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1억달러(1333억 9000만원)이상의 유동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는 몇 명이나 될까.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시민권 및 거주 자문회사 ‘헨리&파트너스’가 최근 발표한 ‘2024 억만장자 보고서(Centi-Millionaire Report)’에 따르면 2만 9350명에 달한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들 억만장자는 지난 10년 동안 54%나 성장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국적의 억만장자가 많았다. 중국의 억만장자 붐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지난 10년 간 108%나 증가하며 같은 기간 81% 증가에 그친 미국을 앞질렀다. 반면 유럽은 26% 증가에 그쳐 성장세가 둔화됐다. 주어그 스테펜 헨리&파트너스 CEO는 “유럽의 상황은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주요 시장의 성장 둔화 때문”이라며 “모나코, 몰타, 몬테네그로, 폴란드 같은 유럽 소규모 시장의 억만장자 수는 75% 이상 급증하는 등 아직도 역동적인 주머니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갑부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며 “억만장자 그룹이 계속 성장하고 이주함에 따라 세계 경제, 정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고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전세계 부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헨리&파트너스’가 발표한 보고서 ‘2024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World’s Wealthiest Cities Report)’를 살펴보면 100만달러 이상의 유동자산을 보유한 슈퍼 리치가 머무는 상위 50개 도시 중 11개가 미국에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는 무려 34만 9500명, 억만장자는 744명, 자산이 수십억달러 이상인 부호는 60명이나 됐다. 이들 덕분에 뉴욕 거주민의 총 자산은 3조달러를 넘어섰다. 전 세계 주요 20개국(G20)이 보유한 총자산보다 많은 수치다. 선두를 바짝 뒤쫓고 있는 도시는 북캘리포니아주에 자리한 베이 에어리어다. ‘정보기술(IT) 1번지’ 실리콘밸리가 속한 지역이다. 이곳의 백만장자 인구는 지난 10년간 82%나 늘어 현재 30만 5700명에 달한다. 억만장자는 675명, 수십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부호는 68명이다. 10년 전 수위에 올랐던 일본의 수도 도쿄는 백만장자 인구가 5% 감소해 3위에 올랐다. 4위는 싱가포르. 10년 사이 백만장자 인구가 무려 64%나 증가했다. 헨리&파트너스는 “지난해에만 약 3400명의 고액자산가가 싱가포르로 이주했다”며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는 24만 4800명, 억만장자는 336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반면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던 영국의 런던은 꾸준히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올해는 5위로 주저앉았다. 지난 10년 사이 10%가 넘게 감소한 수치다. 한편 로스앤젤레스는 백만장자 21만 2100명, 억만장자 496명, 수십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부호는 43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2계단 상승해 6위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로스앤젤레스의 부자 인구는 45%나 증가했다. 유럽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프랑스의 파리는 16만 5000명의 백만장자를 보유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50개 도시 중 가장 인상적인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 본토 도시 5개를 비롯해 홍콩까지 6개 도시가 순위에 올랐다. 베이징(백만장자 12만 5600명)은 최근 10년간 백만장자 인구가 90%나 증가해 사상 최초로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홍콩은 4계단 하락해 9위를 기록했고, 상하이(12만 3400명), 선전(5만 300명), 광저우(2만 4500명), 항저우(3만 1600명)의 백만장자 수는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에선 두바이가 단연 부유한 도시로 꼽혔다. 지난 10년간 두바이의 백만장자는 78%나 늘었다. 헨리&파트너스는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아직 상위 50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지난 10년간 백만장자 수가 75%나 증가해 향후 순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서울은 미국의 휴스톤, 스위스 취리히에 이어 19위에 올랐다. 백만장자 수는 8만 250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28% 늘어난 수치다. 수십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부호도 20명이나 됐다. 헨리&파트너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들의 성장을 견인한 핵심 요소로 ‘금융시장의 실적’에 주목했다. 주어그 스테판 헨리&파트너스 CEO는 “지난해 S&P 500이 24%, 나스닥이 43% 오르고 비트코인이 무려 155%의 상승 랠리를 보이며 부유한 투자자들의 자산을 부양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기술의 빠른 발전이 부의 창출과 축적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기회가 떠오르는 와중에도 기존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모스크바의 백만장자 인구는 24% 감소해 3만 300명으로 줄었고, 이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계에서 부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