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Ⅱ | 2017 금리전환기 재테크 전략…막 내리는 저금리시대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윤재오 기자
입력 : 2017.01.10 10:40:11
수정 : 2017.01.20 15:12:56
올해 재테크의 최대변수는 금리다.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따라 증시와 부동산시장이 출렁이고 자산 가격에 큰 변동을 가져온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 반면 일본과 유럽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금의 대이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 추가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경우 국내 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연구센터장은 지난 12월 15일 매일경제신문 주관으로 개최된 ‘제1 회 국가정책콘퍼런스’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1% 높이면 주택가격은 최대 0.6%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대출가계 중 28%가 상환능력을 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일 KDI연구위원도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조는 가계부채와 맞물려 신용경색 때 가계의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금리 전망을 찬찬히 살펴보고 재테크 포트롤리오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15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한 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연준 올해 3차례 금리인상 예고
트럼프 재정확대정책 인상속도에 변수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이 올해 몇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리고 그 폭은 얼마나 될지에 따라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이 달라지고 재테크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강달러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신흥국의 자금유출을 늘리는 등 글로벌 자금이동을 가속화할 수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 14일 연 0.25~0.5% 수준인 기준금리를 0.5~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또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연 3차례씩 기준금리를 총 9차례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금리인상 결정은 이미 예고된 수준이었지만 향후 금리인상 계획이 함께 발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가치는 급등했으며 중국 위안화 가치는 8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미국 다우지수도 1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올해 금리인상은 당초 2차례로 전망됐는데 연준이 이를 3회로 높임에 따라 ‘고금리·강달러’ 패닉을 가져온 것이다.
월가는 다음 금리인상 시점을 6월로 예상했는데 이제 3월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엘린의장은 “2017년 금리인상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시장의 체감속도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리인상 속도와 폭이 어떻게 될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1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살릴 계획이지만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며 “미국 경제는 경기부양책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예런이 트럼프노믹스에 반기를 든 셈이다.
따라서 트럼프 취임 이후 재정확대정책의 강도에 따라 금리인상 청사진에도 변화가 있을 여지가 있다. 옐런 의장도 “트럼프 정부가 재정확대정책을 펼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재정확대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경기과열 연준은 경기과열 가능성을 고민하게 되고 금리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연준이 지난 2015년 12월 금리인상 직후 2016년 1년 동안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0.25%포인트 한 차례에 그쳤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 조치 때문이다.
농협은행 주택담보대출 창구
▶한은,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기준금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5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진지 5시간 만에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4% 수준에서 동결했다.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위해 완화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금리안정에 한층 유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 압박이 컸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을 감안할 때 인하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한은의 운신 폭은 더 좁아진다.
매일경제신문이 이날 전문가 15명에게 2017년 기준금리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결 6명, 인상 4명, 인하 5명으로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현상이 발생된다.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자본 유출에 대한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딜레마다.
양적완화에 속도를 내던 일본도 금리를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10년 만기 국채금리 목표치도 0%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채와 회사채, 주식 등을 사들여 본원통화를 연간 80조엔 가량 늘리는 양적 완화 규모도 유지한다.
일본은행은 이날 일본 경제에 대해 “보통 수준의 회복세”라면서 “수출이 개선됐고 내수도 기업이익이 높은 수준이며, 기업심리도 호전돼 기업투자가 보통 수준의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경제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한 것은 2015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은 유지되겠지만 이미 마이너스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국이 금리인상 행진에 나섰고 일본이 금리인하를 멈춘다면 국내 경기상황이 크게 더 악화되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금리상승 대비해 재테크 전략 점검해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중금리는 벌써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7월 1.203%까지 내려갔던 국고채 3년물이 지난해 12월 15일 1.697%를 기록했다. 금융채(5년만기 AAA등급기준)도 연 2.18% 수준으로 연초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 창구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오름세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오른 데다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으로 쓰이는 금융채 금리마저 올라 은행 창구의 체감 대출금리는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마이너스 통장과 주택담보대출로 1300조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가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금리인상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돈줄까지 죄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를 기회 삼아 빚내서 투자하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또 가급적 대출 규모를 줄이고 불가피할 경우에는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조언한다.
박일건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PB팀장은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이자상환부담이 커진다”며 “고정금리로 바꾸거나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원리금 상환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 이미 은행들이 금리상승을 반영해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수준을 올린 경우가 많은 데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고정금리 대출이 꼭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 대출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 격차는 0.7%포인트 안팎이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0.25%포인트 올린다고 생각하면 세 번쯤 기준금리가 올라야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금리상승 속도와 대출 간 금리격차를 꼼꼼히 따져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출을 만기 전에 상환할 경우 1~1.5% 정도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대출 갈아타기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반대로 고정금리 장기대출이 있는데 목돈이 생겨 상환할 여유가 생겼다면 대출을 상환할지 투자를 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낮은 금리로 받고 있는 대출을 구태여 상환하는 것보다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대출을 상환하더라도 변동금리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부터 갚는 게 좋다.
예금도 금리인상을 예상한다면 전략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정기예금 기간은 짧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명헌 한화생명 재무설계사는 “예적금은 만기 1년 이내 상품에 가입해 추가적인 금리상승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펀드 투자도 금리상승기에는 보수적인 전략을 펴는 것이 좋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미 수익을 낸 펀드라면 환매를 고려하고 신규 가입은 금리 추이를 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리상승은 대출자에게는 부담이지만 예금자 입장에서는 자산을 불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출금리 때문에 기업들이 도산하고 신용불량자가 속출했지만 여유자금이 있는 자산가들은 연 20%대 초고금리 금융상품에 가입해 고수익을 올렸다.
지금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칠 공산이 커서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일수록 투자자들은 금리 차에 민감하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상품 중에서는 헤지펀드 공모주펀드 등 연 5%대 안팎의 중위험·중수익 펀드와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 은행예금뿐 아니라 펀드, 부동산 등 자산 전반적인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금리 상승과 관련해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신흥국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고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