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부정적 경제 국면 돌파와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으로 투자 효과도 유발하고 미래 세대의 환경을 위해선 환경 보호는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과제이다. 이러한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정책 공조는 큰 틀에서 태양광 시장 확대, 전기차 및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인프라 마련으로 나타난다.
유럽연합의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한국 그린뉴딜 정책에서 온실 가스 배출 감소 목적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드라이브엔 신종 전염병과 극심한 기후변화 등으로 ESG에 속하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이를 개선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창출,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깔려 있다.
▶그린뉴딜에 따라 배터리, 대체에너지 주가 점프
특히 8월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이 발표됐고 그중에 그린뉴딜에 가장 많은 73조원의 자금이 배정되면서 친환경주들은 주가가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그린뉴딜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생태계 구축이란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10대 주요 과제도 함께 발표됐는데, 단일 항목으로 가장 금액상 규모가 큰 부분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친환경 테마와 관련해 개별 종목의 단기 과열 부담은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내년부터 적용되는 파리 기후협약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주요 정부들이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민주당 바이든 후보는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 부문에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는 등 글로벌 주요국 정부들의 정책 지향점이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뉴딜은 친환경, 저탄소 등 그린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기반을 저탄소, 친환경으로 전환한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에너지절약과 환경개선, 신재생 에너지 확산 등이 기반이 되는 ‘그린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가 구축된다. 그린뉴딜에 따라 태양광, 풍력발전은 발전량을 2020년 12.7GW에서 2025년 42.7GW로 확대하고, 수소기술의 경우 정부와 민간주도로 2025년까지 26개의 원천기술 확보가 추진된다. 한국 기업 중에서 친환경 정책의 수혜주는 친환경 모빌리티 관련 2차전지, 수소경제(두산퓨어셀), 대체에너지(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를 찾을 수 있다.
2차전지 관련주로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배터리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34.5%로 경쟁국인 중국(32.9%), 일본(26.4%)보다 앞선다.
▶수소 경제 시장 수혜 받을 현대차 그룹
수소는 발전, 수송, 산업,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기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신차 출시에다가 수소 상용차 글로벌 출시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주가가 껑충 뛰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향후 3~4년 안에 수명은 2배 이상 늘어나고 원가는 절반으로 감소한 연료전지스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2023년 출시가 예정된 2세대 넥쏘에는 이 개선된 스택이 장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수소에너지 시장 선점에 대한 기대는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1500대의 수소트럭을 H2 에너지에 공급할 계획이며 미국의 대형 상용차 전문업체 커민스와 수소상용차 시장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대수는 올해 1만2000대에서 내년엔 2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내년을 기점으로 친환경, 자율주행 솔루션 부품사로의 전환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현대모비스의 사업영역은 단순 모듈 부문에 치중되어 있었고 내연기관차 핵심부품 사업은 경쟁 심화로 성과가 부진했다”며 “현대모비스는 전동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 영역에 투자를 집중해 왔으며 2021년 E-GMP 전기차를 출시해 전동화·자율주행 업체로 변화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두산퓨어셀은 발전용 연료전지라는 단일 사업부를 운용 중이며 작년 시장점유율 70%를 기록하고 있어 연료전지 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친환경·분산형 전원에 대한 필요성 증대에 따라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발주량은 2019년 184MW에서 300MW로 늘어날 전망이라 두산퓨어셀의 장기적 성장이 전망된다. 2040년까지 15GW의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를 계획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00배까지 올라왔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목표 상향 및 수소 충전소 등 신사업 진출 본격화 시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H강동 수소충전소
▶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는 대체에너지 시장 성장 기대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기존에는 업스트림(Upstream)인 태양광 모듈 판매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인 태양광과 ESS 연계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난 3년간 태양광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인 수자인 수요 거점별 생산설비 확장과 생산효율성 증대에 집중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토털에너지 솔루션 제공을 앞두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글로벌 1위 풍력발전 타워 제조업체로 창사 이래 전 세계 8900여 개 타워를 공급했다. 주요 고객사는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지멘스, GE, 베스타스 등이다. 