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거세게 불었던 ‘바이 차이나(Buy China)’ 열풍 이후 수그러들었던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근 시진핑 주석 방한을 계기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 주식형펀드에 자본이 몰렸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증시 거품이 빠지면서 원금이 반토막 나는 아픔을 겪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여전히 중국 증시는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게걸음을 계속하면서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1900~2200에 갇혀 있다.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방식은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나눌 수 있다. 직접투자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홍콩H주, 레드칩)이나 중국 본토에 상장된 종목 중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중국B주를 고르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내에 상장돼 있는 10개 중국기업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간접투자는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중국 지수나 종목들을 모아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랩상품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을 사는 것이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종합주가지수에 투자하는 대신 특정 업종 또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셰어 FTSE A50 차이나인덱스의 경우 1년 수익률은 1% 내외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투자할 수 있는 중국 ETF 평균수익률은 -12%에 그치고 있다. 또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도 -6.64%로 신통치 않은 편이다.
시장은 나빠도 종목은 뜬다
반면 정체된 한국 증시에서도 SK하이닉스 같은 일부 종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처럼, 침체된 중국 증시에서도 몇몇 업종 대표주들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IT포털 게임 회사인 텐센트홀딩스의 1년 수익률은 103.49%에 달한다. 이 회사는 최근 7년 동안 매출액과 순이익이 10배 증가했을 정도로 고성장 추세에 있다. 전기차 회사인 BYD 역시 58.52% 수익률을 시현 중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보험 회사 인민재산보험(PICC)도 1년 수익률 37.95%를 나타내고 있다. PICC는 중국내 자동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자동차보험 시장은 성숙하지 못해 향후 유망 종목으로 꼽힌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에서 삼성전자 등 업종 1등주 주가가 과거 30년 동안 비약적으로 상승했듯이, 중국 역시 내수 1등주가 장기적으로 고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1등주 직접투자 홍콩이 편리
그렇다면 중국 1등주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국내 증권사들도 서비스 경쟁에 나서면서 중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절차는 상당히 편리해졌다. 투자자는 우선 증권사 종합계좌를 개설하고 해외 주식거래 관련 약정을 등록해야 한다. 계좌 개설 후 투자자금을 입금해야 하는데 원화 입금 시에는 홍콩달러, 위안화 등 거래통화로 환전 절차를 거쳐야 하고 외화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외화 직접 입금도 가능하다. 주식 주문의 경우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전화를 통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나 중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에 직접 전화해 주문을 넣어야 한다.
홍콩H주는 중국에서 설립되고 중국 본토에 사업 기반을 둔 중국 기업이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의 승인을 얻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지칭한다. 주로 중국 대형 우량기업들이 상장돼 있어 H주 투자를 통해 중국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 대다수 H주는 상해나 심천거래소 A주로 복수상장돼 있으며 주요 종목으로는 중국건설은행, 공상은행, 평안보험, 페트로차이나 등이 있다.
레드칩의 경우 중국 밖에서 설립됐지만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중국 중앙정부나 성(省), 시(市) 등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국영기업이 홍콩 증시에 상장돼있는 주식을 뜻한다. 1992년 홍콩 이코노미스트 알렉스 탕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우량주를 의미하는 블루칩(Blue Chip)에 빗대어 사용돼 왔다. 주요 종목으로는 차이나모바일, 시누크, 차이나유니콤, 레노버 등이 있다.
중국 본토 증시는 상해거래소와 심천거래소 두 곳이 있고 각 거래소마다 2개 시장으로 분류되어 있다. A주와 B주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A주 시장에 중국 본토 유명 기업들이 대다수 상장되어 있다. 그러나 A주 시장은 내국인(중국 국적자)만 투자할 수 있고 예외적으로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자격을 획득한 외국 금융기관이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A주 시장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하고 대신 홍콩H주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B주 시장은 외국인 거래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시장이다. 그러나 상해와 심천 거래소 모두 B주 시장은 상장종목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금리 높은 위안화 채권 관심
향후에는 중국 채권투자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QFII의 경우 전체 투자자금의 50% 이상을 중국 본토 주식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했지만 시진핑 방한 후 부여받은 RQFII(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는 쿼터(투자 분배금액) 전부를 채권으로 채워도 된다. 따라서 향후 수익성 있는 다양한 중국 채권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위안화 채권은 원화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아 수익률에 목마른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중국의 AAA등급 회사채 금리는 5~6% 수준으로 한국 회사채 금리보다 2~3% 포인트 더 높다. 중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 공기업 회사채는 연 6% 수준이다. 한국 국채 10년물이 연 3% 초반인 것과 대비된다.
