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詩的)인 피아니스트’
일찍이 워싱턴 포스트는 재즈 피아니스트 론 브랜튼의 재능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한 바 있다. 백인 재즈 피아니스트 특유의 관조적이며 깊은 사색을 통한 섬세함이 론의 연주의 특징이다. 사색의 깊이는 지적인 연주와 정갈한 터치로 이어진다. 김진묵 음악평론가는 “론 브랜튼의 음악은 예리한 지성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철하게 음악을 본다는 것이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 후 13년째 국내 정기공연을 이어오며 인기를 끌고 있는 론이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정규음반 발표를 미뤄온 이유는 그의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녹음여건이 충족될 때까지 음반 출시를 미룬 채 라이브 무대를 고집해왔다. 그랬던 그가 장고끝에 음반을 들고 나왔다. 주제는 ‘물’이다.그는 “물은 때론 아름답게, 때론 지극히 악의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을 띠기도 한다”며 “봄 들판에서 발견되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형상을 한 ‘물의 들판(Water Fields)’에서부터 우면산 산사태를 불러왔던 그 지독한 폭우를 보며 작곡한 ‘망할 홍수(Damn The Flood)’까지 다양한 물의 모습을 담아냈다”고 했다.
‘생명을 분출해 내는 옹달샘’, ‘늦은 봄 논에 찬 물의 그렁그렁한 모습’,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물에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미지를 그려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독특한 색채감, 짜임새 있는 구조가 인상적인 론 브랜튼의 음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선율적이며 물이라는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흐르는 멜로디 라인을 피아노, 색소폰, 기타로 조화시켰고 폴리포니(Polyphony) 라인들은 모두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로 전면에 내세웠다. 오는 8월 2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그의 첫 번째 사색의 습작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