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지속, 경기침체 현실화 공포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저하고’의 흐름을 예상한 증권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고, 경기 경착륙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 해소에 증권가에선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고하고’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2차전지(배터리)를 필두로 한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준수한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순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한 하반기 코스피 밴드 상단은 2700~3000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7월 중순 기준 코스피는 2500선에서 등락을 거듭 중이다. 증권사들의 전망대로라면 하반기 약8~20%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내놓은 연간 코스피 전망치(2000~2600)에서 크게 상향된 것으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건 DB금융투자로 코스피가 3000선까지 이를 수 있다고 봤다. 그 뒤로 KB증권(2920), 메리츠증권·IBK투자증권(2900),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2800), 대신증권(2780), 현대차증권(2760), 삼성증권·NH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2750),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2700) 순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기존 대비 상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6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기존 2200~2600에서 2350~2750으로 2주 만에 높였다. 삼성증권은 내년엔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KB증권도 최근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920선으로높였다. 앞서 KB증권은 코스피 상단으로 2800을 제시한 바 있다.
낙관론이 지배적인 분위기로 자리잡은 배경엔 매크로 불확실성 해소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경기선행지수, 기업 수익성 환경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반등하면서 증시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의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세가 올 2분기 들어 종료됐다고도 추정한다. 2023년 코스피의 실적 컨센서스는 연초 이후 1분기 19.9%, 2분기 15.5% 하향됐지만 바닥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 증시의 경우 비중이 큰 반도체 업황이 인공지능(AI)발 특수에 힘입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증시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졌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국 소비가 구매력 제고와 맞물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실적 장세에 따라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인식도 늘고 있다. 특히 서비스물가의 과반 비중이 넘는 주거비의 경우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급망 충격에 따른 서비스 주문 지연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주거비 안정세에 일조했다. 시장은 두어 번 정도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2차전지, 반도체, AI 등 기술·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상승 랠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 테마 열풍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보다는 실질적인 이익 성장이 현실화 되는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향후 시장이 조정을 겪을 경우 이익 성장 및 모멘텀 발생 업종, 종목 위주로 적극적인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외 증시의 단기 숨 고르기 과정을 시장 재진입이나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자동차, 정보기술(IT) 하드웨어, 가전, 2차전지, 조선,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실적 불확실성 회피가 가능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마진보다는 이익 성장이, 이익 절대 레벨보다는 모멘텀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며 “올해보다는 내년도 이익 추정치 상향이 주가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운송, 미디어교육, 반도체, 기계, 조선 업종은 주가가 우상향하는 추세가 존재한다”면서도 “화학, 화장품, 의류, 건설,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비우호적인 국면”이라고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요국들의 부양 정책이 집중되고, 2024~2025년 실적 레벨업이 기대되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업종과 조선, 방산을 주목한다”며 “주도주 비중 확대와 더불어 순환매 대응 전략으로 소외주 중에서도 실적, 펀더멘털 안정성이 높고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되고 있는 건설, 소매·유통, IT 하드웨어 업종은 단기 트레이딩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론도 있다. 1~6월 강력했던 미국 증시가 7월 들어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대체재로도 평가되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올 3월 이후 4%를 재차 돌파하면서 증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물가 둔화 속도가 느리고 고용지표가 강력하다면 향후 연준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의 파격적인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연준의 장기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 국내 증시가 상승하면서 2차전지 관련주를 집중 매수한 개미들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투자를 통해 2조7856억원의 수익을 올린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기준으론 24.5%인데,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 투자를 통해서만 2조원을 벌어들였다. 다만 개미들은 2차전지주 투자로는 돈을 벌었지만 과대낙폭주투자로는 돈을 잃었다.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매수 평균 단가를 고려한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은 순매수액 대비 24.5%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상반기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총 11조3463억원을 사들였는데 6개월 동안 2조7856억원의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개미들은 주로 2차전지 관련주를 집중 사들였다. 전체 순매수액 중 2차전지 비중만 77.7%인 8조8195억원에 달한다. 순매수 1위 종목은 포스코홀딩스로 4조7601억원을 순매수했다. 에코프로(1조9144억원), 에코프로비엠(1조1967억원)이 그뒤로 2~3위다. 그 밖에 SK이노베이션(5662억원), 포스코퓨처엠(3821억원)도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매수 평균단가를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들은 포스코홀딩스 투자를 통해선 12% 수익을 봤다. 특히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을 통해선 각각 106%, 34% 수익권이다. 포스코퓨처엠은 38% 수익이지만 유상증자 여파가 발생한 SK이노베이션은 5%의 손실권이다.
주목되는 건 개미들의 쇼핑 목록에 과대낙폭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카카오, 네이버, LG생활건강, 한화솔루션 주식을 많이 순매수했다. 카카오, 네이버는 각각 5650억원, 5309억원을 사들였는데 상반기 각각 15%, 2%의 손실이 예상된다. LG생활건강과 한화솔루션의 예상 손실률도 각각 26%, 16%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종목들의 급등세에 수익 금액이 높은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건 반도체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합산 12조원어치 팔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4883억원의 수익액을 거머쥐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12.7%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미들과 정반대의 매동 현황을 보였다. 과대낙폭주보다는 상승 모멘텀이 발생한 종목 위주로 매수하는 모습이다. 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방산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주력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모두 수익을 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은 반도체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6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12조788억원, 1조5332억원 사들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순매수액 규모만 더해도 개인투자자들의 상위 10개 종목 총 순매수액을 넘어선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7만전자’, ‘10만닉스’의 벽을 훌쩍 넘은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 덕분으로 풀이된다. 매수 평균단가를 고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익률은 각각 11%, 21%다. 코스피지수 상승에 투자하는 TIGER MSCI Korea TR 상장지수펀드(ETF)도 1조원가량 샀다.
반도체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차(1조4305억원), 기아(6178억원) 등 자동차 관련주도 비중을 늘렸다. 2차전지 관련주 중에선 에코프로 형제가 아닌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을 각각 8548억원, 4062억원 순매수했다. 그 밖에 최근 지정학적 이슈로 상승 동력이 발생한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6088억원), 현대로템(4067억원) 비중도 늘렸다.
유동성공급자(LP) 역할 수행으로 정확한 매동 파악이 어려운 ETF를 제외하고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건 SK하이닉스로 7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익률은 21%다. 눈에 띄는 건 삼성전자 우선주를 2494억원 순매수하며 비중을 늘렸다는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우 주가가 본주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괴리율이 발생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투자자들은 반도체 외 DB하이텍(3607억원), LG이노텍(3460억원), 루트로닉(3142억원), KB금융(2759억원)도 많이 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통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이익 수준이 상향되거나 상승 동력이 발생한 종목을 주로 매매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내림세가 지속되는 종목의 저가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저가매수에 성공할 경우 많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경우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증권부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