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61호와 제262호.
조선시대 대표적 미술품 중 하나인 백자는 문화재청에 이런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이 중 261호는 온화한 백색과 유려한 곡선, 넉넉한 형태를 고루 갖춘 항아리로 ‘백자호’라고 불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백자가 바로 그것이다.
반면 262호인 백자대호(사진 위)는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낯선 백자다. 백자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높이 49cm에 아가리 지름 20.1cm, 밑지름이 15.7cm로 장독대의 옹기항아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크다. 그래서 이름도 ‘큰 대(大)’를 사용해 ‘백자대호’로 불린다.
크기가 커서일까. 백자대호는 현재 전 세계에 20여 점만 남아 있다. 크기가 커서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오랜 시간 유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백자대호 7점이 7월 16일부터 8월 1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등장한다. 대한민국 대표 서양화가인 고(故)김환기가 소유하고 있던 백자대호 7점이 30년 만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가나아트센터는 <백자대호, 빛을 그리다:김환기, 오수환>展을 통해 순백의 백자대호 7점과 조선백자 및 청화백자 총 50점, 김환기(1913~1974)의 유화와, 과슈 작품 20점, 오수환(1946~)의 유화와, 과슈 10점을 출품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공개되는 백자대호 7점에는 보물 1438호, 1439호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선정된 백자대호 3점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초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김환기 화백은 일본 니혼대 미술학부 출신으로 서울대 미대와 홍익대 교수 등을 맡았다. 특히 그는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백자 달항아리(백자대호)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백자대호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동양적인 예술정신을 서구양식으로 표현하는 옵티컬 추상화법으로 명성을 쌓았다.
‘서체적 추상화’라는 기법으로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수환 화백은 서예에서 볼 수 있는 일필휘지와 같은 표현주의적 드로잉을 서양화 재료로 표현해 해외에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수천 장의 드로잉을 통해 역동적인 선을 그려내는데, 이는 조선백자 특유의 원만하고 유려한 선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화면 위에 대담하게 흩뿌리는 물감은 동양화 특유의 선과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해준다.
바쁜 도시생활과 폭염으로 심신이 지쳐가는 지금, 백자대호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여유로움과 여백의 미로 한번쯤은 한 박자 쉬어 가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