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중국 주요 언론에는 국내에서 명망이 있는 20여명의 인구학 학자들이 정부의 ‘산아제한(計劃生育) 정책’을 점차 완화할 것을 주장한다는 소식이 실렸다. 주요 언론에 정부의 중요한 현 정책에 대해 상반되는 견해를 발표한다는 것은 중국 정치의 특성상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따라서 이는 오히려 중국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향후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백성들의 반응을 알아보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산아제한 정책’은 중국 헌법에까지 명기되어 있고 국무원 내에서 외교부나 국방부와 거의 대등한 격을 가진 ‘인구 및 계획생육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국책이기 때문이다.
‘산아제한 정책’은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하여 엄격히 실시하는 특수한 정책으로 세계적으로 오직 중국만이 실시하고 있다. 보통 ‘한 자녀 정책’이라고도 부르는데 부부가 자녀 한 명 이상을 낳을 수 없도록 규제하며 이를 어길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게 한다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이다. 첫 자녀가 장애자거나 부부가 모두 독신자녀인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2명까지 출산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일정한 간격을 두어야 하며 정부 해당 부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산아제한 정책’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도시주민일 경우에는 여전히 최고 2명까지만 출산을 허가하고 있다.
일반인이 ‘산아제한 정책’을 위반하여 임신했을 경우에는 중절수술을 해야 하지만 출산할 경우 거액의 벌금 등 처벌을 받는다. 공산당원이나 정부 공무원인 경우에는 심지어 당내 처벌, 직무 해제 등 향후 출세 가능성이 영영 사라지는 엄중한 결과를 각오해야 한다. 자녀가 이미 있는 부부들에게는 영구적인 불임수술을 권장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강제로 이를 추진하는 경우까지 있다.
보통 매년마다 상급 정부로부터 그 지역 인구증가 계획과 출생허가 쿼터가 할당되는데 이는 지방정부 관료들에게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임무이다. 지난 6월 중국 서부 산시(陝西)성 한 시골마을에서 ‘산아제한 정책’을 위반하고 임신한 한 농촌 여성이 4만위안의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임신 8개월인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중절수술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국내외의 큰 뉴스거리가 된 이 사건을 알고 수많은 사람들은 해당 지역 관료들이 살인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고 성토했지만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산아제한’ 정책이 중국에서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산아제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시되려면 강력한 정부기구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현재 중국의 모든 정부기구에 ‘산아제한 정책’ 담당 부서가 설치되어 있고 수천,수만에 달하는 전직 공무원들이 이 일을 전담하고 있다. 심지어 국무원 총리가 국가 ‘산아제한 영도소조(計劃生育 領導小組)’ 조장직을 겸임하고 성장, 현장 등 대부분의 지방정부 행정수장들도 마찬가지로 그 지역 ‘산아제한 영도소조’의 조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산아제한 정책’의 탄생은 아이러니하다. 원래 1950년대 초에 베이징 대학 총장이던 마옌추(馬演初) 경제학 교수가 중국이 인구가 많고 토지가 적은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적당히 인구성장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중국 정부에 건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당시 마오쩌둥 지도부는 이를 ‘신맬서스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인구출생을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다가 계획경제 체제하에서 식량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1960년대 후반부터는 마오쩌둥 지도부가 친히 나서서 ‘산아제한 정책’을 국책으로 지정하고 강력히 추진해 왔는데 개혁개방 이후에도 이 정책만은 여전히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다. 이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우선 중국정부와 주류 학자들은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구 압력이 줄었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국민생활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큰 성과로 꼽는다. 심지어 중국인구의 저성장이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도 공헌했다는 식으로 세계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정책의 부작용이 확실해지자 ‘찬성파’들의 주장이 점점 시장을 잃어가는 추세이다.
반면에 중국 ‘산아제한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날카롭다. 우선 강제적으로 추진한 이 정책이 인간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은 유일하게 이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를 제치더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강제적인 ‘산아제한 정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중국 개혁개방의 성공 경험은 인구성장이 경제발전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맬서스주의’ 이론의 비과학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식량문제를 철저히 해결한 것은 주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한 덕분이 아니라 경제 고도성장과 농업생산 기술발전의 덕분이다. 중국의 인구는 세계 1위이지만 인구 밀도로 보면 한국보다도 훨씬 낮다. 비록 현재 중국은 매년 대량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지만 농산물 무역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다. 또 중국정부는 지금도 ‘식량안보’를 이유로 18억 무(畝)의 경작지 확보를 ‘마지노 선’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 농촌에 가보면 대다수 젊은 농민들이 도시로 떠나다 보니 황폐해진 경작지들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적인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중국이 세계적으로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선진적인 과학기술과 국민재부의 축적 및 높은 노동생산성을 바탕으로 노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중등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도 벌써 일찍이 거대한 노령화 사회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산아제한 정책’이 중국 사회에 가져다 준 사회적인 영향은 더 심각하다. 이른바 ‘소황제, 소공주(小皇帝, 小公主)’라고 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형제자매 없이 자라난 세대들이 과연 향후 어려운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자녀로 태어나 부모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응석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군대에 가서 제대로 나라를 지키는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군인이 아니더라도 평시 인명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부모에게 주는 영향은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장기간 정부로부터 양로보험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농민들이 노후 생활 때문에 ‘남아 선호’ 경향이 있어 현재 중국 농촌에는 성별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심지어 향후 10년도 못 가서 3000만명 이상 농촌 총각들이 장가를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도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는 임기 내에 지금까지 실시해 온 ‘산아제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밖에 없는 난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만약 ‘산아제한 정책’을 개혁(폐기)할 경우 지금까지 정책 추진을 일생 직업으로 삼아 온 공무원들을 포함하여 기득권 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