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 중국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2011년 2분기부터 위축되었던 석유화학 시황이 조금씩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하반기 한때 t당 1000달러 이하로 하락했던 에틸렌(가장 대표적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2012년 들어 조금씩 상승하면서 t당 1200달러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료 가격의 차이,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 역시 2011년 4분기에는 t당 100달러 미만에 머물렀으나 2012년 1분기 들어서는 t당 2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들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 가격 상승과 낮아진 재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재고 확충(Re-stocking) 수요 때문이다.
3월부터 석유화학 시황 강한 반등 기대
이러한 시황 회복세는 3월 이후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3월부터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성수기가 도래한다. 석유화학 제품의 주수요처인 농업, 건설, 자동차, 가전 분야의 생산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바로 3월이기 때문이다.
2) 3월부터 동아시아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정기보수(석유화학 공장은 연중 무휴 가동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가동을 멈추고 설비를 점검해야 함)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호남석유가 3월 중순부터 약 한 달 간 여수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Asahi Kasei 등 일본 주요 NCC들도 3~5월 사이에 정기보수가 예정되어 있다.
3) 중국의 정책 효과(긴축 완화 및 소비 부양책)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11월30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그동안의 긴축 정책을 완화한 중국 정부는 2012년부터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GDP 성장률이 8%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춘절 이후 지급준비율 인하나 새로운 내수 부양책을 내놓게 되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인도의 경기도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구 대국이라는 특성상 아시아 석유화학 시황에서 인도 역시 중국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1년 하반기 석유화학 시황이 맥없이 무너진 데에는 중국의 긴축 효과뿐만 아니라 인도의 급격한 경기 하강 탓도 컸다. 2012년 들어 인도 정부도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치솟았던 루피·달러 환율도 안정을 찾으면서 인도 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고 있다.
주요 업체들 실적도 핑크빛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됨에 따라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의 경우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0.0% 감소한 5067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3.3% 증가한 675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호남석유의 경우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512억원(단독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절반에 그쳤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2480억원(단독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무려 64.0%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석유나 한화케미칼의 실적 역시 동일한 추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간 기준으로도 대부분 석유화학 업체들의 2012년 실적이 전년 대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의 경우 2분기 이후 석유화학 시황이 둔화되면서 주요 화학 업체들의 실적 역시 급격하게 악화된 측면이 있고, 2012년에는 석유화학 시황 회복과 더불어 주력 제품의 생산 능력이 확장되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장기 호황론 여전히 유효
2011년 1분기만 해도 석유화학 업종은 소위 ‘주도주’에 속했다. 2013년까지 공급 능력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중국, 인도 중심의 수요 증가로 장기 호황이 기대된다는 ‘슈퍼 사이클’ 이론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2011년 2분기부터 중국의 긴축 효과로 석유화학 시황이 위축되면서 이러한 논리는 힘을 잃었다.
그렇다면 중장기 관점에서 석유화학 시황 전망은 달라졌는가? 사실 중장기 석유화학 호황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지난 2011년 2분기 석유화학 시황 둔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경기 변동상의 소순환 사이클과 중장기 사이클을 분리해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지만 소순환 사이클상 2011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는 하강 국면이었다. 대표적인 석유화학 업체인 호남석유의 연간 영업이익률과 분기 영업이익률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분기 기준 호남석유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분기 고점(14.9%) 이후 4분기(7.7%)까지 계속 하락했다. 그러나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1년 영업이익률은 12.2%대로 전년 대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정도 수준의 영업이익률은 경기 호황기에나 얻을 수 있다. 2012년 이후에도 당분간 호남석유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12~13%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선호주는 LG화학과 호남석유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 : 비중 확대를 유지하고 최선호주로 업종 대표주인 LG화학과 호남석유를 제시한다. 춘절 이후 시황 회복 전망과 중국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화학 업체들의 주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2011년 일시적인 침체 국면이 있었지만 중장기적인 견지에서 석유화학 시황은 여전히 호황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LG화학에 대한 투자 의견 : 매수와 목표주가 47만5000원을 제시한다. 주력 제품인 ABS 마진이 개선되고 있고, 정보소재 분야도 IT 시황 반등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2012년에는 전기차용 배터리와 LCD 유리기판 등 신사업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호남석유에 대한 투자 의견 : 매수와 목표주가 45만원을 제시한다. 주력 제품인 MEG(폴리에스터 원료)와 부타디엔(합성고무 원료) 시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수 공장 증설로 에틸렌 생산 능력이 기존 175만t에서 200만t으로 확대된다는 점도 실적 개선을 점치는 요소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eungju.lee@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