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와중에도 아세안 프리미엄 시장은 성장 중… WEF “아세안서 향후 가장 뜰 산업은 먹거리”
문수인 기자
입력 : 2021.01.27 14:27:54
수정 : 2021.01.27 14:28:24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상업지구 내 개장한 쇼핑몰 아쉬타(ASHTA)는 코로나19 와중에도 주 평균 1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복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가 인도네시아서도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 아쉬타 쇼핑몰은 기존 인도네시아 전통 몰과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모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신 타깃 고객층을 정하고 아쉬타만의 감성을 입혀 차별화를 꾀했다. 입점 점포도 아쉬타가 지향하는 업종 위주로 꾸렸다. 이 같은 전략이 현지에서 먹혀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자카르타에는 쇼핑몰 수가 170여 개나 될 정도로 많아 신생 쇼핑몰의 경우 이처럼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은 “아쉬타가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 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잘 포착했기 때문”이라면서 “프리미엄 전략이 통한 것 같다”고 했다.
무역관에 따르면 아쉬타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인도네시아 경제도 2·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좋지 않았지만 사전 행사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주요 대상 고객들의 소비 수준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쇼핑몰 오픈을 강행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와중에도 아세안의 프리미엄급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비단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고급화를 표방한 시장 공략 전략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방콕의 한 쇼핑몰에 전시된 유기농 제품들
역시 몰(mall)의 천국인 태국의 경우도 최근 공사가 진행되는 몰 상당수가 규모나 품질 면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수도 방콕뿐만 아니라 파타야 등에서도 럭셔리 몰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 공사 진행 관계자는 “수요 측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럭셔리 쇼핑몰을 지향하게 됐다”고 전했다.
빈부격차가 심한 아세안에서 이 같은 프리미엄 사업이 관심을 받는 것은 역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고 나면 10억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가 다시 활력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 기대 또한 장밋빛이다.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6월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와 협력해 낸 보고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아세안)의 미래 소비’를 보면 2030년 아세안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1인당 GDP 또한 매년 4%씩 성장해 2030년 66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전체 소비가 늘어 현재 시점 기준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전체 규모는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개별 국가로 봐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연 소득 15만달러에서 25만달러 사이의 고소득 인구가 2019년부터 연평균 5.88%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4년이면 약 19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수요를 다 빨아들였던 중국의 최근 둔화 조짐과 맞물려 아세안의 이 같은 경제 성장성은 글로벌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미 아세안 산업 지도는 두터워지는 중산층을 바탕으로 거대한 변화의 용트림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현지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식음료 분야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환경 관련 음식,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세안은 기후 특성상 과일 등 먹거리가 풍부해 그동안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이런 역내 특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산업이 향후 아세안서 가장 뜰 산업으로 거론되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먹거리 산업은 국가 수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지 않으면 관심과 성장을 지속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WEF는 식음료 분야를 “다음 10년 동안 아세안 내에서 가장 수요가 크게 늘어날 분야”라고 콕 짚었다.
역내 이와 관련된 인식 변화 흐름도 분명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과 필리핀 소비자의 90%가 친환경 상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도 도시 인구의 75%가 건강한 식재료 등을 통해 다이어트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기농 등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수요는 아세안 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아세안서도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카시콘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국 유기농 제품 시장 규모는 약 8900만~9600만달러로 추산됐지만 2021년에는 약 2배인 1억7788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말레이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은 “2019년만 보더라도 당분 함유 식품의 소비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했지만 유기농 제품은 4.3% 성장했다”며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제품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상업지구 내 개장한 고급 쇼핑몰 아쉬타(ASHTA)
베트남에서는 프리미엄 수산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 어업국가여서 수산물이 풍부하지만 삶의 질이 달라짐에 따라 바닷가재, 게, 연어, 전복, 굴 등 고급 품목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또 프리미엄 과일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호찌민 무역관은 “소득증대에 따라 수입산 신선 과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격이 현지 과일보다 비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프리미엄 먹거리 시장이 역내에서 뜨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라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사업적 기회가 많이 있을 수 있단 얘기다.
방콕 무역관은 “태국 내 최근 관심이 급증한 유기농 제품은 상대적으로 매우 비싼 편에 속해 고소득층들에 의해 소비되는 틈새시장에 해당된다”며 “하지만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어 우리 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아세안 현지서 식음료 분야 못지않게 뜰 산업으로 전자상거래 분야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아세안에서도 익숙한 이커머스 시장이지만 워낙 성장세가 가팔라 여전히 유망한 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커머스도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는데, 고급 식재료 당일 배송 등 달라지는 산업지형도를 반영한 움직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만큼 역내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단 얘기다. WEF는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이 매년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