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위스키의 성지, 스코틀랜드.’
영국 브리튼섬 북방에 자리한 스코틀랜드는 골프 마니아와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골프와 위스키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프리미엄 스포츠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 동쪽의 소도시 세인트앤드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경기 중 하나인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은 5년마다 이곳에서 열린다. 위스키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위스키 시장에서 최고의 명성과 역사를 자랑하는 발렌타인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북쪽의 소도시 알베스 모레이의 글렌버기 증류소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골프와 위스키가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발렌타인 골프클럽’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스코틀랜드의 유산이란 이름으로 손을 잡은 골프와 발렌타인을 애버딘에서 직접 만나봤다.
스코틀랜드 모레이 지역에 위치한 글렌버기 증류소
목동들의 놀이에서 귀족스포츠로 변모한 골프
골프는 위스키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는 점 외에도 골프의 18홀 규정이 위스키로 인해 탄생됐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서 동쪽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루스 지역에 기원을 두고 있다. 드넓은 초원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으로, 양치기 목동들이 주로 거주했다. 목동들은 쉬는 시간에 땅에 구멍을 파고 양실뭉치를 나무막대로 때려 넣는 게임을 했는데, 이게 지금의 골프로 발전했다는 게 학계의 유력한 주장이다.
이렇게 시작된 골프는 귀족들은 물론 스코틀랜드인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가 됐고, 1754년 세인트앤드루스에 최초의 골프장인 ‘The Royal and Ancient’이 세워졌다. 지금의 ‘Old Course(올드코스)’로 불리는 곳이다. 올드코스는 초기에 9홀의 코스로 개장했는데, 이를 왕복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18홀 개념이 생겨났다. 이와 관련 위스키와 얽힌 재미난 일화가 있다. 과거에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골프를 쳤는데, 코스 개념이 없다보니 술에 취한 골퍼들이 자주 골프공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올드코스를 계획할 때 코스가 겹치지 않게 했는데, 그게 지금의 18홀이 됐다는 것이다.
올드코스는 현재도 운영 중이다. 필드를 따라 갤러리들을 위한 인도가 같이 나 있어 관광지로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왕실골프클럽 회원만이 이곳 잔디를 밟을 수 있다. 코스가 오픈돼 있어 주변의 바다와 함께 경관을 즐길 수 있지만, 직접 티샷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세인트앤드루스 내에는 올드코스 외에도 골프코스가 여럿 있다. 도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의 토란스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곳 역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링크스 골프장이다. 또한 도심 내에는 영국 왕실의 월리엄 왕자가 공부했던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이 자리해 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가 전 세계 골프 마니아들의 성지라면, 에든버러 북쪽의 항구도시 애버딘에 자리한 로열 애버딘 골프클럽은 스코틀랜드 골프 마니아들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다. 1870년 문을 연 이곳에서는 올해 스코티시 오픈이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름에서처럼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골프대회다.
로열 애버딘 골프클럽은 올드코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곳 역시 왕실골프클럽 중 하나로 링크스(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안 코스)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코스 모든 곳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매년 ‘세계 10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발렌타인은 스코티시 오픈에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특히 17번홀을 이벤트홀로 선정해 이곳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준 선수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기도 한다. 굳이 17번홀을 선택한 것은 발렌타인의 인기 모델인 17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7월 7일(현지시각)에도 스코티시 오픈이 준비 중이었다. 또한 발렌타인이 10월부터 운영할 예정인 ‘발렌타인 골프클럽’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이날 페르노리카는 발렌타인 골프클럽을 10월에 오픈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골프이벤트와 위스키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유명 프로선수인 이안 폴터가 발렌타인 골프클럽의 책임자로 선정됐으며, 프로선수 25명과 각계 리더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렌타인 골프클럽은 인터넷(www.ballatinesgolfclub.com)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회원가입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200년의 시간을 품은 글렌버기 증류소
스코틀랜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골프라면 위스키는 가장 사랑하는 술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발렌타인을 첫째로 꼽는다. 특히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코틀랜드 최고(最古)의 글렌버기 증류소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대접한다.
