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에 이은 공모주 초대어 빅히트는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결정된 후 2거래일 동안 주가가 크게 빠졌다. 상장일인 14일 주가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인 35만1000원까지 올랐다가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그 다음날 종가는 20만5000원이었다. 빅히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9월 초중반 동반상승했던 3대 기획사인 엔터 3사(에스엠, JYP, 와이지)도 주가가 하향 조정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실질 밸류에이션이 수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당초 3대 기획사의 합산 시총(3조원 내외)보다 3배가 넘는 BTS 시총(‘따상’ 주가 유지할 경우)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상장 전부터 증권사의 빅히트 목표주가는 36만원을 제시한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만원대였기 때문에 상장 후 주가 하락이 전혀 예상 밖은 아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1만2000원, IBK 투자장권이 24만원, 한화투자증권이 26만원, 현대차증권은 26만4000원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빅히트의 목표가 계산 시 기존 상장 3사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에 30~40% 할증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따상의 가격을 유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아직 가격이 목표주가와 큰 차이가 없는 빅히트뿐만 아니라 다른 엔터 3사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가격 갭을 감안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빅히트 청약이 시작되면서 개인들도 엔터주 3인방의 공격 매수에 나섰다. 5일부터 8일까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개인은 이 기간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290억원 순매수했다. 2위에는 JYP엔터테인먼트(267억원)가 자리했다. 3위에도 엔터주인 에스엠(176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표 엔터 3사가 코스닥 순매수 상위권을 모두 휩쓴 것이다. 빅히트 청약으로 수익을 얻기엔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들이 대안으로 엔터주 3인방에 몰린 것이다. 빅히트 상장 후 가격 상승 때는 엔터주 3사 주가도 리레이팅(재평가)될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빅히트 상장으로 한국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팬덤이 부각됐다”면서 “글로벌 팬덤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를 보유한 다른 엔터사들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기대감이 올라오면서 개인이 관심을 보인 듯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가온차트 기준 K팝 상반기 앨범 판매량은 1685만 장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46%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르면 에스엠의 NCT,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 앨범판매량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배 증가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ITZY(있지) 역시 2배 이상 음반 판매량이 늘어났다. 이는 글로벌 앨범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블랙핑크
▶K-POP 스타들 놀이터 된 빌보드
빅히트뿐만 아니라 블랙핑크 등 다른 K- POP 스타들도 빌보드 등 글로벌 차트를 점령하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빌보드 메인싱글차트인 아티스트 100은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차트다. 앨범과 싱글 판매량, 라디오 방송과 스트리밍 횟수,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종합해 집계한다. 방탄소년단은 9월 29일 발표된 아티스트100에서 1위를 차지하며 10번째 정상을 밟았다.
10월 14일 빌보드 아티스트 100위는 블랙핑크였다. 정규 1집 <THE ALBUM> 발매에 힘입어 아티스트 100위에 오른 것이다. 2014년 이 차트가 발표된 이래 전 세계 어떤 걸그룹도 아티스트 1위에 오른 전례가 없다.
K-POP의 위상이 달라졌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처럼 빌보드를 휩쓰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의 기업공개(IPO)로 한국 기획사들의 잠재력과 기업가치가 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팬덤 경제 확산을 위해 팬커뮤니티 플랫폼이 화두로 떠오르며 새로운 수익원이자 플랫폼으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와 네이버의 ‘팬십’ 등이 있다.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10월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 <세상을 밝혀라>는 블랙핑크의 데뷔 이후 활동을 조명한 다큐로 K-POP 기획사의 역량을 간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의 디지털 플랫폼 발달이 K-POP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국적과 언어를 가리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으로 과거 아시아권에 머물렀던 한류가 미국, 유럽까지 확장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콘서트 매출 타격, 음반이 대세
특히 2020년 K-POP의 음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가 늘어난 4180만 장으로 최고치를 대폭 뛰어넘는 고성장이 기대된다. 공연 부재 상황에서도 여전히 K-POP 스타들에게 소비할 자금을 대기 중인 팬십들은 콘서트 티켓 비용을 음반 구매 비용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팬덤 내 소비강도 증가뿐만 아니라 팬덤 자체에 기인한 효과도 있다.
늘어나는 판매량은 K-POP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소니, 유니버셜, 워너 등 글로벌 3사의 매출은 2017년부터 매년 7~15%씩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23% 하락했다. 글로벌 2위 시장인 일본도 지난 4년간 4~7% 하락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28% 하락했다.
