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글로벌 주식시장을 순식간에 패닉 장세로 만들었다. 급락하는 증시에서는 채권 외엔 답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3월 12일 기준으로 한 달간 5000억원이 공모 국내 채권형 펀드에 유입됐다. 그러나 이미 금리가 추가 하락할 폭이 크지 않아 채권값 상승 여지도 크지 않다. 오히려 주식이 잠시 주춤한 사이 ‘저가 세일’을 겨냥하는 게 코로나19의 영향이 진정된 이후를 감안하면 나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바꿀 트렌드와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은 증시가 잔뜩 위축된 상황이라 종목 가리지 않고 떨어지는 시기지만 패닉이 진정되고 나서는 코로나19로 바뀔 산업지형도와 종목 장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황을 보면 코로나19로 오히려 주가 차별화가 나타난 섹터는 중국 제약 및 바이오와 글로벌 모바일 및 재택근무 관련주다.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케어 및 제약 부문에서 정부 지원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상태고 주가 하락세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중국 헬스케어주들은 한 달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일명 ‘집콕주’라고 불리는 모바일 및 재택근무 관련주 역시 무너지는 증시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은 줄어들고 실내에서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재택근무, 모바일, OTT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한국이나 해외나 크게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는 코스피 하락장에서도 3월 6일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헬스케어엔 기회
코로나19는 중국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가 코로나19를 단기에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당장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의료 시스템의 전반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병원 시스템의 의료 서비스와 의료장비 업그레이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정부는 오프라인 병원 임시휴업에 따른 온라인 진단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고 코로나 감염 환자 전용 병원 신축으로 의료기기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지원책으로 단기 수혜 섹터로는 온라인진단, 의료기기 선두기업을 들 수 있고 중장기 수혜 섹터로는 임상시험대행(Contract Research Or ganization; CRO)이나 위탁생산업자(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CDMO) 업체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에 대해선 아직 임상 초기 단계라 가시적 성과를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 판단했다.
▶중국 CRO와 CDMO 기업은 유망
미국 신약 기업 투자엔 신중해야
중국 헬스케어 기업 중에서 온라인 진단 선두기업인 알리건강과 평안굿닥터는 연초 대비 크게 주가가 상승한 종목이다. 의료기기 선두기업인 민드리(Mindry)나 백신 섹터 선두기업인 자비바이오 역시 상승했다.
알리건강(티커명 241HK)은 온라인 진단을 통해 처방약을 배송하는 업체로 중국 정부가 2019년 12월부터 온라인 처방약 배송을 허가하면서 온라인 헬스케어 성장 발판이 마련됐다. 평안굿닥터(1833HK) 역시 상해시가 지난 2월 인터넷과 헬스케어 산업을 지원하는 의료보험 12개 조치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문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진단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망강덕(603259 SH)은 미국 길리어드사를 고객으로 하는 회사로 렘데시비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임상 실험 개시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약명바이오(2269HK)역시 글로벌 백신 파트너사와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2월 14일 공시했다. 중국 의료기기 시총 1위인 민드리(300760 SZ)는 우한에 코로나19 환자 전담 병원 신축으로 의료장비 발주가 늘어날 예정이라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의료기기 시총 2위 기업인 안도바이오진단(603658 SH)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미국 헬스기업은 백신 임상 뉴스에 따라 일부 기업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여전히 주가 변동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라 투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모더나(Moderna)의 경우는 연초 19달러이던 주가가 백신 개발 소식에 따라 2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미국 증시 조정에 따라 다시 23달러 수준(3월 11일 기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정점이었던 2월 27일~3월 11일 2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모더나 주식 1662만5936달러(약 200억원)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황 연구원은 “기존 에볼라 치료물질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치료물질을 개발 중인 길리어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임상초기 단계라 장기적인 타임라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내 확산이 초기 단계인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 진단이나 의료기기 등 기타 수혜 섹터의 가시성도 낮다”고 말했다. 길리어드가 개발하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지금 임상 3상에 착수했으며 현재 중국 후베이성에서 중일우호병원과도 임상 진행 중이다. 이 결과는 4월 발표될 예정이다.