애버딘 북쪽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자리한 글렌버기 증류소는 사실 외부인의 방문을 꺼려한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오다 보니 시설이 노후됐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과 같은 현대식 시설로 변신했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18세기에 지은 건물들을 그대로 사용했다.
애버딘에서 출발해 버스로 2시간 이상을 달리다 보면 모레이라는 소도시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도 외곽의 초원지대에 나와야만 글렌버기 증류소를 만날 수 있다. 초원지대에서 재배되는 봄보리를 발렌타인의 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스페이강과 초원지역이 만나는 완충지에 증류소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위)스코틀랜드 로열애버딘 골프클럽에 개최된 발렌타인 골프클럽 행사, (아래)프로골퍼인 이안 폴터(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렌타인 골프클럽의 운영자로 선정됐다.
안으로 들어서면 최신식의 현대적인 증류시설들이 자리해 있다. 10여 미터 높이의 구리로 만들어진 6개의 증류기들은 보리와 물을 섞어 끓이면서 뜨거운 열기는 내뿜고, 반대편의 스테인리스 보관옹기에는 숙성단계를 거치는 발렌타인의 원액들이 가득 들어 있다. 이안 로건 발렌타인 글로벌 앰버서더는 “발렌타인은 세계에서 1초당 2병씩 팔리는 메가 히트상품”이라며 “이곳에서만 한 해 400만L를 생산하는데, 병으로 치면 7500만 병”이라고 말했다.
증류시설이 있는 공장을 지나 뒤편의 저장시설에 들어섰다. 벽면에 거무튀튀한 이끼 같은 것이 잔뜩 묻어 있는데, 알코올 덩어리란다. 오랜 시간동안 공기와 접촉한 알코올들이 이끼처럼 벽에 붙어 있다는 것. 화기가 있을 경우 곧바로 불이 붙고 폭발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두꺼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축구장 크기의 공간에 수많은 오크통들이 빽빽하게 자리해 있다. 바로 발렌타인의 원액이 든 오크통들이다. 로건은 “발렌타인은 새 오크통이 아닌 버번이나 셰리 와인을 보관했던 헌 오크통을 사용하는데, 이는 발렌타인의 맛과 향을 내기 위한 비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보관시설 바로 앞에는 발렌타인의 창업자인 ‘조지 발렌타인(발렌타인의 창업자)’의 집이 있다. 내부에는 시음시설과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발렌타인의 과거 역사와 광고 이미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을 지나면 유일하게 과거의 모습을 품고 있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방문자센터(Customer House)다. 글렌버기 증류소가 설립될 시절 때 만들어진 곳으로 200여 년의 세월을 품고 있다.
먼저 2층으로 올라가 5가지 종류 발렌타인의 맛을 시음했다. 글렌버기에서 생산되는 발렌타인은 파이니스트, 12년산, 17년산, 21년산, 30년산 총 5가지인데, 이중 파이니스트와 12년산은 한국에서 만나기 어렵다. 종류에 따라 상쾌하고 달콤하고 스모키한 맛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원액으로 만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맛을 낸다.
시음을 마친 뒤 로건은 일행을 반지하 형태의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발렌타인의 원료로 사용되는 다양한 몰트 원액들이 저장돼 있었다. 이곳에서 그는 발렌타인의 과일향과 달콤한 맛을 내는 밀톤더프 증류소의 몰트 원액을 제공했다. 1969년에 생산된 무려 46년 된 몰트였다. 혀를 타고 넘어가는 밀톤더프 원액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향긋하고 달콤했다. 마치 부드러운 벌꿀에 과일즙을 섞은 맛이었다.
애버딘으로 다시 돌아오는 중 차안에서 다시 한 번 발렌타인의 새로운 캠페인 ‘Stay True’를 상기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골프,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오크통 안에서 최상의 위스키로의 변신을 기다리며 시간과 싸우는 몰트. 이 두 가지가 바로 발렌타인이 말하고자 했던 ‘Stay True’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며 질문했다. “나는 지금 나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