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IG 2.0] 변화하는 제조업 지형 | 전기차 시대 성큼, K-배터리 질주 바이오시밀러 선전에 바이오도 굳건
안재형 기자
입력 : 2020.10.27 16:55:08
수정 : 2020.10.27 17:28:15
최근 주춤한 국내 증시에 BBIG 관련주도 조정 국면이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BBIG7(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4분기에도 여전히 증시 주도주는 BBIG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그런 이유로 주도주의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K배터리의 분기 실적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말 전지(배터리) 부문 분사를 앞두고 있는 LG화학은 3분기 경영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영업이익은 158.7%가 늘었다. 이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 8.2%, 영업이익은 57.8%나 늘었다. 종전 최대 실적은 매출의 경우 지난해 4분기 7조4510억원, 영업이익은 2011년 1분기 8313억원이었다.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등 사업 부문이 골고루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전지 부문은 자동차 배터리, 소형 전지 공급 확대로 역대 최대인 16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3조143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새로운 전기차 출시와 원통형 전지, 정보기술(IT) 제품 공급 확대가 역대급 실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LG화학이 성장세를 유지하는 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CFO)은 “3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에도 연초부터 내부 효율성 제고, 현금 흐름 안정화, 미래를 위한 투자 지속 등 핵심 과제에 집중해 온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며 “향후 매출 성장과 수익 확대 등 실적 개선은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 12월 모회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물적 분할을 통해 배터리 부분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3분기 실적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3분기 전망치는 매출 2조9338억원, 영업이익 2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5%, 2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미국 가정용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며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 여파로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생산기지인 헝가리 공장의 두 번째 증설도 주목받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기존보다 2배 가까이 생산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전망치는 하락세가 예상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04% 줄어든 9조3987억원, 영업이익은 60.78% 감소한 1294억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로 인한 유가하락과 관련 석유제품 판매가 하락 등으로 올 상반기에만 2조214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여전하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올 연말까지 20GWh로 확대할 것”이라며 “증설 중인 유럽·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71GW가 확보되고 향후 100GW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비롯한 K배터리 3사의 실적개선과 투자 소식에도 늘 굴곡은 존재한다. 지난 10월 초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8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순위를 살펴보면 중국의 CATL이 탑재량과 시장점유율에서 LG화학을 밀어내고 다시 1위에 올랐다. 전 세계 전기차 탑재량을 기준으로 중국 CATL 2.8GWh, LG화학 2.4GWh, 일본 파나소닉 2.1GWh, 삼성SDI 0.6GWh, 중국 BYD 0.6GWh, SK이노베이션 4.8GWh 등으로 순위가 집계됐다. SNE리서치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판매가 늘며 한국계 3사가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중국 내 판매), 르노 조에(ZOE), 포르쉐 타이칸 등에,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포드 쿠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BMW 330e 등에,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 현대 포터2 일렉트릭, 쏘울 부스터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 8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1% 성장했다. 이 중 중국이 42% 증가하며 8개월 만에 10만 대를 회복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무조건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놓치면 K배터리의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지원 등 총력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전기차 화재 사건도 K배터리 성장세의 악재 중 하나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선 현대차를 비롯해 포드, BMW, 아우디가 화재 등의 이유로 리콜을 진행 중이다. 모두 K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다. 배터리 업계는 화재 원인 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결함을 논하는 건 시장의 성장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 연구소
▶K바이오시밀러의 약진, 기술수출은 이미 9조원 돌파
국내 바이오산업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K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기업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우선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총사(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독보적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올 1분기 유럽 시장점유율은 57%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존슨앤드존슨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의 점유율(28%)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다. 혈액암 치료제인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점유율도 68%를 넘나들고 있다.
글로벌 기업 바이오젠의 오리지널약 리툭산은 2017년 78%에서 올 1분기 21%로 유럽 시장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유방암 표적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는 2018년 4%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올 1분기 현재 19%로 껑충 뛰어올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의 자가면역 치료제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를 내세워 4년여 만에 에타너셉트 성분을 사용하는 의약품 시장에 우뚝 서고 있다. 베네팔리는 지난 7월 말 유럽 시장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K바이오시밀러의 영토확장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기세를 높이고 있다. 2016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램시마)와 2017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내놓은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가 오리지널의약품을 밀어내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소
올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도 이미 지난해 실적인 8조5000억원을 넘어 9조원(10월 21일 기준)을 돌파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의 올 기술수출 건수는 총 10건으로 9조1521억원에 달했다. 기업별로는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원천기술(ALT-B4)의 수출 규모가 4조6000억원대로 가장 컸다.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재조합 효소 단백질로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돕는다. 일반적으로 정맥주사로 투여되는 모든 바이오의약품을 대량으로 피하에 투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GLP 글루카곤 수용체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해 상용화하는 1조원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레고켐바이오는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항체-약물 복합체(ADC) 원천기술을 이전하고, ADC에 기반한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했다. 두 차례에 걸친 계약 규모는 7600억원이나 된다.
최근엔 각종 암 질환에 대한 표적 치료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보로노이가 72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오릭에 자체 개발한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고형암 치료제 후보약물을 기술 이전하는 계약이다. 오릭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총 6억2100만달러(약 7200억원)의 계약금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