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팔로 알토로 가는 길목의 나사 에임즈 리서치 파크 내엔 ‘싱귤래리티 대학’이라는 낯선 이름의 대학이 있다. 대학이라지만 사실 첨단과학을 다루는 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대학 홈페이지에는 ‘싱귤래리티 대학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을 활용한다’는 글귀가 걸려 있다. 대학원 과정 모집 페이지엔 ‘싱귤래리티 대학은 진실로 충격적인 것에 집중한다. 우리가 만들어낼 기술들은 정말 세상을 바꿀 것들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또 당신에게도 도전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와 있다.
이 학교가 주목 받는 것은 설립자나 커리큘럼이 모두 아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의사이자 우주과학자인 피터 다이아맨디스와 지난 2009년 싱귤래리티 대학을 세웠다. 미래학자 도미니크 바뱅은 NASA와 구글을 접목한 것 같다고 이 학교를 소개했다. 4년제 대학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의 최고 전문가들이 만든 회사형 연구소 같은 곳이란 얘기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 출신인 레이 커즈와일은 유전공학과 나노기술 로봇과학 등에 정통한 미래학자로 인간과 기계의 융합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계의 지능과 인간의 지능이 융합해 기술 수준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면 인간의 노화를 막을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도 한다.
구글, 결국 사람보다 똑똑한 인공지능 만들 것
그는 특히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한 사회가 올 것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구글이 결국 인공지능 두뇌를 만들어낼 것이며 이를 통해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똑똑한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다른 한편으로 향후 20년 이내에 태양광 발전으로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쓰고도 남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정도로 미래지향적인 인물이 만든 학교인 만큼 대학원 과정은 급속도로 발전할 기술로 채워져 있다. △인공 지능 및 로보틱스 △생명 공학 및 생물 정보학 △에너지 및 환경 시스템 △의학 및 신경 과학 △나노 기술 및 디지털 제작 △네트워크 및 컴퓨팅 시스템 △공간 및 물리 과학 등의 최신 이론과 기술을 뽑아 가르친다. 이 학교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대형 도전과제(Global Grand Challenges)로 △교육 △에너지 △환경 △식품 △건강 △빈곤 △보안 △물 등을 제시했다.
이 학교의 커리큘럼과 도전 과제만 봐도 미래사회가 어떻게 발전할 것이며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답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커즈와일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지금 아주 특이한 세상에 와 있다. 이제 누구나 마인드 블로깅 기술로 눈 깜빡할 사이에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고, 우사인 볼트처럼 빠르게 달릴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영원히 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해답은 사회 변화와 신기술
세계 인구 급증과 경제사회 변동은 세계 인류가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큰 방향을 제시해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첨단 쪽만 바라보지만 엄청나게 늘어나는 지구촌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수요를 충족할 산업도 여전히 관심사다. 소득 8000달러인 16억 인구(인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비슷한 수준에 머물 또 다른 16억명(아프리카 2050년 추정치)은 또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정된 땅을 가지고 지구촌 전체에 27%나 늘어나게 될 인구를 먹여 살리는 것은 인류 전체가 직면한 큰 숙제다. 단위면적 당 농작물 생산량을 늘리는 신 농법과 좁은 땅을 넓게 활용할 식량공장 등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채취에 의존하는 어업도 폭증하는 수요로 고갈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1차적 수요가 만들어낼 산업의 변화에 더해 과학자들은 범인의 상상을 깨는 과학기술로 인류 문명을 바꿀 새 산업을 만들어낸다. 스마트폰이 컴퓨터 이후 새로운 IT세상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런 게 합쳐져 20~30년 후 산업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게 될 전기를 생산해내는 것도 과제다. 태양광이나 수소발전소 등이 미래를 밝힐 수 있을지라도 그때까지 먹고살기엔 우선 원자력 발전이 꽤나 매력 있는 사업거리다. 한국이나 일본이 세계 원전 수주에 매달리는 것은 적어도 20~30년간 먹고살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의 경우 아예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해외에 도시를 수출하기도 한다. 도시 하나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수주하게 되면 역시 30년은 먹고살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출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한국의 경우는 여기에 더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전기차냐 수소연료전지차냐
지금 발등에 떨어진 기술 가운데 하나는 엄청난 화석연료를 소모하는 자동차를 바꾸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만들어내고 있고 궁극적 대안이 될 것이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기차에서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테슬라다. 2003년 실리콘밸리에서 출범한 테슬라는 2008년 로드스터 출시에 이어 지난해 모델 S를 내놓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모델 S는 지난해 12월 1800대를 팔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넘어섰고 올 3월엔 한 달 동안 2300대나 팔려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 바람에 테슬라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2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테슬라는 한 번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고급 모델을 내놓아 소형에 단거리 위주이던 기존 전기차와 완전한 차별화를 이뤘다. 특히 자체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를 미국 내 17곳에 설치해 소비자들의 충전 걱정도 일부 해소했다. 2015년엔 230개 슈퍼차저를 확보해 대륙 횡단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게 테슬라의 구상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특히 향후 3년 내 스스로 운전하는 로봇카가 거리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GM이나 포드 등 기존 자동차 강자들을 단번에 넘어선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기에 시장에선 엄청난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이미 무인운전 구글카를 개발해 48만km의 일반도로 시험주행을 한 상태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지난 해 향후 5년 내 구글카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양사의 격돌이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이처럼 차세대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탈피한 친환경차와 누구나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무인차라는 두 트랙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차 부문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일단은 테슬라의 전기차가 앞서 간 상태다.
