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질환 진단이 ‘패턴 인식’에서 ‘예측’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상 하나, 혈액 한 방울이 만들어내는 정보는 여전히 많지만, 그것을 인간의 눈과 감으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이 한계를 인공지능(AI)이 메우고 있다. 생성형 AI와 단백질 네트워크 분석 기술이 접목되면서, 뇌 속 보이지 않던 병의 징후는 더 이르게, 더 정확하게 포착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학교 의료원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연달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상 기반 AI는 병의 진행 경과를 시각화해 보여주고, 혈액 단백질 기반 AI는 침습적 검사 없이도 고위험군을 가려낸다. 여기에 글로벌 연구 협의체들은 거대한 생체정보 데이터세트를 공개하며 AI 의료기술의 실용화를 촉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단순히 판독 속도를 높이는 기술 혁신을 넘어, 환자의 치료 방향과 의료 시스템의 판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제 진단은 더 이상 현재만을 보는 기술이 아니다. 환자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새로운 의학의 형태가 현실이 되고 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조짐도 이제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연구는 의료 현장에 작지 않은 기대감을 안겼다. 그들은 뇌 영상에서 파킨슨병의 미세한 징후를 포착하고, 병의 진행 과정까지 ‘영상으로’ 예측하는 생성형 AI기술을 개발해냈다.
연구진은 도파민 신경세포 상태를 확인하는 핵심 검사인 DAT PET(도파민 수송체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영상 1934건을 학습시켜 초기 파킨슨병과 본태성 떨림을 최대 99.7% 정확도로 구분하는 AI 모델을 구현했다. 또한 파킨슨병과 다계통위축증, 진행성핵상마비 같은 감별이 어려운 질환도 86.1% 정확도로 판별했다. 이 기술은 기존 영상 해석의 주관성과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진은 도파민 신경세포 상태를 확인하는 핵심 검사인 DAT PET(도파민 수송체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영상 1934건을 학습시켜 초기 파킨슨병과 본태성 떨림을 최대 99.7% 정확도로 구분하는 AI 모델을 구현했다. 또한 파킨슨병과 다계통위축증, 진행성핵상마비 같은 감별이 어려운 질환도 86.1% 정확도로 판별했다. 이 기술은 기존 영상 해석의 주관성과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진은 도파민 신경세포 상태를 확인하는 핵심 검사인 DAT PET(도파민 수송체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영상 1934건을 학습시켜 초기 파킨슨병과 본태성 떨림을 최대 99.7% 정확도로 구분하는 AI 모델을 구현했다. 또한 파킨슨병과 다계통위축증, 진행성핵상마비 같은 감별이 어려운 질환도 86.1% 정확도로 판별했다. 이 기술은 기존 영상 해석의 주관성과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열었다.
핵심은 생성형 AI 기술이다. 연구진은 ‘계층적 확산모델 기반 인코더(HWDAE: Hierarchical Wavelet Diffusion AutoEncoder)’를 적용했다.
확산모델은 이미지에 점진적으로 노이즈를 넣고 다시 복원하는 방식을 반복하며 학습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신경세포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AI는 현재 뇌 상태를 진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습한 패턴을 바탕으로 향후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영상으로 예측해 시각화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병의 경과를 설명하거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환자에게 예측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임상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며 “질병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줄이고,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촬영이 부담스러운 고령 환자에게는 보다 간단한 진단 방법이 절실하다. 이를 해결한 것이 아주대학교 의료원의 혈액 기반 인공지능 모델 ‘PPIxGPN’이다.
우현구 아주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와 신현정 아주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혈액 속 1463개 단백질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침습적인 뇌척수액 검사나 고가의 뇌 영상 검사 없이, 단순 혈액 검사만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의 906명 샘플을 기반으로 치매 관련 핵심 단백질 113개를 선별해냈으며, 이 가운데 19개 단백질 정보만으로도 예측 정확도 0.791의 성능을 보였다. 기존 머신러닝 대비 평균 9.6% 향상된 수준이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정보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브리핑스 인 바이오인포매틱스 2025년 5월호에 실렸다.
우 교수는 “이 기술은 단순한 진단을 넘어서 질환 진행 예측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 가능한 정밀의료 기반 기술”이라며 “향후 임상 진료 현장에서 치매 환자의 초기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AI 기반 진단 기술이 진화하려면 필수적인 것이 있다. 바로 ‘데이터’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벌 신경퇴행성 단백질체학 컨소시엄(GNPC)이 세계 최대 규모의 신경퇴행성 질환 단백질 데이터를 공개했다.
GNPC는 2023년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과 게이츠재단이 공동 설립한 국제 연구 협의체로, 전 세계 23개 연구기관의 혈장·뇌척수액 데이터 3만 5000건 이상을 수집하고 분석해 총 2억 5000만 건의 단백질체 데이터 세트를 확보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과 네이처 에이징에 게재됐다.
특히 시드니대학교 케이틀린 피니 교수팀은 GNPC 데이터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고위험 유전자 APOE4 보유 여부를 AI로 99% 정확도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고, 세인 트루이스 워싱턴대 카를로스 크루차가 교수팀은 파킨슨병, 전측두엽 치매 등 각각의 질환에서 특이 단백질 서명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AI 기술의 진화는 단순 진단을 넘어서 ‘치료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의료원이 개발한 AI 기술은 단순히 정확도가 높은 진단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치료 방향을 잡고, 예후를 예측하고, 환자에게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임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남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영상 생성에 특화된 확산모델을 활용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에 이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복잡한 영상 해석이나 고비용 장비 없이도, 간단한 검사로 조기 발견과 예후 설명이 가능해진다면, 환자 치료는 물론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은 아직 완치법이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이제 AI와 데이터 속에서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