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제 관리 컨설팅 나선 도기권 이사장 · 전희수 대표 | 복리로 불어나는 투자, 이를수록 효과 크다
입력 : 2014.09.02 11:32:58
수정 : 2014.09.03 09:47:04
행복가정연구소 도기권 이사장(왼쪽)과 전희수 대표
“내가 젊어서 이런 강의를 들었으면 삶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금융전문가라지만 나 역시 가정경제 관리는 50점도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도 아니면서 국가경제 걱정하고, 사장도 아니면서 회사를 걱정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경제는 생각조차 않는 게 현실이다.”
도기권 행복가정경제연구소 이사장은 대부분 직장인이 안고 있는 경제문제의 정곡을 찔렀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해서 (돈을) 불리겠다고 하지만 정작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돌이켜 보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무리해서 욕심부리다보니 성공하지 못했다. 그 실수를 우리 후배들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돈 있을 때 적립식 펀드 등으로 일찍부터 장기투자를 했으면 훨씬 여유 있게 노후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전희수 행복가정경제연구소 대표도 같은 의미로 기성세대가 간과했던 부분을 지적했다.
두 사람은 시티은행 출신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잘 나가던 금융인이다. 도 이사장은 시티은행 소비자금융 대표를 역임한 뒤 신한금융투자 사장을 맡는 등 오랫동안 증권가에서 활약했다. 전 대표는 지난해까지 시티은행 웰스매니지먼트 담당 부행장으로 일했던 국내에서 손꼽히는 자산관리 전문가다.
이들 두 사람이 올해 초 뜻을 모아 행복가정경제연구소를 열었다. 금융권에서 고위 임원으로 오래 일하다 은퇴했으니 돈욕심으로 벌인 것은 아닐 터였다. 강창희 전 미래에셋 부회장이 고문으로 참여한 것도 마찬가지다.
도 이사장은 “사회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연구소를 연 뜻을 밝혔다. 전 대표는 “한국도 이제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며 과거에 없던 환경이 닥치는 것을 준비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바뀌어 100세까지 가는 사람이 50%나 된다. 젊은 세대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제 은퇴 후 30~40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100세까지 살 것인데 아직도 70~80세를 생각하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의 경우 고령자(65세 이상)가 3258만명(25.5%)에 달한다. 특히 1인가구나 2인가구가 50%가 넘고 최근 조사에선 치매환자만도 46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전 대표는 “100세 시대는 은퇴 후 30~40년을 어떻게 사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노후까지 일하는 게 최선이고 더불어 취미생활과 사회봉사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롭지 않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적 독립도 반드시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전 대표는 특히 “재무적으로 현명한 투자를 하는 것 못지않게 자녀로부터 독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시대엔 자녀들에게 교육은 시키되 결혼까지 지원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최근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하니 60%가 노후준비가 안 됐으며 그 가운데 60%가 자녀 결혼 때문이라고 답했다. 50~60대 650만 가구 중 380만 가구가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좋은 부모 신드롬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 이사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며 “사회생활 초년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위기에 몰릴 수 있는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너무 일찍 돈 쓰는 데만 눈을 떴다는 지적이다.
노후가 길지만 일찍 준비하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여기에 맞춰졌다고 했다.
연구소는 25~35세, 35~45세, 45세 이상 등 연령별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재테크보다 생각을 바꾸고, 교육 참가자에게 컨설팅을 해서 가정경제 모델을 바꿔주는 게 골자라고 했다.
“25~35세에겐 돈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테크로 부자 되는 것은 소수만 가능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갖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하지 않을 자유, 필요한 것을 할 자유를 얻을 정도의 돈은 가정경제를 제대로 관리하면 충분히 모을 수 있다.”
도 이사장의 설명이다.
중년 이후 프로그램은 자녀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대화를 통해 금융교육을 제대로 시켜 올바른 사회인으로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식들의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것이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지금의 비용과 시간을 절제하는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도 이사장은 이 교육은 기업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에서 사고 나는 게 대부분 무리해 재테크 하다 깨진 것 채우려는 데서 일어난다. 우리는 재테크보다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이 때문에 재테크 강의인줄 알고 꺼리던 대기업 사장들도 지금은 적극 추천하고 있다.”
실제 컨설팅을 할 연구원은 키움에셋플래너의 컨설팅 요원 가운데 특별한 자격을 갖춘 55명을 엄선해 위촉했다고 한다.
“우리 연구원들은 제품 소개보다 컨설팅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게 (상품 위주로 상담하는) 일반 금융기관과 다른 점이다. 연구원들은 신입사원이 성장해서 임원이 될 때까지 자기 고객이란 생각을 갖고 오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한다.”
