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타워(티커명 AMT)라고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식이 있다. 리츠라고 하는데 배당수익률은 1%밖에 안 된다. 높은 배당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리츠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리츠는 통상 임대수익의 90%를 법인세 절감 차원에서 배당하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적어도 3~4%나 나오기 때문이다. 낮은 배당수익률에 대한 답은 이 리츠가 ‘인프라 리츠’라는 데 있다. 인프라는 산업에 대한 투자기 때문에 관련 산업이 유망산업이거나 더 나아가 미래를 이끌 산업이라면 해당 리츠의 가격도 급등할 수 있다.
미래의 임대료 상승분을 선반영할 수 있다. 아메리칸 리츠도 리츠라기보다 5세대(5G) 섹터로 보면 된다. 한국이고 미국이고 주가가 나 홀로 오르고 있는 섹터가 5G다. 에릭슨이나 모토로라 같은 종목이 들어 있는 키움글로벌5G차세대네트워크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25%다. 대표적인 5G 장비주인 케이엠더블유(KMW)는 연초 1만3000원이던 주식이 9월 초 7만8000원 선까지 뛰었을 정도로 5G 장비주는 성장주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다.
이처럼 배당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모멘텀을 보고 투자하는 5G 종목이라고 보면 아메리칸타워의 끝없는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 이제 리츠도 단순히 임대수익만 기대되는 리츠가 아니라 산업의 성장성과 그에 따른 미래 임대료의 상승률에 따라 투자하는 인프라 리츠와 산업용 리츠가 잘나가는 이유를 가장 잘 방증하는 리츠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인프라에 투자하는 리츠가 맥쿼리인프라 정도에 국한되어 있다. 그리고 맥쿼리인프라는 사실상 리츠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리츠는 리테일, 오피스 리츠밖에 없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전 세계 리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리츠로 가면 투자할 리츠는 무궁무진하다.
▶이커머스 부상으로 리테일 리츠 쇠하고
산업용 리츠는 흥하고
리츠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리츠 하면 임대소득이 나오는 주택과 쇼핑몰, 마트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갈수록 리츠의 주도 자산이 바뀌고 있다. 이커머스의 부상으로 오프라인 상점의 몰락이 가속화되며 지금 임대료가 잘 나오는 상점이라도 나중에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테일 리츠 가격도 상승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거용 리츠 역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주택 경기 역시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커머스가 산업 지형도를 바꾸면서 리츠 주도 종목도 바뀌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블룸버그 리츠 지수 중 리테일 리츠 비중이 24%, 오피스 리츠가 18%, 주택용 리츠가 15%였는데 이 세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주거용 리츠는 14%, 리테일은 12%, 오피스는 8%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승률이 돋보이는 리츠가 있다. 산업용 리츠는 10년 전 4.8%에서 7.5%로 뛰었다. 그리고 인프라 등을 담은 특수 리츠가 33%로 1위를 차지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수치를 봤을 때 물류창고 리츠는 리테일 리츠보다 여전히 비중이 적지만 이는 아직 성장할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며 “이커머스 증가가 리테일 스토어의 파산을 부추긴다면 앞으로도 산업용 리츠의 비중은 올라가고 리테일 리츠 비중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보다 아마존 효과 보는
물류창고 리츠가 주가는 더 올라
금리 하락기에서는 상대적인 배당매력 때문에 리츠 투자매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주요 인프라 및 산업 리츠는 그 산업의 성장세까지 더해져 가격 상승 모멘텀이 강하다.
데이터센터 등을 담은 리츠 ETF인 페이서 벤치마크 데이터 인프라 리츠(The Pacer Benchmark Data & Infrastructure Real Estate SCTR ETF·티커명 SRVR)는 올 들어 36% 올랐는데 5G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에 투자한다. 주요 보유 종목은 에퀴닉스(티커명 EQIX), 아메리칸타워, 크라운캐슬인터내셔널(티커명 CCI)이다. 역시 연간 배당수익률은 1.8%로 낮다.
특히 인프라·산업용 리츠 중 떠오르는 분야는 물류창고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리츠다. 9월 10일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물류창고 관련 대표 리츠인 프로로지스(티커명 PLD)는 연초 대비 48% 가까이 상승했고 듀크리얼티(티커명 DRE) 역시 28.8% 상승했다. 아마존이 하루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물류창고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창고와 산업 리츠를 보유하고 있는 ETF는 페이서 벤치마크 인더스트리얼 리츠 ETF(The Pacer Benchmark Industrial Real Estate SCTR ETF·티커명 INDS ETF)가 있다. 이 리츠는 올 초 23.8달러였는데 9월 초 32달러까지 뛰어 연간 상승률이 33%다. 연간 배당수익률은 2%로 낮은 편이다.
프로로지스나 듀크리얼티, 리버티 프로퍼티 등의 물류창고 리츠들은 8월 들어 주가가 강한 조정을 받았던 아마존과 대비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부상으로 물류창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는데 일단 주가로만 보면 재주는 아마존이 넘고 돈은 물류창고가 받은 셈이다. 아마존은 물류창고 투자 때문에 투자를 계속해야 해서 실적은 생각만큼 잘 오르지 않지만 물류창고 리츠들은 아마존과 그 경쟁자들이 내는 임대료를 고스란히 향유할 수 있다. 아마존은 올 들어 주가가 23%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프로로지스는 3700개가 넘는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물류 리츠의 대장주다. 미국 평균 물류 리츠의 약 5배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광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 요지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라 수익성이 높다. 아마존의 경우 프로로지스가 맡는 임대료의 3.6% 정도를 차지한다. 공실률로 봐도 5% 정도로 다른 물류 리츠에 비해 그리 낮지 않은 형편이다.