전기차가 부상하고 있으나 예측기관들은 아직은 수소연료전지차가 궁극적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 다수의견을 내고 있다. 친환경차 메카인 캘리포니아에선 2050년 판매 차량의 50%가 수소연료전지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가스 배출이 전혀 없고 3분이면 충전이 끝나는 데다 주행거리도 길어 기존 자동차처럼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적 연구기관들은 일단 하이브리드를 거쳐 수소연료전지차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202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각각 130만대와 75만대, 310만대로 추정했다.
한편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대서양 국가들은 북대서양수소협회(NAHA)를 조직해 이 지역 차량을 모두 수소연료전지차로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40년께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휘발유 차량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오래전부터 무인차나 그 전 단계인 스마트카 개발을 해왔다. 다만 무인차 등장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등장한 구글과 테슬라에게 연타를 당했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각축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였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개발에서 방심하다 완전히 잊힌 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먹거리 전쟁이 얼마나 살벌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편 미래학자 도미니크 바뱅은 “나노테크놀로지와 바이오테크놀로지 정보통신 인지과학 등에 엄청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커즈와일의 바이오 신세계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인공지능과 관련한 논픽션 <특이한 세상은 아주 가까이 와 있다(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을 출간했다. 얼마나 가까운가. 그는 near를 30년이라고 했다. 2035~40년 경 그가 그리는 공상 같은 얘기들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커즈와일은 뇌세포의 일부가 파괴돼 정상적 활동이 어려워지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뇌에 컴퓨터를 심을 수도 있고 인간 두뇌의 기억들을 컴퓨터로 다운로드했다가 복원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커즈와일과 그가 그린 미래 기술의 일부를 소개했다.
정찰 먼지(Reconnaissance dust)
소위 ‘스마트 먼지’라고도 할 수 있다. 거의 보이지 않지만 센서와 컴퓨터 및 통신 기능을 포함하는 작은 장치로 이미 실험되고 있어 10~15년 이내에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 어셈블러(Nano assemblers)
이미 3D프린터가 나와 우리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어떤 정보를 갖고 물리적 대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블라우스나 토스터는 물론이고 토스트까지 이메일로 보낼 수 있다. 나노 어셈블러는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해 분자와 분자 조각들을 조립해 아주 미세하고 정밀한 장치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아마 20년 이상 걸려야 할 일이다.
인공적혈구(Respirocytes)
인공적혈구는 우리의 생물학적 적혈구를 대체하도록 설계된 나노봇(nanobot ; 혈액 세포 크기의 장치)으로 적혈구가 한 번 할 일을 1000번 이상 수행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적혈구 일부를 이 나노봇으로 바꾸면 숨 한 번 쉬고 15분을 뛸 수 있고 수영장 물속에서 4시간 동안 머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은 20년 이후에 나올 것이다.
포글릿(Foglets)
나노봇 형태의 로봇으로 스스로 현실 세계의 다양한 대상들을 닮을 수 있는 성질을 가졌다. 이 능력을 통해 가상현실의 것이 실제 현실의 것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인간의 몸 속에서 유효한 치료기능을 수행해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나노봇보다 훨씬 고급 형태로 30~40년 후에 나올 것이다.
블루 구(Blue goo)
나노기술과 나노봇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고 할 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그들이 박테리아나 다른 병원균처럼 스스로를 복제할 능력을 갖췄을 때 이것이 인간이나 모든 생물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회색곰팡이(Grey goo)라고 할 때 유해한 자기복제 나노봇으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이 시나리오는 20~30년 후 생각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