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간접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시장이 위축되자 부동산간접투자 상품들이 대안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이 관리하고 운용하는 ‘앵커 리츠(REITs)’ 상품이 나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랜드그룹과 코람코자산신탁이 내년 상장할 예정인 ‘E리츠코크렙’이다.
증권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과 코람코자산신탁은 7000억원 규모의 선진국형 앵커 리츠(REITs)인 ‘E리츠코크렙’을 만들어 내년 초 상장할 예정이다.
▶7000억 규모 E리츠코크렙 내년 초 상장
이는 역대 상장 리츠 중 최대 규모다. 이랜드그룹과 코람코자산신탁은 상장 이후 자산을 추가로 편입해 E리츠코크렙의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과 코람코자산신탁은 11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3월 말께 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상장 규모는 구주매출과 신주 발행 규모를 합쳐 1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상장 주간을 맡았다.
리츠는 사모 또는 공모 형태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형태의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이다.
현재 세계 리츠시장은 1조5000억달러(약 169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을 포함한 26개국에서 개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리츠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광희리츠, 케이탑리츠, 모두투어리츠, 트러스제7호 총 4개이며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운용 리츠는 총 142개(19조8668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리츠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효과를 비롯해 높은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과세소득이나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리츠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8.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저금리 금융상품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리츠를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손현승 하나금융투자 신반포 PB 부장은 “기관투자가의 전유물이던 부동산 간접투자에 대한 자산가의 관심이 높다”며 “과거에는 30억 이상의 수익형 부동산을 직접 매입했지만 수익형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면서 간접투자 방식에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리츠 상품이 바로 ‘선진국형 앵커 리츠’다.
선진국형 앵커 리츠란, 대형 건설사나 대형 유통기업 등이 리츠에 자산을 매각하고 해당 리츠의 최대주주(Anchor)로 참여해 자금조달과 자산운용, 시설관리 등을 도맡아 상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인 구조를 말한다.
기업은 자산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자산의 주인이었던 기업이 계속 리츠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높은 신뢰감을 갖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선진국에서는 매우 활성화돼 있다.
‘E리츠코크렙’은 이랜드그룹이 브랜드를 내걸고 만든 앵커리츠다. 이랜드는 뉴코아아울렛 야탑·일산·평촌점을 리츠에 편입시키고 장기 임차인으로서 아울렛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이 3개점은 이랜드 전체 53개 매장들 가운데 매출 규모가 상위 8위 안에 드는 ‘알짜 매장’들이다. 이랜드가 임차인으로서 지불한 임차료 등을 E리츠코크렙이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배당수익률은 6~7%대로 논의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랜드는 이번 리츠 상장이 기존 유통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신규 투자를 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또 이랜드입장에서는 E리츠코크렙의 상장 시 최대주주인 이랜드그룹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E리츠코크렙은 뉴코아아울렛 3개점의 부동산 가치뿐만 아니라 이랜드그룹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거나 하락기에 접어들더라도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며 “저금리 시대에 보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이 같은 앵커 리츠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공모형 리츠가 보다 활성화되고 기관투자가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우량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리츠코크렙이 성황리에 상장할 경우 앵커리츠 형태의 후속 공모 리츠들이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기존 리츠 가운데 97%가 기관투자가 위주의 사모로 운영되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상장 상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상석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은 “리츠의 도입목적인 ‘일반 국민의 건전한 부동산 투자기회 확대’를 위해 공모 리츠를 활성화하려 한다”며 “그중에서도 우량 상품인 앵커리츠는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앵커로 참여하는 대기업 신용도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앵커리츠의 경우 앵커로 참여하는 대기업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등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조언했다. 최근 이랜드그룹은 부채비율 상승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9월 티니위니의 중국 사업권을 1조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해 숨통이 트인 분위기지만 그룹의 신용등급이 상승하거나 ‘부정적’으로 부여된 신용등급 전망이 바뀌지는 않았다.
부동산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E리츠코크렙의 경우 최대주주가 되는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이 BBB이며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며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앵커리츠의 최대주주가 디폴트에 빠지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츠와 같은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인태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내다보고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리츠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ETF’의 3년 수익률은 30.14%에 달하지만 1년 수익률은 7.05%에 불과하다. 또한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은 여러 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투자 성공에 따른 수익보상 부분이 직접투자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