프로로지스는 AMD부동산주식회사와 프로로지스의 합병 이후 형성됐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성장했고 그 회사는 지난해 4분기 FFO 예상치를 1.35% 상회했다. 2분기에 프로로지스는 주당 0.77달러의 FFO를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은 7억9000만달러였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45%, 27.2% 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프로로지스가 3분기 전년 대비 29.17% 성장한 주당 0.93달러의 FFO를 기록하고 매출은 17.1% 상승한 7억1318만달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G 성장 수혜 집중될 아메리칸타워
인프라 리츠 중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칸타워다.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최대 인프라 리츠다. 주요 글로벌 통신사에 전파 설비 설치를 위한 통신 타워를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아메리칸타워는 2019년 2분기 말 기준 전 세계에 16만9000개의 통신 타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평균 1800~3000개의 통신 타워를 신규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로부터 연간 많게는 2만~3만 개의 통신 타워를 인수하며 임대자산을 늘려가고 있다. 말하자면 리츠이긴 하지만 본질적인 속성은 최근 통신장비주와 비슷한 셈이다.
아메리칸타워의 주가는 일 년간 40%가 넘게 뛰어 배당수익률은 1%대로 떨어졌다. 최근에도 한 차례 주가 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배당수익률은 1.5%로 단기 배당을 보고 투자할 종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대형 통신 4사가 매출의 50%를 차지해 임차인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높지 않고 연평균 3%인 임대료 인상이 미국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모멘텀으로 꼽힌다. 주당배당액(DPS)이 연 20%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배당수익률도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5G 통신망 확대는 미국에서도 근교나 비도심 지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현금 흐름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2023~2025년은 아직 4G LTE망조차 제대로 깔리지 않는 상황이라 인도 등을 포함한 신흥국 중심으로 4G 통신망 확립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리츠를 볼 때 우선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순이익(FFO, Fund from operation: 리츠의 계속사업이익으로 회계상 순이익의 조정 개념)에 비례한 가격(P)인데 지금 아메리칸타워의 12개월 선행 P/FFO는 28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다. 단기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수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미국의 주요 통신망이 3G에서 4G로 변할 때 통신 타워 부착 안테나 구성과 수량 등이 변화하며 FFO 성장에 기여했던 바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타워 역시 2분기 FFO가 주당 2.01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매출은 6.1% 증가한 1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FFO가 5.95% 상승하고 매출도 4.16% 오를 것으로 컨센서스는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종목이고 단시간에 급하게 올라 주가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메리칸타워의 경우 9월 4일 241.07달러까지 갔던 주식은 10일 216.21달러까지 떨어졌다.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일주일 새 10%가 넘게 떨어진 것이다.
크라운캐슬인터내셔널 역시 인프라 리츠로 유명하다. 2019년 2분기 말 기준 약 4만 개의 통신 매크로타워와 7.5만 루트마일 규모의 광섬유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사 매출의 70%가 미국 통신 4사가 지급하는 통신 인프라 임대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크라운캐슬인터내셔널이 보유한 통신 매크로타워에 각 통신사들이 무선장비를 설치하고 이에 대한 일종의 사용료를 타워 임대료 형태로 받는 구조다.
미국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각 통신사들의 타워에 부착된 4G 무선장비 증설로 이어질 전망이다. 매크로타워 임대업은 부착장비의 개수와 종류에 따라 임대료가 결정되는 만큼 향후 매크로타워 임대료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
에퀴닉스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리츠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를 모아 24시간 운영하고 통합, 관리하는 시설이다. 전 세계 25개국에 36개의 해외사업장을 보유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주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 성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P/FFO는 25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 아이언마운틴 등도 대표적인 인프라 리츠들이다.
▶산업용 리츠 중에선 스태그인더스트리얼
배당수익률 높아
만약 산업용·인프라 리츠를 투자하면서도 배당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도 낮출 수 없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에 투자해볼 만하다.
산업용 리츠 중에서 배당수익률이 돋보이는 리츠는 스태그인더스트리얼(STAG Industrial·티커명 STAG)이 있다. 배당수익률은 현재 4.95%로 연초 5% 후반대와 비교하면 하락했지만 여전히 산업용 리츠 중에선 높은 편이다. 매달 배당을 한다는 장점도 있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STAG의 경우 자본비율(자산 대 자기자본 비율)이 53%로 리츠 업종 평균인 45%를 상회하고 있어 재무구조가 우량하다”며 “자산수익률 자체가 높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은 높은데 리츠 운영기간이 짧은 편이라 사업모델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인더스트리얼은 대형 시설보다는 중형 규모, 단일 임차인을 선호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리스크가 높은 리츠 운영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산업별, 지역별로 적절하게 분산시켜 포트폴리오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올 들어 주당 24달러였던 주가는 29달러까지 올랐다.
물론 인프라 리츠나 산업용 리츠의 경우 스태그인더스트리얼을 제외하고도 고배당 종목은 많다. 하지만 높은 부채비율을 활용해 자본이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배당을 높이는 곳이 많아 산업 경기가 하락반전하면 리스크도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