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연예계엔 쇼킹한 뉴스가 하나 떴다.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의 거장 장이모우 감독이 자그마치 13억원이나 되는 벌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이다. 그가 벌금을 문 이유는 한 자녀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급증하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1979년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한 자녀 정책 담당 관리들은 불임수술은 물론이고 낙태와 자궁 내 장치(IUD) 임플란트를 강제했을 뿐 아니라 협조하지 않는 부모에겐 일자리를 거부하거나 아이들이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하도록 했다. 아이가 많다는 이유로 쫓겨난 대학교수도 있다.
그 고루한 정책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엄격한 산아제한을 해서 중국은 13억명으로 인구폭발만은 막았다. 그러나 그게 반대편에선 심각한 인구 불균형, 더 나아가 인구부족이란 부메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인구의 26배나 되는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에 대해 ‘인구부족’이란 단어가 말이나 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중국은 고령화 기로에 접어들면서 자칫 노동인구 부족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이미 뻔히 보일 정도가 됐다.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출산율은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체율(여성 1명당 2.1명)보다 훨씬 낮은 1.75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1990년 이후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삼각형이었던 인구구조는 이미 종형을 거쳐 직사각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을 과도하게 강요하다보니 중국은 개도국이면서도 선진국처럼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년층 인구 비중은 한국과 비슷해 2000년에 벌써 7%를 돌파했다. 5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990년 12.3%였던 것이 2012년엔 19.4%로 증가했다. 19세 이하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38.3%에서 24.1%로 감소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중국의 5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0년에 40%를 넘고 2050년엔 4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이나 일본 정도는 아니더라도 선진국 수준에 이를 만큼 높은 수준이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도 이미 2000만명을 넘었고 2050년이 되면 9000만명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득이나 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급격히 하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GDP 위주로 경제를 진단하던 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던 대목이다.
중국의 세계적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농민공은 한때 중국의 노동력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아무리 공장이 늘어나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농민공은 저임을 바탕으로 수출을 해서 경제를 키워온 중국의 든든한(?) 자산이기도 했다. 그 저렴한 노동력의 원천이 지금 고갈되고 있다. 농민공들이 고령화되면서 16~40세 비중은 2008년 70.7%에서 2012년엔 59.3%로 줄었다.
한 자녀 정책 완화 효과 안 나타나
위기를 직감한 중국 지도부는 지난 연말 35년간 끌어오던 한 자녀 정책을 완화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 자녀 정책에 오랫동안 젖어 있던 ‘단두’(부모 둘 중 하나 이상이 외동인 가족)들이 새로운 자유를 행사하겠다고 나서 정부의 가족제어 수정 정책은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절강성의 경우 매년 80만 건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작 산아제한 조정 신청은 지난 3월 말까지 2만7000여 건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선 규정이 바뀌기 전 둘째 아이를 가졌던 부모들이 벌금을 물린 지방정부와 소송을 벌이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어찌 됐건 중국 가족계획위원회는 새 제도 시행으로 최대 2000만쌍이 둘째 아이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진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늙어가는 인구 구조 때문에 중국의 경제 정책이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