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직후 베이비붐을 맞았던 미국에선 지금 그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또 쌍둥이 적자와 고유가를 타개할 목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발굴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제사회 변화는 직업 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 사이트인 24/7 월스트리트는 지난 2002년 이후 10년 사이에 벌어진 각 직업별 근로자수 변화를 미국노동통계국(BLS) 발표 고용수치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석유나 가스 등을 채굴하는 현장의 장비용역회사 엔지니어 수가 미국의 전 산업 근로자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붐이 일면서 엄청난 고용을 창출한 것이다.
고령화와 국제화의 진전도 직업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엄청난 인구유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체에서 지난 10년 동안 비농업 부문 노동자 수는 불과 5% 증가했다.
글로벌 위기 등의 영향으로 고통스러울 정도의 침체가 이어졌고 그에 따라 다수의 직종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더디게 늘었다. 그러나 몇몇 직종에선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
최근 10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일자리가 증가한 직업 10가지를 소개한다.
석유 가스 등 용역회사 현장요원10년간 증가율 365%평균연봉 4만1970달러(중간값, 이하 동일)
중동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안정적 에너지 확보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비전통 에너지 개발 붐이 일어 이 부문 일자리가 갑자기 늘었다. 그 여파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하던 서비스직 여성들이 노스다코타 같은 오지로 이주하는 풍조까지 생겼다.
지난 2002년 1만2000여명에 불과했던 이 부문 근로자 수는 2012년 5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용역회사 현장요원들은 유정이나 가스정을 관리하며 장비를 다룬다. 근무지는 텍사스나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와 노스다코타 등이다.
석유채굴 엔지니어10년간 증가율 227%평균연봉 13만280달러
석유 엔지니어는 지난해 평균 13만달러가 넘는 연봉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집단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고 시추 계획을 세운다.
또 어떤 방법으로 석유나 천연 가스를 뽑아 올리는 게 효율적인지를 결정한다. 석유 엔지니어가 되려면 대학을 나와 라이선스 시험을 통과하고 4년 이상의 경력도 쌓아야 한다. 고유가는 더 많은 석유를 탐사하고 채굴할 유인을 제공하는 만큼 석유 엔지니어 직업 전망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음악감독 또는 작곡가10년간 증가율 178% 평균연봉 4만7350달러
최근 미국 내에서 음악감독이나 작곡가 숫자가 크게 늘었다. 미국인들은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컸고 광고나 영화용 오리지널 음악 작곡이나 편곡 수요가 급증한 것도 이들 직업에 대한 수요를 팽창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음악감독이나 작곡가는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재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학사 학위 소지는 기본. 음악감독이나 작곡가의 10%는 연봉이 2만1450달러를 밑돈다. 반면 상위 10%는 8만6110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다.
통역·번역가10년 증가율 171% 평균연봉 4만5430달러
영어를 쓰는 미국이지만 무역거래가 늘고 글로벌화가 진전되자 통·번역가 수요가 크게 늘었다. 2002년엔 2만 명도 안됐던 통·번역가가 최근엔 5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난 점도 미국에서 통·번역 수요를 늘리게 했다. 지난해 상위 10%는 9만1800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았다. 반면 하위 10%의 수입은 2만3570달러를 밑돌았다.
마사지 테라피스트10년 증가율 162% 평균연봉 3만5970달러
스파와 마사지 클리닉이 늘어나는 것에 따라 자연히 마사지 테라피스트가 늘었다. 미국 노동부는 특히 노년 인구가 늘어나면서 마사지 테라피스트 수요가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마사지 테라피스트의 대부분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사실 연봉 숫자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마사지 테라피스트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7.29 달러였다.
인적자원 전문가10년 증가율 134% 평균연봉 5만5800달러
인적자원 전문가는 국내 인사 담당자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한다. 주된 업무는 직원을 뽑고 채용하고 전보시키는 등의 일을 한다. 지난 10년간 인적자원 전문가들의 숫자는 22만 명 이상이 늘었다. 이처럼 인적자원 전문가가 급증한 것은 미국 내에서 채용 등 인사 관련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코치 & 스카우트 10년 성장률 130% 평균연봉 2만8360달러
지난 10년 동안 10만명에서 2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주로 고교나 대학 등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노령화 진전으로 골프나 테니스를 새로 배우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가르칠 코치 수요가 급증했고 앞으로도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학교에선 특히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가 늘어나면서 관련 코치나 스카우트 수요가 늘었는데 이 부분 수요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금융컨설팅 전문가(PF)10년 증가율 128% 평균연봉 6만7520달러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의 자산관리를 도와줄 금융 컨설턴트가 크게 늘었다. 특히 민간연금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퇴를 했거나 앞둔 이들의 금융자산 관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도 전문가를 찾게 만들었다. 줄어드는 수입을 보전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상위 25%에 드는 PF의 연봉은 11만145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 간병도우미10년 증가율 118% 평균연봉 1만9910달러
베이비부머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직종이다. 지난 10년간 간병도우미 숫자는 배 정도로 늘어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고도의 감정노동인데 비해 아직 보수는 높지 않은 편이다. 가정을 방문하는 간병인들은 상위 10%에 들어도 연봉이 2만7580달러 정도다. 3만4750달러인 전체 직업의 평균 연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피부관리 전문가10년 증가율 104%평균연봉 2만8640달러
피부관리 살롱이나 스파에서 일하는 피부관리 전문가 숫자는 지난 10년간 배로 늘었다. 이들은 피부 청결이나 제모 등의 일을 하는데 대부분 자영업자다. 대부분 직업학교에서 화장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이 일을 하게 된다. 미국의 각 주는 이들에게 일정한 면허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 이들은 새로운 피부관리 기법이나 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