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올겨울 라니냐 출현 가능성에 글로벌 농산물 동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라니냐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중국의 가축용 사료 수요 급증 역시 옥수수나 소맥, 대두 등 사료에 사용되는 농산물들의 가격 상승을 유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박영빈 대신증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올겨울 라니냐가 올 가능성이 70%(미국 해양대기국 전망치)로 높다”며 “라니냐의 영향력이 커지면 곡물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이 바로 옥수수나 콩 등 글로벌 농산물에 투자할 적기”라고 권고했다.
▶라니냐 발생하면
옥수수·대두 국제가격 급등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를 말한다. 보통 라니냐가 발생하면 대두, 옥수수, 소맥 등의 생산지가 집중된 남미 및 미국 지역이 가뭄 피해를 입게 돼 글로벌 곡물 가격 변동을 부추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15년 동안 라니냐가 발생할 때마다 옥수수 가격은 평균 95%나 올랐으며, 2012년 라니냐가 발생한 이후 최근 2~3년 동안 옥수수, 밀, 콩 등의 생산량도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지난 1964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발생한 라니냐로 인해 옥수수가 평균 22.6% 상승했고, 밀과 대두도 각각 9.4%와 3.7% 올랐다.
박 매니저는 “특히 옥수수 가격이 2012년 고점 대비 현재 58%(2016년 11월 1일 집계 기준)나 급락했는데, 이는 농산물 가격이 충분히 빠진 만큼 향후 오르는 모멘텀이 있을 경우 선제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라니냐와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더라도 미국, 호주, 브라질 등 주요 곡물 생산국가의 생산차질을 야기,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 증가 추세와 육류 소비량 증가, 세계 주요 경작지 감소 등을 근거로 농산물의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점을 투자 매력 요인으로 꼽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후와 같은 공급 측면을 배제하더라도 오히려 수요의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육류 소비가 급증한 영향으로 빚어진 2000년대 초·중반의 곡물가격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국내 대두 생산량의 6배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대두 소비량은 국내 생산량의 7배를 넘어선다. 2015년 기준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전 세계 대두 수입량 가운데 63%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곡물 가격 등락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중국이다.
이 밖에도 옥수수를 주된 원료로 하는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이 경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홍 연구원은 “미국 내 옥수수 총 소비량 가운데 에탄올 생산용 소비량은 6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는 한때 2007~2008년과 2011~2012년 곡물 가격 상승을 이끈 요인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개인투자자 농산물 관련
ETF 투자 고려할 만
이어 홍 연구원은 “2000년대 중·후반 국제유가 급등을 전후해 바이오 연료 개발이 진행되며, 옥수수 등의 곡물 가격은 국제유가와도 상관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2008년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한 후 바이오 연료 수요가 감소하며, 곡물 가격이 하락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즉 2014년 7월 이후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바이오 디젤 수요가 감소했고, 이에 곡물 수요 역시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선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가 매일 변하는 농산물 가격 변동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농산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의 투자 접근이 유효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산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하 2016년 12월 14일 집계 기준)은 2.0%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2.5%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이 농산물에 투자하는 상품을 운용 중이다. ‘삼성 KODEX 콩선물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2%로 농산물 펀드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어 ‘도이치에그리비즈니스 펀드’(8.0%) ‘멀티에셋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 펀드’(4.0%),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 ETF’(2.9%) 등의 순이다.
ETN으로는 ‘신한 옥수수선물 상장지수채권(ETN)’도 있다. 아울러 해외 ETF 중에선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DBA(파워셰어스 DB 농산물 ETF)가 대표적이며, 이는 미국 농산물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ETF다. 이 밖에도 국제 옥수수 가격을 추종하는 CORN(테크리움 옥수수 ETF), 대두에 투자하는 SOYB(테크리움 대두 ETF) 등이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펀드들이 고위험 상품인 만큼 과도한 자산 투자 쏠림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산물은 가격 변동이 심한 만큼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손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농산물 펀드에 ‘올인’하는 자세는 금물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