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퇴직한 동료들과 격월로 골프 모임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고 식사도 골프를 끝낸 후 골프장 인근 맛집에서 한 끼로 해결하고 불필요한 부담도 줄인다. 커피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 가기에 골프장에선 경기 외적인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캐디피와 식사 비용은 간단한 내기를 통해 공동으로 부담한다. 내기로 흥미를 유발하고 자연스레 비용을 거둔다. 주로 5만~6만원을 갹출해 조폭 스킨스 게임으로 비용을 충당한다.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내기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기 골프 종류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내기는 스트로크(Stroke)와 라스베이거스(Lasvegas) 방식이다. 스트로크는 웬만큼 잘 치는 사람끼리 친한 사이에서 기본으로 많이 하는 내기인데 말 그대로 타당 내기이다.
1타당 정한 금액에 스코어 차이를 곱해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준다. 실력 차이가 워낙 크면 핸디캡만큼 금액을 미리 주고 진행하거나 경기를 끝내고 핸디를 적용하는 후 핸디캡 적용 방식이 있다.
후 핸디캡의 경우 동반자들의 핸디캡을 모를 때 주로 사용하며 추가 규칙으로 배판 제도가 있다. ▲트리플 보기 ▲버디 ▲3명 동일 스코어 3가지 경우가 발생하면 타당 금액이 2배가 된다. 이는 해당 홀이나 다음 홀에 적용하기 나름이다.
3개 홀 합산 스트로크 방식도 있다. 스트로크는 돈을 많이 잃기 쉽고 실력이 비슷해야 재미있는데 이 점을 보완 하려고 만들어졌다. 스트로크와 스킨스를 결합한 것으로 처음 일정 금액을 갹출해 3개 홀에 걸쳐 스트로크 방식으로 1, 2, 3, 4등을 정하고 애초 정한 상금을 준다.
가령 인당 15만원을 냈다면 1등 4만원, 2등 3만원, 3등 2만원, 4등 1만원을 지급한다. 주로 10만원씩 거두는 뽑기 방식에 비해 돈을 많이 내지만 계속 꼴찌를 해도 6만원은 받기에 사실상 9만원 내기를 하는 셈이다. 핸디캡을 적용해 3개 홀에서 1등한 사람에게 다음 홀에서 1타를 더하고 꼴찌에겐 1타를 줄여서 실력 격차를 해소하기도 한다.
이는 골프 실력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짝을 지어 진행하는 경기로 선수끼리 스코어를 합산해 낮은 팀이 그 홀에 걸린 상금을 차지한다. 미리 4명이 돈을 거둬 이긴 팀2명이 정한 금액을 빼먹기도 한다.
짝을 이뤄 진행하기에 동료에게 피해를 안 끼치려고 집중하고 같은 편끼리 서로 친해지는 장점도 있다. 계속 돌아가며 짝을 이루기에 크게 잃지도 않고 4명이 캐디피를 모으는 데도 적합하다.
라스베이거스 응용 버전도 있다. 스코어 순서로 짝을 짓는 게 아니라 티샷 후 왼쪽으로 공을 보낸 2명과 오른쪽으로 보낸 2명이 편을 먹는 좌탄우탄 방식이다. 티샷 비거리가 가장 긴 사람과 짧은 사람이 한편이 되는 롱기짤 방식도 있다. 조커가 들어간 뽑기도 라스베이거스 변형이다. 보통 조커를 뽑았을 때 보기로 하는데 순발력 있는 백돌이 골퍼가 개발한 듯하다.
홀마다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가장 좋은 스코어를 거둔 사람이 상금을 가져간다. 동점자가 나오면 상금은 이월돼 다음 홀 상금에 합친다.
승자 독식으로 실력이 비슷해야 계속 상금이 누적돼 흥미를 더해가는데 4명 실력이 비슷한 경우가 드물다. 이래서 핸디캡을 적용한다. 미리 실력에 따라 핸디캡을 적용하는데 3강 1약이라면 하수는 비기면 이기는 걸로 하거나 아예 한 타를 빼준다. 4명 실력이 제각각이라도 이런 식으로 0.5타나 한 타를 적용하면 흥미진진하게 즐긴다.
라스베이거스는 2대2, 스트로크와 스킨스는 4명이 실력을 겨루는 데 비해 후세인 게임은 1대3이나 1대2(3인 플레이 경우)로 하는 내기이다.
스킨스 게임처럼 각자 일정 금액을 갹출하고 후세인으로 지명된 1명과 나머지 3명의 골퍼가 대결한다. 홀마다 2위를 기록한 사람이 후세인으로 임명되고 후세인 스코어에 3을 곱한다.
이 점수와 나머지 3명의 스코어를 합산해 낮은 쪽이 상금을 가져간다. 가령 후세인이 이기면 갹출한 금액 중 3만원을 독식하고 비기면 다음 홀로 이월된다. 나머지 3명이 후세인을 이기면 1만원씩 가져가게 된다. 후세인 지명은 매 홀 티샷 전에 정하거나 첫 홀 티업 전에 정한다.
업그레이드 후세인 게임 버전으로 3명 중 제일 못 친 사람 스코어를 빼고 잘 친 2명의 스코어 합과 후세인의 스코어 곱하기 2를 한 숫자를 비교해 승부를 결정한다. 3명 중 가장 잘 친 타수로 후세인과 비교할 수도 있다.
이때 처음부터 후세인을 고정으로 할 수도 있고 이전 홀에서 가장 잘 친 사람을 후세인으로 지명해도 된다. 특출한 실력 보유자가 아니라면 후세인에게는 불리할 수도 있다. 일정 금액 이상 돈을 딴 사람이 후세인이 되면 돌아가면서 승자 독식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어느 게임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벌칙이다. 일정 금액 이상 딴 사람이 OB(Out of Bounds), 벙커, 스리 퍼팅, 트리플 보기, 해저드(패널티) 구역 등에 해당하면 벌금을 낸다. 이 5가지 벌칙 규정을 ‘오빠 삼삼해’라고 부른다(오는 오비, 빠는 벙커, 삼삼은 스리 퍼팅과 트리플 보기, 해는 해저드).
‘오빠 삼삼해’인 OECD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G7도 있다. ‘오빠 나도 삼삼해’인데 여기에서 ‘나도’는 나무와 도로로, 치다가 나무나 도로에 맞아도 벌금을 낸다는 의미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너무 잘 치면 돈을 딸지 모르지만 “손님 떨어진다”는 말처럼 장기적으로 좋을 게 없다. 늘 돈을 따니까 함께하기 싫은 게 인간 속성이다. 하수에게도 유리한 룰을 적용해 동기부여를 유도할 필요도 있다.
또 돈을 많이 따면 적절하게 배분하거나 캐디피 혹은 식사 비용을 지불하면 동반자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 내기 금액도 요즘 캐디피(15만원)와 식사비를 고려할 때 1인당 6만원 정도면 무난하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
매일경제신문에서 스포츠레저부장으로 근무하며 골프와 연을 맺었다. 당시 동료들과 <주말골퍼 10타 줄이기>를 펴내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매경LUXMEN과 매일경제 프리미엄 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