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도산사거리 초입에 자리한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의 국적도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중국어로, 다른 이는 일본어로, 방금 들어온 이는 영어로 주문하는 자세가 낯설지만 뿌듯한 풍경이다.
이 모든 상황을 가능케 한 이는 2010년 브랜드를 론칭한 강훈 대표다. ‘MANGOSIX’란 간판으로 매장을 운영한 지 3년 여. 첫 매장을 열었을 때 천연 망고를 내세운 콘셉트가 이채롭다는 반응이었다면, 이젠 당당하게 도심의 핫한 공간으로 자리했다. 브랜드의 빠른 성장속도도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 지난해 말 30개였던 점포수가 9월 초 100개로 불어났고 연내 150개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약 30억원이던 매출액은 올해 약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만에 무려 17배로 늘어난 수치다. 과연 이 노란 망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혀 다른 콘셉트의 망고식스 베벌리힐스점
“처음 론칭할 땐 스타벅스, 핑크베리, 잠바주스, 스무디킹을 조합해 전혀 다른, 차별화된 콘셉트의 디저트카페를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지난주에 미국 베벌리힐스에 매장을 오픈했는데 감회가 새롭더군요. 이제야 론칭 당시에 말했던 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기업으로 첫걸음을 뗀 것 같습니다.”
매장 2층에서 만난 강 대표는 “미국 LA의 베벌리힐스에서 3개월간 장기 출장을 마치고 며칠 전 한국에 돌아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볕에 그을렸는지 살짝 붉어진 피부가 상기돼 있었다. 지난 8월 27일 개점한 망고식스 베벌리힐스 직영점은 강 대표의 말처럼 글로벌 브랜드 도약의 시발점이다. 6개월의 준비기간 중 강 대표가 직접 3개월 동안 진두지휘하며 모든 전략을 현지화했다.
우선 친환경 유기농 카페를 콘셉트로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 인테리어, 로고, 메뉴를 과감히 변경했다. 브라운 계열의 국내 로고와 달리 올리브 그린 컬러를 적용했고 실내 인테리어는 나무나 친환경 관련 소재를, 여기에 과일과 채소가 들어간 메뉴를 진열했다.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을 획득한 식재료를 사용하며 인증 마크도 따로 부착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집하는 여타 글로벌 브랜드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게 맞을 것 같네요.(웃음) 망고주스가 메인이고 커피, 아이스크림, 베이커리까지 기본 메뉴 구성은 같습니다. 고급화보다는 건강을 추구하는 오가닉, 유기농 콘셉트를 더했어요. 현재 망고식스는 중국에도 매장이 3개나 있습니다. 이곳은 미국과 전혀 다르죠. 중국의 경우 커피나 카페 문화가 우리와 10년 정도 차이를 보이는데, 미국은 10년쯤 앞서있더군요. 그들의 수준에 맞춰야 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준비했던 대부분의 기획을 베벌리힐스 현지에서 수정해야만 했다.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콘셉트와 메뉴 구성을 새롭게 했고 철저히 현지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현지 직원과 직원의 친구, 친지들만 테이스팅에 참여했다.
“저희는 국내에서 메뉴를 개발할 때도 남자 직원들은 맛을 보지 않아요. 카페의 고객층이 대부분 여성이잖아요. 당연히 여직원들만 테이스팅에 참여하죠.(웃음) 저요? 절대 참여하지 않습니다. 대표가 맛을 보면 대표의 입맛에 맞추게 되는데, 그건 중대한 오류 아닙니까.”
사실 망고식스의 도전에 우려의 시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업계 일각에선 코리아타운이란 안정적인 공간이 있는데 왜 굳이 인지도가 전무한 지역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단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코리아타운에 자리 잡은 국내 커피 브랜드 중에는 7개나 매장을 낸 곳도 있었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건 한국에서 매장을 내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현지인들은 전혀 모르는 브랜드죠. 미국에서 한국 교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열이면 열, 코리아타운에선 절대 오픈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브랜드 자체가 중저가로 인식된다는 게 이유였어요. 미국을 공략하려면 가장 핫한 공간을 파고드는 게 당연한 수순이죠. 매장 오픈한 지 일주일쯤 됐는데 반응이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10년은 봐야겠죠. 차근차근 밟아갈 생각입니다.”
커피시장 포화? 인스턴트 커피 애용자가 80%
강훈 대표의 글로벌 브랜드 기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에 자리했던 사업이었다. 그의 이력만 봐도 이러한 구상이 느껴진다.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강 대표는 당시 스타벅스의 국내 론칭팀에 합류해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에서 3개월 간 연수교육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론칭 시기도 무기한 연기됐다. 강 대표는 그때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강남역 지하 46㎡ 매장에 ‘할리스커피’를 창업했다. 현재 전국에 수백개의 매장을 낸 할리스커피의 시작이었다. 2004년 운영권을 매각하고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지만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커피업계를 떠난 지 5년여 만에 돌아온 곳은 당시 매장이 2개에 불과했던 카페베네. 김선권 카페베네 회장과 의기투합한 강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당시 아이템을 카페 프랜차이즈에 접목해 스타마케팅을 시작했다. 반응은 무서울 만큼 빨랐다. 업계 최초 500호점 오픈, 최단기간 연매출 1000억원 돌파, 카페베네 신화의 시작이었다.
론칭 초기부터 국내보다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망고식스는 국내 매장 300개, 해외 매장 3000개가 목표다. 그래서일까. 강 대표는 지난해 “2013년 말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제가 있는 곳이 본사 아닙니까.(웃음) 국내에선 내년이면 300개 매장이 예상됩니다. 그럼 국내 시장은 안정권에 들어설 것 같아요. 그럼 당연히 글로벌화해야죠. 이미 미국에는 법인설립이 됐고, 미국 동남북권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자체를 준 업체도 있어요. 미국은 프랜차이즈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법인을 설립하고도 1년이 지나야 사업이 가능하거든요. 지금은 우선 애틀랜타와 뉴욕에 매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전략에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의 변수는 없을까. 커피전문점 시장의 포화 문제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시원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서른 살에 할리스커피를 시작할 때도 같은 소리를 들었어요. 10년 전에도 똑같은 말이 들렸습니다. 카페베네에 있을 때도 들리더군요.(웃음) 사실 커피전문점 시장에 100여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난립했던 게 사실이죠. 그러던 게 10여개의 대형 브랜드로 정리가 됐습니다. 커피전문점 포화라던 때에 시장에 뛰어든 카페베네는 오히려 파이를 키우며 선전했어요. 거슬러 올라가 제가 처음 커피시장을 접한 스타벅스 론칭 때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5%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5~20%까지 성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포화라고 해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아직 80%나 된다는 거잖아요. 앞으로 80%의 신규 고객이 있습니다. 과연 포화일까요?”
강훈 대표의 A급 인재론
“현재 망고식스는 본사만 놓고 보면 60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업 초기이다 보니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느껴지는 게 젊은이들이 약하다는 것이죠. 조금만 힘들어도 금방 그만두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는 특히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지원해야 하는데, 그래서 채용에 나설 때 꾸준한 마인드를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회사와 함께 갈 수 있어야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잖아요. 회사에 대한 마음, 단순히 이익만을 좇는지도 유심히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