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수)부터 8일(일)까지 5일간 개최된 국내 최고, 최대 아트페어 Kiaf SEOUL 2024(이하 키아프)는 대한민국 미술 시장의 위상을 글로벌 무대에서 한층 강화하고, 서울의 아트 허브 도약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올해 키아프를 찾은 국내외 미술 관계자 및 관람객들은 다양한 글로벌 갤러리의 참여, 엄격한 심사를 통해 국내 참여 갤러리의 출품작 퀄리티를 향상한 점 그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관람 동선, 특별전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전시 구성 등을 인상 깊었다고 언급하며 “세계적 수준의 아트페어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고 호평했다.
이렇듯 키아프는 한국 미술계가 하나되는 구심점 역할을 비롯해, 새로운 얼굴 발굴, 미술 시장 활성화, 예술 경계 확장 등 국내 최고 최대 아트페어로의 역할을 해냈다. 또한 매년 향상하는 전시 퀄리티와 글로벌 갤러리의 참여, 해외 관람객 증가 등 글로벌 페어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국내 아트페어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인 새 얼굴 조명을 위한 노력에도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키아프는 동시대 미술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아티스트 발견을 이끄는 플랫폼 Kiaf HIGHLIGHTS(이하 키아프 하이라이트)에 선정된 세미파이널 10인에게 다양한 프로모션 기회를 제공했다. 키아프가 주목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개막날 빠르게 판매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 미술시장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을 만났다.
황달성 회장은 1세대 화랑인으로 통한다. 1992년부터 금산갤러리를 운영해오고 있다. 고려대 지질학과 졸업 후 교사로 일하다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한국화랑협회 국제이사 및 홍보이사로 활동했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한국화랑협회장을 맡아 국내 미술계 발전에 힘쓰고 있다.
Q 먼저 23회째를 맞은 ‘키아프 서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키아프는 2002년 한국 최초의 국제아트페어로 시작했어요. 당시 일본의 아트페어에 참석해 보니, 지진대비 장치나 공간 문제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을 발견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공항과 컨벤션 센터가 좋아서, 충분히 국제 아트페어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계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화랑협회 주도로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베이징이나 상하이, 홍콩, 타이베이 등 아트페어가 성장하면서 우리 행사가 밀리고 있더라고요. 답보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프리즈와의 동시 행사를 결정했고, 전 세계의 주목도가 커졌습니다. 자연 마켓도 성장했지요. 감개가 무량합니다.
실제 키아프는 Art of the World Gallery(휴스턴), DIE GALERIE(프랑크푸르트), Sundaram Tagore Gallery(뉴욕), PERES PROJECTS(베를린), Carl Kostyal(런던) 갤러리 외에도 Albarran Bourdais(마드리드), PIERMARQ*(시드니), Lechbinska Gallery(취리히), SNOW Contemporary(도쿄)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갤러리들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갤러리(서울), 갤러리 현대(서울), 가나아트(서울), 학고재(서울), PKM 갤러리(서울), 조현화랑(부산), 아라리오 갤러리(서울)를 비롯해 서정아트(서울), 드로잉룸(서울), 초이앤초이 갤러리(서울) 등 젊고 혁신적인 갤러리들도 참여해 대작부터 실험적이고, 새로운 작품까지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모두 볼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완성했다. 특히 국내 갤러리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전시 구성 및 작품 퀄리티를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키아프는 2024년의 핵심 주제인 ‘확장’을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반영했다. 넓어진 공간과 관람 동선을 비롯한 공간의 확장 외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예술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담은 특별전 ‘Kiaf onSITE: 보이지 않는 전환점’을 기획해 VR, 미디어아트, 설치 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한곳에 모았다.
Q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프리즈와 공동으로 ‘키아프리즈’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A 이번 행사는 두 플랫폼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아트 페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확장’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전시의 외연을 넓히는 데 집중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미술 장르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대미술 장르를 선보이며 참관객과 컬렉터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컬렉터들의 참여와 작품 판매가 크게 증가한 점에서 이번 행사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함께 협력해 준 프리즈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본 파트너십이 앞으로도 미술 시장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리즈 서울의 확장세에 대해 황 회장은 “키아프는 프리즈와 선의의 경쟁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한 지붕 두 가족의 키아프와 프리즈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 황 회장은 “현재로선 계획된 5년 내에 결별은 없다”면서 “다만 독자적으로도 자신 있다. 키아프가 열리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고 참여 갤러리와 컬렉터들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고 자신했다.
Q 키아프가 아시아의 프리미어 아트 플랫폼으로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예술과 사회를 의미 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트페어 시장을 둘러싸고 도시 간 경쟁도 치열합니다.
A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미술시장 역시 어렵습니다. 다른 아시아 아트페어(싱가폴 ART SG, 타이베이 당다이, 일본 도쿄 겐다이 등)를 살펴볼 때, 올해 규모를 확장한 아트페어는 키아프가 유일할 겁니다. 국내 갤러리들의 빠른 적응력, 넓은 문화 향유 계층, 국가의 정책적 지원 등이 지금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는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키아프의 성장세에 매년 7월에 열리던 일본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가 내년엔 9월에 개최한다고 합니다. 키아프도 해외로 진출, 내년에 시카고 엑스포와 함께 아트페어를 펼칠 예정입니다.
Q 올해 남은 계획은 무엇인지요.
A 키아프는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2025년 4월, 시카고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진출은 키아프의 첫 북미 시장 공략이자, 향후 다양한 글로벌 도시에서 키아프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시카고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 도시에서 존재감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외 미술 기관 및 주요 컬렉터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인 국제적 협력과 프로그램 강화를 통해 한국 미술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계획입니다.
Q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을 좋다고 판단하시는지요.
A 먼저 다수의 전문가들이 좋다고 판단을 내려야겠죠. 평론가들이 처음 판정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들이 작가론이나 학문적인 평가를 내려야 하죠. 여기에 미술 컬렉터들이 작품을 보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미술 작품은 내가 좋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투자가치가 있다고 해서, 필요에 의해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위험할 수도 있죠. 미술을 지나치게 투자 가치와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전문가들이 권하는 작품 중에서 내 마음이 움직이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김병수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0호 (2024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