주식매매 수수료 체계는 증권사별로 다른데 삼성증권의 경우 홍콩 주식 온라인 거래 시 거래금액의 0.3%, 오프라인 거래 시 건당 400홍콩달러 또는 거래금액의 0.7%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인지세 0.1%와 홍콩증권거래소에 지불하는 수수료(0.005%), 홍콩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징수하는 비용(0.003%)은 별도 부과된다.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거래금액의 0.8%를 증권사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다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위안화나 홍콩달러로 환전해 해외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는 환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 중국 경기 부진, 기업들의 환 헤지 수요 증가에 환 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원·위안 환율은 지난 3개월간 -2.2%, 지난 1년 간 -11.7% 하락했다. 홍콩달러의 경우 홍콩 정부의 외환시장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달러(USD)에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유의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며 일각에선 세 자릿수 환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상장 중국기업 옥석 가려야
한편 국내 증시에서도 상장된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은 국내 증시에 10개(코스피 2개, 코스닥 8개)가 상장돼 있는데 작년 말 종가 대비 주가가 오른 곳은 7개(70%)에 달한다. 상장폐지된 ‘중국고섬’ 사태로 인해 문제 있는 기업들을 솎아낸 데다 올 들어 중국 상장사들의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중국 기업하면 불신 이미지가 강해 투자 기피 요인이던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줄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기록 중인 ‘중국기업 3인방’은 차이나그레이트, 차이나하오란, 씨케이에이치다. 중저가 캐주얼 의류 및 신발 제조업체인 차이나그레이트는 작년 말 주당 1600원이던 주가가 6월 중순 이후 4000원을 넘어섰다. 수익률이 무려 150%에 달한다. 제지 생산업체인 차이나하오란도 1290원이던 작년 말 종가가 올해 들어 2300원에 이르는 등 70~80% 수익률을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상승 요인은 높아진 실적이다. 국내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과 대조된다. 차이나그레이트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8.7%, 12.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2% 넘게 늘었다. 이 회사는 중국내 23개 총판과 2550여 개 가맹점을 통해 캐주얼 의류와 신발을 생산·판매 중인데 향후 직영매장 확대와 온라인쇼핑몰 진출 등 사업외형을 넓히고 있다. 기능성건강식품을 생산하는 씨케이에이치도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1.1%, 27.4% 증가했다. 주가도 작년 말 2480원에서 4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중국에서 전통차와 건강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지지부진한 종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원양자원은 작년 말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원리금 지불 중단 소식에 연초 대비 주가는 반토막 나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서 외형에 맞는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전한 숙제다. 동종업종의 국내 기업과 비교할 때 주가 수준은 크게 뒤처져 있다. 예컨대 중국내 의류생산업체인 베이직하우스 주가는 차이나그레이트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차이나그레이트가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순이익률 등 모두가 높고, 부채비율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아 외형만 보면 베이직하우스를 앞서지만 주가는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씨케이에이치 역시 국내 건강기능식품회사인 내츄럴엔도텍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씨케이에이치가 실적 등 대다수 지표들이 3~5배 앞서지만 주가는 크게 낮은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향후 한국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서 중국 수혜주 찾기
중국과 관련해 한국 증시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 수혜주’ 공략이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중국 내 잦은 정책 변화로 인해 중국 수혜주도 시기에 따라 손바뀜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중국 수혜주 테마는 지속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3월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이후 개혁정책들이 발표되자 먼저 정책테마주들이 들썩였다. 예컨대 산아제한 완화정책으로 분유나 유모차 등 영유아용품 주가가 올랐고, 도시화와 친환경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는 도시건설(두산인프라코어), 태양광(OCI, 한화케미칼), 2차전지(삼성SDI, LG화학), 환경규제(코웨이, KC그린홀딩스) 관련분야 주가가 움직였다.
이후 중국 춘절과 노동절을 맞아 대규모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으면서 호텔이나 카지노 같은 일명 ‘놀자주’가 상승했고, 방한 중국인들이 대표적으로 구매하는 화장품주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소득 증대로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패턴을 반영한 ‘신(新)소비주’가 뜨면서 리홈쿠첸(전기밥솥), 삼익악기(피아노), 삼영무역(안경) 등이 덩달아 올랐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떤 중국 테마가 뜰 것인가.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시진핑 주석 방한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 관련주들이 향후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인하에 따른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자동차 화학 기계업종이 대표적이다. 현행 관세율이 22.5%에 달하는 완성차(현대차, 기아차)와 10~14%인 자동차부품주(만도, 에스엘, 성우하이텍, 세종공업)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큰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이나 LG화학 같은 화학업체도 관세 인하와 중국 산업 구조조정이 맞물려 있어 향후 중국 수혜주로 꼽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산업재보다는 가전이나 화장품, 음식료 같은 한류 영향을 받는 소비재 업종이 FTA와 별도로 계속해서 중국발 훈풍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항공(한진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카지노(파라다이스, 강원랜드) 숙박(호텔신라) 화장품(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업종이 대표적이다. 게임이나 음악, 드라마 같은 엔터테인먼트 쪽도 긍정적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진핑 주석 방한을 계기로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한국 제품 인기가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중국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산업재보다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소비재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행을 쫓아가는 식으로 중국 수혜주 찾기는 금물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중국 수혜주로 꼽혔던 락앤락,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며 “내수 업종도 중국 경기와 정책 기조를 잘 따져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