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미래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기술’이란 주제의 리포트를 통해 △웨어러블 컴퓨터 △3D 프린팅 △상황인식 기술 △자동주행차 △초경량 소재 △유전자 치료제 △포스트 배터리 등을 꼽고 이들 기술이 앞으로 10년 내 현실화돼 산업과 생활을 바꿀 것이라고 제시했다. 획기적 미래라기보다는 현재 보이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추격 기술로 대량 생산해 먹고살던 이제까지 트렌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민간연구소가 가까운 미래를 주시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개별기업 단위의 연구개발도 현 시점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자동차 전문의 현대기아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시장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모르는 만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 특히 궁극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주력해 이 부문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이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덴마크에 15대 수출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1000대, 2018년엔 1만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투싼ix는 3분 만에 충전할 수 있고 1회 충전으로 594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도 이미 개발했지만 출시는 2016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 1996년엔 니켈메탈수소전지와 자체 개발 모터로 시속 130km에 최대 390km 주행이 가능한 엑센트 전기차를 개발하는 등으로 1997년 5월 캘리포니아 대기보전국에서 세계 5번째로 무공해차 인증을 받았다. 2010년엔 i10을 기반으로 한 블루온을 출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이 차는 최고 시속 130km에 1회 충전으로 140km를 주행할 수 있다. 한편 현재 7만대 수준인 하이브리드차량 판매 비중을 2016년 35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무인 운전차 개발에 대해 현대차는 뚜렷한 성과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리빙에코·헬스케어 집중
LG그룹은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부품 △리빙에코 △헬스케어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발전용 연료전지, 전력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 태양전지 사업을, 친환경 자동차부품 분야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나 모터, 외관용 경량 소재, 카인포테인먼트 등을, 리빙에코 분야에서는 차세대 조명과 수처리 사업을,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U-헬스케어 시스템과 디바이스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6월 4500만달러를 투자해 발전용 연료전지셀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 롤스로이스의 자회사 ‘롤스로이스 퓨얼셀시스템즈’ 지분 51%를 인수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LG CNS는 지난해 7월 빌딩 한 채부터 대규모 도시까지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관리할 수 있는 통합솔루션인 ‘스마트 그린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구내 통신에 빌딩 내 다양한 솔루션과 결합하여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탈통신 사업으로 스마트빌딩 서비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전지 사업의 경우 LG전자가 세계 최고 효율의 태양전지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태양전지 효율을 평균 20.6%, 최고 20.7%로 끌어올려 19% 수준이던 기존 최고 효율 기록을 넘어섰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리빙에코 사업과 관련해 LG이노텍이 조명용 LED칩 및 패키지, 모듈 등 생산 전 공정을 갖추고 있으며, LG전자가 조명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워런 버핏형 먹거리 확보에 주력
상대적으로 SK그룹은 워런 버핏형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굴뚝주라도 장기간 수요가 이어질 기술에 집중해 리스크를 줄이며 안정적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2012년 2월 하이닉스 인수 후 이 회사에 집중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ICT나 무인 자동차 등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 부분에서 일정한 시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SK는 하이닉스에 지난해 대비 20% 늘어난 4조2000억원을 투자해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미세공정 생산설비를 갖췄다. 또 신규 생산라인인 M12도 가동해 미래성장동력을 대폭 확충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터키의 유력 기업인 도우쉬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5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과 전자상거래(e-Commerce) 합작사 설립 협약 등도 체결했다.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미국 칼라일 그룹과 ‘SK-칼라일 전략적 제휴’ 협약을 맺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원 개발이나 전통의 화학부문에선 국제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말 SK종합화학은 시노펙과 충칭 부탄디올(BDO) 합작법인 설립 계약(JVA, Joint Venture Agreement)을 체결했다. 양사는 총 38억 위안(약 6800억원)을 50대 50 비율로 투자해 2015년 말까지 연산 20만톤 규모의 부탄디올 플랜트를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