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5월 8일 아침, 잠실 사는 김 사장은 50살이나 젊은 두 번째 아내와 금강산의 한 골프장으로 떠났다. 늙은(?) 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찾아오는 게 귀찮아서다. 김 사장 내외가 좌석에 앉자 자동차는 순식간에 골프장까지 나는 듯 달려갔다. 컴퓨터가 통제하는 무인 운전차는 시속 300km가 넘는 고속으로 앞차 옆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김 사장의 눈을 통해 신분을 확인한 골프장의 무인 게이트가 바리케이드를 열어줬다.
90살이 됐지만 김 사장의 얼굴은 청년처럼 팽팽하다. 20년 전 나온 젊어지는 신약 덕분이다. 동충하초와 엉겅퀴 등으로 만들었다는 신약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젊게 만든다는데 값이 비싼 게 흠이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2000년께 사업하느라 혹사시켜 망가진 심장혈관을 바이오 제품으로 갈아 넣은 뒤 몸 컨디션도 아주 좋아졌다. 그 덕분에 그는 젊은 부인과 친구처럼 보일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120살 넘은 사람들이 수두룩한 요즘 두 번째 결혼은 보통이고 세 번째 결혼한 사람도 적지 않다. 평균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아이를 갖기보다 자신들의 삶을 즐기는 게 이즈음 부부들의 풍조다.
미국에선 며칠 전 화성행 스페이스 셔틀이 출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떠난 셔틀은 화성까지 5개월에 걸쳐 갔다가 1년 정도 머문 뒤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NASA는 2030년부터 화성 탐사 유인 로켓을 수차례 발사해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달에는 지난 2025년 호텔이 건설돼 이제 매주 스페이스 셔틀이 미국과 중국 서독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김 사장은 별 관심이 없다. 처음엔 호기심도 있었으나 화성까지 가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달에 다녀오는 프로그램에선 별로 할 게 없어 그저 지구에 머물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김 사장은 오히려 60년째 해온 원시스포츠 골프에 빠져들고 있다. 힘든 일은 로봇이 해주는 세상인지라 그나마 스스로 근육을 쓰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 게다가 워낙 머리만 많이 쓰기에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운동이 더 매력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90억명 지구촌 최고령국가 한국
SF소설에 나올 법한 얘기 같지만 현재 진전되는 기술 수준과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그려본 시나리오다. 세상의 변화는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2년 말 71억명을 넘어선 세계 인구는 2025년이면 80억명을 돌파하고 2040년엔 90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보다 27%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기관별로 추정치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UN 인구국은 2050년에 세계 인구가 적어도 83억명, 많게는 109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통계국은 세계 인구가 2027년에 80억명을 넘어서고 2046년에 9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별 인구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2050년까지 아프리카 인구는 53.7%나 늘어나고 아시아 인구가 36.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미는 6.9%, 북미는 3.8% 늘어나고 유럽은 오히려 1.4%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은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겠지만 인도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50년이면 세계 최다의 인구대국으로 부상한다. 나이지리아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인구대국이 될 전망이다.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저개발국의 출산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의료기술 발달로 영아 사망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특히 녹색혁명으로 식량 공급이 늘어나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2001년 이후 인도의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1.76%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24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47.1%, 25~54세 인구가 40.4%인 젊은 인구구조를 갖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1971년 5100만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지난해 1억70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1950년대 30만명이던 이 나라 최대 도시 라고스의 인구는 지금 1500만명이 넘는다. 이처럼 인구가 급증한 것은 이 나라 출생률이 매우 높은데 영아 사망률이 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콩고 등도 인구가 급증하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
생명연장 연구 급진전
이처럼 저개발국 인구가 폭증하고 있는 이면에 기존 인구대국이나 선진국은 노인이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의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생명연장을 넘어 보다 젊게 사는 시대가 되다 보니 지구가 점점 노령인구로 채워지는 것이다. UN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중간 나이는 1950년 29세였던 게 2000년 37.3세로 높아졌고 2050년엔 45.5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노령화 연구자 오브리 드 그레이 SENS연구소 소장은 생명 연장 연구가 진행돼 150년에서 200년 살 수 있는 사람은 이미 태어났다고 한다. 의학 신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어 수명탈출속도(기존 평균수명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해 나가는 속도)도 빨라져 인간이 1000살까지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은 2050년이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국가 타이틀을 쥐게 된다. 그해 한국은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율이 37.3%가 되어 초고령사회의 상징국가로 소개된다. 일본은 2050년 노인인구 비율이 36.5%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평균수명은 88.3세, 한국의 평균수명은 84.4세이나 한국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노령화 진전 속도는 일본보다 훨씬 빨라진다는 것. 한국은 노인인구 비율이 2026년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령환자 급증
의료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대거 늘리면서 노령화사회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미국에선 2050년 알츠하이머 환자가 1320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다. 미국 국가보건연구원은 미국 인구가 지금보다 32% 늘어난 4억1900만명에 달하면서 알츠하이머 질환을 앓게 될 환자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60% 이상은 85세 이상 노인들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 팽창은 식량 부족 문제는 물론이고 한정된 자원의 고갈과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인도나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의 상당수는 식량을 찾아 유럽이나 북미 쪽으로 스며들 가능성도 있다. 신기술로 무장한 기존 주민들은 확고하게 자기 지위를 구축하며 계속 부유한 삶을 지키려 하겠지만 이민계급은 21세기 중반의 새로운 집시족처럼 주변부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 21세기 초반에도 이런 일이 있다. 걸프연안국 기존 주민들이 적게는 수만 달러, 많게는 수십만 달러의 1인당 GDP를 챙길 때 주변국에서 이주한 이민들은 연 2000~3000달러 정도의 낮은 소득을 유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2012년 말 기준 카타르의 1인당 GDP는 10만3000달러인데 원주민의 평균소득은 20만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2년 기준 카타르 인구의 60% 이상은 파키스탄이나 인도 이란 등에서 흘러들어간 이방인이다.
중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2040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한다. 중국의 1인당 GDP는 3만달러에 육박한다. 인도의 1인당 GDP는 2040년이 돼도 8000달러 초반에 머물지만 인구가 급증한 덕에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