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부터 해야겠다. 강력한 쾌감 만큼 공포감도 만만치 않은 익스트림 스포츠다. 일정수준 이하의 담력과 수영실력을 갖추기 전이라면 도전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패러글라이딩과 윈드서핑을 결합한 카이트 보드는 시쳇말로 익스트림 스포츠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대형 연(Kite)에 보드를 연결해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고 하늘에 떠올라 다양한 점핑을 구사하는 카이트 보드는 인공적인 동력이 아닌, 바람에 의존한다. 직경 10m가 넘는 카이트가 상공 20m에서 받아내는 힘으로 보드는 최대 40km까지 질주할 수 있다. 보더가 체감하는 스피드는 200km를 넘어선다.
엄청난 체감 스피드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능숙한 카이트 보더들은 공중으로 15m이상 날아올라 믿기 힘든 공중제비를 선보인다. 얼핏 굉장히 위험해 보이지만 바다나 강이라는 완충장치 덕에 부상위험은 크지 않아 필리핀 보라카이나 미국 하와이 등 해외 유명휴양지에서는 인기 있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으로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는 ‘윈드서핑’을 밀어내고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간단한 조작, 4일 강습 받으면 어엿한 ‘보더’로
체험을 위해 뚝섬으로 향했다. 멀찌감치 대형 카이트에 의지한 보더들이 멋진 점프를 선보이는 광경이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카이트 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따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해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 4일 동안 진행되는 기본교육은 이론 및 지상훈련과 보딩용 카이트 수상훈련, 해상 보디드러그 및 워터 스타트 연습 등으로 구성된다.
본격적으로 장비를 갖추고 바람을 다루는 ‘감’을 익힌 후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숙지하기 위해 2m 남짓한 연습용 소형 카이트를 손에 쥐었다. 공중에 떠 있는 대형 카이트를 본 후인지라 우습게 생각했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카이트가 받아내는 바람의 힘에 온몸이 끌려가 물에 그대로 고꾸라질 위기의 순간을 가까스로 피했다. 실제 보딩에 사용되는 카이트의 크기는 4m에서 최고 15m 정도인데 사람의 몸무게나 바람의 세기에 따라 각각 다른 연을 사용한다. 바람이 적은 날일수록 커다란 카이트를 사용한다.조작법은크게 어렵지 않다. 연이 중심을 잃고 바닥을 향하면 반대쪽 줄을 당겨 중심을 잡고 연을 아래로 내리려면 잡은 막대기를 놓으면 된다. 바람이 끄는 방향대로 몸을 맡기자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물에 빠졌다. 카이트가 몇 차례 물에 빠져도 바로 다시 띄울 수 있어 크게 번거롭지는 않았다. 단 온전히 균형을 잡아 앞으로 나가지 위해서는 몇 차례 물맛을 봐야 했다. 카이트를 잡은 팔에 많은 힘이 가해졌지만 윈드서핑에 드는 힘의 5분의 1 정도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근력보다 균형감각이 더욱 중요해 보였다.
차츰 질주가 익숙해질 때쯤 용기를 내 막대를 잡아끌어 점프를 시도했다. 강사의 놀란 표정이 보이자마자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중에 붕 떠올라 인간 본연의 자유를 느끼기도 전에 찾아온 공포심으로 막대를 놔버렸다. 2m도 채 공중에 뜨지 않았다고 했지만 체감높이는 10m 이상에서 고꾸라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점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지만 강사의 고성을 동반한 따끔한 호통과 만류로 참아야 했다. (점프는 완벽하게 보딩에 익숙해진 후 관련 연수를 받은 후 시도하는 편이 안전하다.)
트렁크에 들어가는 단출한 장비로 즐기는 사계절 스포츠
카이트 보드는 1990년 윈드서핑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미국 하와이와 유럽, 호주 등지의 서퍼들이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개발됐다. 국내에는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왔고,애호가는 1000여 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금 시작하면 얼리어댑터까지는 아니라도 트렌드세터는 될 수 있다.
보딩을 위해 필요한 장비는 카이트와 보드, 서핑용 하네스(기구와 몸을 연결하는 장비), 조종용 컨트롤 바(약 30m의 줄) 정도로 단출한 편이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만들어내는 곳은 없다. 총 구입가격은 300만원 선으로 가볍지 않지만 모터보트를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수상스키나 몸체가 큰 윈드서핑 등 여타 해양스포츠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장비구입비와 4일 기준 40만~50만원의 강습비만 지불하면 한동안 돈이 들어갈 일은 없다. 장비를 정리하면 트렁크에 들어갈 정도로 부피가 작은 점도 매력적이다.
국내에서 카이트보드를 즐길 만한 장소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한강 뚝섬유원지나 경기도 평택항, 시흥의 오이도 등이다. 전국적으로는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제주 성산 등도 명소로 꼽힌다. 사계절 물과 바람이 있는 곳이라면 카이트 보드를 즐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장소와 시점을 택하는 것이 자유로운 보딩을 즐기기에 유리하다.
도움 정영준 카이트보더카이트 보드 배울 수 있는 곳
가디언 카이트보딩스쿨 http://cafe.daum.net/SKYBORACAY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