그러나 K-POP은 가온차트 기준 상반기 판매량은 1685만 장(46% 증가)이며 BTS를 제외하면 77% 성장했다. 데뷔 4~6년차로 성장률이 하락해야 할 세븐틴, 블랙핑크 등은 오히려 전년 대비 3~4배 늘었다. 올해 데뷔한 트레저는 데뷔 싱글만 21만 장이다. ITZY와 에이티즈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해 각각 21만 장, 35만 장을 판매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 2018년 3대 기획사들의 유튜브 성장 스토리로 현재 음반의 해외 비중이 60%를 상회하고 있으며 글로벌 대중성을 확보한 이후 팬덤 매출인 음반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음반 판매 증가에 따른 콘서트 매출 증가는 향후 실적 추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라 엔터주들은 비싸 보이지만 비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의 음반 판매량의 급증은 코로나19로 투어에 소비될 돈이 일시적으로 몰렸기 때문에 정상화 국면에서는 음반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실적 감소를 예상하곤 한다. 그러나 올해 데뷔한 신인 그룹들의 판매량을 볼 때나 다른 국가에 비해 차별화된 K-POP의 음반 판매량을 고려한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위버스라는 플랫폼이 주가 띄우는 빅히트
K-POP 최대의 스타인 BTS를 배출한 빅히트의 주가 할증에 근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증권가에서 제시한 빅히트의 밸류에이션이 다른 엔터 3사에 비해 크게 높은 이유는 ‘위버스’라는 플랫폼 매출 등이다. 2019년 6월 설립된 위버스와 위버스샵은 빅히트 아티스트들에 대한 앨범과 DVD 구매, 온오프 공연 예매, MD 상품 구매, 유료 팬클럽 가입, 자체 콘텐츠 상영까지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등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플랫폼 확보로 아티스트와 관련된 거의 모든 활동(앨범, 공연, MD, 팬클럽, 콘텐츠)이 위버스 안으로 들어옴에 따라 수직계열화로 인한 마진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빅히트의 강점이자 약점은 BTS 의존도다. 2019년 TXT 데뷔와 2020년 세븐틴 편입으로 70%까지 낮아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BTS는 빅히트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BTS로 인해서 온라인 콘서트 흥행 효과와 플랫폼 내재화로 인한 고마진이 가능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료 온라인 공연에서의 높은 티켓 가격 설정, MD 매출 집중도 측면에서 BTS는 나 홀로 시장을 견인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빅히트의 2020년 실적은 매출은 전년 대비 46% 오른 858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4% 오른 1544억원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이익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BTS
▶엑소 활동 기대되는 에스엠
에스엠은 현재 엔터 3사 중 밸류에이션이 가장 낮은 수준에 있고 엑소와 NCT 등 세 팀의 1군 보이그룹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엔터 3사 중에선 가장 모멘텀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연내 데뷔 예정인 히든카드 걸그룹 역시 주가에 기대감을 더한다. 올해 이미 210만 장 앨범을 판매한 NCT는 10월 신규 앨범까지 더해지며 올해 총 336만 장의 판매량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엑소와 NCT를 양대 축으로 하고 TVXQ, 슈퍼주니어, 샤이니가 보강하는 구조로 재편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음반 판매량의 역기저 효과나 공연부재, 광고부문 비수기 때문에 3분기 매출은 부진하지만 4분기는 엑소와 NCT의 합작으로 앨범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은 공연매출이 70% 급감하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음반은 전년 대비 56% 성장한 8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실적과 다르게 아티스트 인지도는 크게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진정으로 업황이 회복될 경우 이익의 V자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가장 먼저 선보였고 차세대 영상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내년 주당순이익(EPS)에 최근 5년간 PER 평균인 33배를 적용하면 목표주가는 4만3000원 수준이다.
▶블랙핑크가 끌고 트레저가 미는 와이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로 높아진 인지도와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에 대한 좋은 반응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아티스트인 블랙핑크는 높아진 글로벌 인지도와 대중성을 입증하며 유튜브 조회수와 글로벌 차트에서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인 <The Album>이 발매되면서 글로벌 차트들을 휩쓸고 있다. 신인 보이그룹인 트레저는 8월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9월 두 번째 싱글 앨범을 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레저는 해외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 아시아 지역에서 반응이 좋아 확실한 차세대 아티스트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신인 걸그룹 데뷔와 빅뱅 활동 재개 가능성이 있어 아티스트 라인업의 추가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2014~2018년 평균 PER인 34배를 적용하면 목표주가는 5만7000원 수준으로 10월 중순 4만원 중반의 주가에 비하면 높다.
NCT
▶음반 판매량이 아쉬운 JYP
JYP는 올해 음반 판매량 성장률에선 빅히트까지 포함한 주요 기획사 중 가장 저조해 주요 아티스트의 활동재개와 라인업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2월 니쥬의 정식 데뷔 싱글을 포함해도 성장률은 20%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트와이스의 활동량이 줄어들고 보이그룹 GOT7의 활동도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트와이스와 GOT7의 올해 성과를 감안하면 내년 회복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JYP 성장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니쥬의 일본 탑티어 안착, 보이그룹 라인업 보강, 트와이스 활동량 감소를 상쇄할 만한 ITZY의 활동 여부 등이 필요하다”며 “니쥬가 6월 말 내놓은 프리 데뷔 디지털 앨범이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정식 데뷔 이후엔 빠른 시장 안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존 그룹보다는 신인 스트레이키즈의 진일보가 돋보인다. 올해 일본에서 데뷔했고 국내에서 2장의 앨범을 발매해 연초 이래 86만 장을 판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사들이 올해 음반 판매량이 50~140%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실적 면에선 아쉽다. JYP의 올해 실적은 매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145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410억원대가 예상된다. 4년간의 이익 증가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