특히 최근에 풍력 발전에 대한 글로벌 관심 확대와 풍력 발전 대형화로 수주 단가, 수주 물량의 구조적인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대단위 풍력 단지 건설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이병화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풍력 발전 밸류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정부 인허가 여부 및 경기 둔화에 따른 업황 반등, 교환사채에 따른 오버행 이슈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린산업 빅뱅 기대에 패시브 자금 몰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ESG 투자가 기관투자자들의 대세가 되면서 친환경 테마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그린산업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바이든은 기후 변화 관련 산업의 육성을 통해 4년간 2조달러 투자, 2035년 전력부문의 탄소배출 제로 달성, 2030년부터 상업용 건물의 탄소 배출 제로 등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의 공약이 이행되면 풍력, 태양광, 전기차, 수소차 등 대부분의 그린 산업은 단기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린산업에 대한 기대는 패시브 자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이나 잠재적 탄소배출량을 기반으로 한 저탄소인덱스(Low Carbon Index)가 가장 대표적이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에 기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구성된 글로벌환경인덱스(Global Envi ronment Index), 저탄소 전환에 따른 리스크와 기회를 평가해 비중을 조정한 기후변화인덱스(Climate Change Index)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금이 유입되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신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iShares Global Clean Energy(ICLN)’ ‘Invesco Solar (TAN)’ ‘Invesco WilderHill Clean Energy(PBW)’ ‘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Green Energy (QCLN)’ 등의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거래되는 ETF 중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는 ETF는 128개다. 이들 ETF가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 수는 약 660만 주로 전체 상장주식 수의 3.6% 수준이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는 이들 ETF로 신규자금이 유입되면서 패시브 자금이 주가를 올린 효과도 있는 것이다. 반에크벡터저탄소ETF(SMOG)는 전체 보유자산에서 테슬라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10.29%이며 나스닥그린에너지(First Trust NASDA Q Clean Edge Green Energy Index Fund)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10.22%다.
한화솔루션 직원이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태양광 모듈 품질 테스트를 하고 있다.
▶투자 리스크 커진 테슬라, 니콜라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친환경 관련 기업 중 대표적인 기업은 테슬라와 수소전기 트럭업체 니콜라다. 가파르게 올라왔던 이 두 종목은 최근 하락폭이 커지면서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8월에도 국내 해외직구족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이었는데 액면 분할, 흑자 기록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S&P500지수 편입에 실패하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9월 들어 7거래일 만에 주가가 25% 하락했다.
테슬라의 급락에도 선방하던 니콜라는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한 보고서 때문에 주가가 11% 급락하기도 했다.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가 트리거가 됐다. 힌덴버그리서치는 이날 “니콜라는 수십 가지 거짓말에 기반한 복잡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장문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이와 관련해 전화 통화 녹음,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광범위한 증거를 수집해놨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계기가 되었지만 차 한 대도 생산하지 않는 신생 상장사가 상장 직후 포드의 시총을 뛰어넘을 정도로 고평가된 주가가 급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좀 더 주가 변동성이 적은 친환경 관련 미국 주식을 생각한다면 모빌리티 외 에너지 기업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에너지 기업들도 바이오연료, 수소셀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로는 여전히 석유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연료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 있다.
북미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로는 넥스트에라에너지(Next Era Energy; 티커명 NEE)도 있다. 발전량 기준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부문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플로리다 지역의 자회사는 전통적인 발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또 다른 자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리소스는 세계 최대 규모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은 넥스트에라에너지가 전력망 안정화 서비스를 위해 에너지 저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륙 풍력 및 태양광 설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ESS 도입 확대는 발전 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넥스트에라에너지는 지난 5년 동안 주가가 165% 올랐는데 이는 S&P500 상승폭의 두 배다. 주가가 우상향하는 종목이면서도 연 2%(8월 말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도 매력적이다. 넥스트에라에너지는 24년간 연속 배당성장한 기업으로 지난 10년간 배당금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했다. 지난 1, 2분기 연속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친환경에 방점 찍힌 ESG 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어
분산 투자를 하고 싶다면 펀드 투자도 방법이다. 특히 최근 ESG 관련 펀드들이 대거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환경 쪽에 방점이 찍힌 펀드들이다. NH-Amundi 100년 기업 그린 코리아 펀드는 기업의 사회책임 및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이를 위해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NH-Amundi자산운용만의 차별화된 ESG 자체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였다. 이미 약 2조원의 운용 규모로 국내 사회책임 운용을 선도하는 NH-Amundi자산운용의 전문성과 경험에 유럽의 ESG투자를 대표하는 Amundi의 평가 방법론을 더했다.
우리자산운용은 기존의 ‘우리하이플러스단기우량채펀드’에 ESG 운용 전략을 추가하면서 펀드명을 ‘우리하이플러스단기우량ESG채권펀드’로 변경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9월 초 그린·디지털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 주식형 펀드인 ‘삼성 뉴딜코리아펀드’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