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통폐합을 통해 350억원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7월 22일 우체국 수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해마다 늘어가는 우편사업의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 부문에서만 지난 2011년 439억원, 2012년 707억원, 2013년 246억원을 적자로 기록했다. 올해 역시 585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부동산업계는 우정사업본부의 이번 결정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국 100여 곳의 우체국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우체국 부지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과거 KT 역시 도심에 위치한 전화국을 통폐합하며 고정비용을 줄였는데, 당시에도 폐쇄된 유휴 부지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바 있다.
폐쇄 우체국만 전국 100여 곳
지난 7월 22일 우정사업본부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보고한 구조조정안에 따르며 우정사업본부는 ▲6급 이하 창구망 조정을 통해 100개 우체국 폐쇄와 300명의 인원 감축 ▲본부·직·청의 조직 슬림화를 통한 180명의 인원 감축·우체국 창구 인력 효율화를 통해 110명 인원 감축 등 총 700명의 인원을 줄이고, 100곳의 우체국을 없앤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구조조정을 통해 총 350억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정사업본부 내부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안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우편사업부문의 적자가 해마다 쌓여가는 가운데, 지난 2013년 10월에는 감사원으로부터 구조조정을 권고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다양한 방법을 고심해온 우정사업본부는 결국 비용절감을 위해 우체국 통폐합이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시행한 택배요금 인상의 미봉책으로는 해마다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 산하기관인 만큼 법령 및 제도적인 제한 때문에 신사업에 나서기도 어려워 결국 구조조정안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도심에 자리한 우체국의 경우 우편사업부문은 거의 유명무실한 가운데, 택배부문과 금융부문에서만 그나마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우체국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을 폐쇄하면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부동산업계다. 우정사업본부가 폐쇄하겠다고 밝힌 우체국 100개소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벌써부터 동분서주하고 있다.
부동산업계가 이처럼 우체국 통폐합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폐쇄하는 우체국 대부분이 대도심에 위치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폐쇄하는 우체국은 우편사업부분이 취약한 곳이 대상일 것으로 보이는데, 대도시 안에 자리한 우체국일수록 우편사업부문의 매출이 낮은 편”이라며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우체국이 폐쇄된다면 정부의 유휴부지 매각 정책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폐쇄 우체국의 처분 계획은 미정
우체국의 대부분이 약 330(약 100평)~661㎡(약 200평) 규모의 중소형 부동산이란 점도 부동산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대규모 물류센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편집중국이 폐쇄된다면 사모펀드와 기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겠지만, 우체국은 규모가 작아 개인 부동산투자자들에게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통폐합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했을 뿐, 아직까지 우체국 통폐합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업계의 한 부동산 전문가 역시 “우정사업본부의 폐쇄우체국 처리 계획이 나온 후에 관심을 가져도 늦지 않다”며 “아직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폐쇄된 우체국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도 나온 바가 없다. 정부자산인 만큼 도심 내 문화시설이나 시민공원 등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체국 부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문화시설이나 시민공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부성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폐쇄된 우체국의 활용 및 매각 방향에 대해 우정사업본부와 미래부의 계획이 나온 적이 없다”면서 “폐쇄된 우체국에 대한 투자를 하려면 지금은 폐쇄 예정 우체국의 위치와 그에 맞는 상권 분석을 하며 앞으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