이들은 연구소 활동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금융 관행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밝혔다.
가정경제 관리 6단계핵심은 대화와 절제
전희수 대표는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가정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30~40대 중견 직장인들이 가정경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것이다.
전 대표는 이날 “100세 시대는 쇼크”라면서 이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닥친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박유성 교수 연구팀이 2011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58년생이 97세까지 살 확률은 남자는 44%, 여자는 48%다. 그러면 100세 시대는 이미 여러분 주머니에 와 있다는 얘기다. 여러분은 100세까지 사는 걸로 보면 된다.”
그런데 오래 살게 됐지만 이상적인 노후생활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리스크가 앞에 놓여 있다고 했다. 우선 저금리로 이자 받아 먹고살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돈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자장면 값이 1975년부터 2010년까지 오르는 속도로 계속 오른다면 2045년엔 한 그릇에 11만원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저금리 고물가를 넘어서려면 투자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진행으로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은 감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강 리스크도 준비해야 할 대상이란 것. 평생 의료비의 50% 이상이 65세 이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녀 리스크도 심각하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90%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했는데 대부분 자녀교육이나 결혼자금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상적인 노후준비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가정경제 관리 비법을 6단계로 나눠 소개했다.
1단계 : 돈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라
노벨상을 수상한 폴 사뮤엘슨 교수가 행복지수를 만들었다. 그 공식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누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돈 쓰는 것을 욕망으로 나누는 것인데 여기서 욕망은 컨트롤이 가능하고 소비 또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행복은 본인 생각에 따라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가정 내 갈등이 돈 때문에 생기는데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부자가 돼야 행복한 게 아니라 돈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면 얼마든지 행복을 얻을 수 있다.
2단계 :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설계하라
살다보면 결혼하고 집도 사고 여행도 가고 자녀학자금 대출도 받고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한다. 그런데 무계획적이고 부적절한 지출을 하기 때문에 백만장자가 될 사람들이 ‘빚만장자’가 된다. 이걸 방지해야 한다. 미래학자 번 윌라이트는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10년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준비하라. 목표가 명확하면 더 잘 달성된다.
3단계 : 자신의 가정경제를 진단하라
가정경제를 진단하는 10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가정경제 상황을 진단한 뒤 여기에 맞춰 일생 동안 필요한 재무적 목표를 세워 실행하는 게 좋다. 가령 월급의 30% 이상을 매달 저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가정의 재무 정보를 부부가 공유해야 한다. 투자를 일찍 한 사람은 순자산 상위그룹에 들어가고 소비를 많이 한 경우는 하위 그룹에 들어간다.
4단계 : 자신의 가정경제를 계획하라
부의 공식은 수입에서 지출을 빼면 재산이 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지출을 통제하는 게 더 쉽다. 백만장자 연구가 토마스 스탠리에 따르면 부자들은 지출 통제를 아주 잘한다. 절약이란 게 부자들 머리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절약할 만한 돈이 없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문을 받아야 한다.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된 것은 저축하고 투자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은 정신병의 초기 증세다”라고 했다. 또 “복리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저축과 소비는 습관이다. 소비를 한 번 올려놓으면 내리기 힘들다. 처음부터 습관화해야 한다.
5단계 : 실행하라
저축은 모으는 것이고 투자는 가능성을 믿고 돈을 넣는 것이다. 빚은 누구나가 가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가급적이면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집 사면서 40% 이상 대출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3~6개월 생활비는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는 자금은 목적을 가지고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하는데, 리스크를 너무 쉽게 생각했거나 자신의 가정경제 진단과 설계 없이 남이 좋다고 하니 따라갔기 때문이다. 투자는 5년 이상 내다보고 하되 중요한 것은 훌륭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험은 보장이 기본이다. 보험을 저축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꼭 들어야 하는 세가지, 다시 말해 건강을 위한 실손보험, 3대 중증보험, 책임보험 같은 것이다.
자산별 수익률을 볼 때 장기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높다. 부동산은 아주 잘해야 회사채 정도의 수익률이 나오는데 환금성이 낮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주택은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6단계 : 나와 가족에 투자하라
인생은 크게 30년 배우고 30년 일하고 30년 자신을 위해 활용하게 된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위해 너무 투자하면 본인의 노후준비가 안 돼 자녀에게 의존해야 한다. 자녀도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자녀를 위한다는 게 결과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
제일 큰 투자는 본인에게 하는 것이다. 본인이 전문성을 갖고 가급적 평생 일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게 좋다. 자식에겐 적절하게 자기통제 훈련을 시켜야 한다. 미래를 위해 눈앞에 있는 것을 참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녀를 행복하게 하려면 돈을 쓰기보다는 시간을 투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