스 역시 10월 중 오픈을 준비 하고 있어서 자동차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럭셔리 튜닝 브랜드들이 국내에 직접 매장을 선보이면서 수입차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튜닝 브랜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에 마땅한 튜닝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라 국내 애프터마켓 시장이 자칫 해외 업체들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모터스포츠 등 주변 산업 활성화가 관건
글로벌 튜닝 브랜드에 대적할 만한 국내 브랜드는 정말 없는 것일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튜닝 브랜드들이 출시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업체들처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들이 밝힌 국내 튜닝 브랜드는 바로 현대기아차그룹의 커스터마이징 브랜드인 현대모비스의 ‘튜익스’다. 튜익스는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량에 부착되는 액세서리를 생산·판매하는 브랜드로 아직까지 파워트레인 튠업 모델을 출시한 바 없다. 드레스업을 위한 파츠만을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점 때문에 “모터스포츠를 비롯한 자동차 주변 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터스포츠와 캠핑 등 자동차 관련 산업이 레저열풍에 힘입어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규모가 더욱 커져야 이와 관련한 애프터마켓이 성장하면서 튜닝산업 역시 강점을 지닐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글로벌 럭셔리 튜닝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애프터마켓의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튜닝산업이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모터쇼나 전시장에서만 볼 수 있던 수백마력짜리 슈퍼카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