▶고령화로 인해 중국 헬스케어 성장 기대
특히 중국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성장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급속한 고령화라는 인구구조를 생각하면 이미 충분한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중국에는 현재 고혈압 환자 2억7000명, 당뇨병 환자 1억1400명, 암 환자 370만 명이 있어 이미 의료시장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비중은 현재 11%에서 2050년이면 30% 수준으로 예상되며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령인구를 보유한 나라다. 고령화율이 세계 최고인 일본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6배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사례에서 의료비 지출은 소득수준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향후 중국 의료 시장도 소득 증가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중국 의료보험 지출은 1조7800위안으로 지난 15년간 연간 15~20% 성장을 지속해왔다.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바이오 신약, 수입대체 화학약, 의료기기와 의료 서비스 업종이 여전히 높은 성장성을 보이면서 의료비 지출 내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원격 진료 플랫폼인 핑안굿닥터
신약 부문에선 중국 정부가 신약 파이프라인만으로도 홍콩이나 심천 증시 상장을 가능하게 해 바이오테크 기업 상장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 바이오 시밀러 시장은 초기 단계로 연평균 74%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서 신약의 가격 인하 폭은 복제약에 비해 작기 때문에 중국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및 개발(R&D)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와 낮은 인건비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도 임상시험이 가능한 시장이다. 최근 중국 식품의약국은 중국인이 포함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인정하면서 중국의 CRO와 CDMO에 대해 중국 제약사뿐만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들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의료 서비스 역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중국은 1인당 의사 수가 적고 의료자원이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분포되어 있어 인터넷 의료 서비스를 통해 효율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에 상장된 헬스케어 상장사들은 과거 3년간 연평균 13%의 순이익 성장세를 보였고 의료기기, 바이오 등 국산화율이 낮은 세부업종은 15% 이상의 높은 성장률과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시장 대표지수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높지만 높은 이익 성장률과 실적 가시성으로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유지되고 있다.
DB자산운용의 DB차이나바이오헬스케어증권 펀드(언헤지형)는 3개월간 12% 수익률을 거뒀고 한화자산운용도 중국 헬스케어 산업에 투자하는 한화차이나셀렉트헬스케어 펀드를 이달 출시했다. 가우정지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이미 최근 10년간 중국 본토 헬스케어 지수는 CSI300지수 대비 115%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선방하고 있는 주식들은 OTT와 게임 및 인터넷 종목이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1개월간 주가가 8% 하락했는데 흔히 말하는 FAANG(Facebook·Apple·Amazon·Netflix·Google) 등 대형주 그룹에서 주가 하락폭이 가장 작다. 이번에 나스닥 대형주들은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하락폭이 가장 컸는데 역설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56배로 주요 기술주 중 가장 높은 넷플릭스가 주가엔 가장 선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사람들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실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넷플릭스는 월 8.9달러 이상의 구독료를 받는 OTT 서비스 회사이기 때문에 구독자 수의 증가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매출과 순이익으로 연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넷플릭스의 매출액은 244억달러, 내년엔 283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순이익도 39억달러에서 54억달러로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입자 수는 1억7000명 수준이다.
물론 넷플릭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현재 디즈니나 AT&T 등의 신규 OTT 서비스 진입자들이 월 5~7달러 수준으로 넷플릭스보다 낮은 가격을 들고 나온 점을 감안하면 경기 하락 국면에서 대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만약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에 따라 아예 구독자들이 OTT 서비스 자체를 중단할 위기도 있다.
미국 LA 버뱅크에 위치한 넷플릭스 LA 오피스 전경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늘며
클라우드 산업 성장할 것
해외 ETF 중에서도 재택근무 산업과 관련된 ETF를 찾을 수 있다. 재택근무 산업은 기본적으로 IT 인프라 발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물망에 올릴 수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택근무 산업이 초기 산업인 만큼 규모가 크지 않고 분류기준은 정립되지 않아 섹터가 다소 불명확하다”며 “클라우딩 컴퓨팅 산업은 서버-클라이언트 환경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재택근무 관련 섹터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ETF로는 글로벌X의 클라우드컴퓨팅 ETF(티커명 CLOU)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재택근무 테마 종목으로는 퍼스트트러스트사의 FDN ETF가 있다.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인 AWS를 제공하는 아마존이 19%를 차지하는 클라우드 ETF다. 그 외 알파벳, 페이스북,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등이 10~18%의 비중으로 들어가 있다. 3월부터 미국 대형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는 했지만 4차 산업혁명이란 트렌드가 여전한 이상 저가 분할 매수를 고려해볼 만한 ETF다.
특히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등의 기술 발달로 데이터 보관과 사용이 중요해지면서 클라우드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277억달러(약 275조원)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는데 올해도 전년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는 아마존으로 3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로 15% 안팎이다. 3,4위는 구글과 알리바바가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