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7일 KDB대우증권은 스마트폰 이후 한국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IT, 한국의 미래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대우증권은 200쪽이 넘는 이 리포트를 통해 스마트폰 이후를 이끌 12가지 혁신기술을 제시하며 “지금 한국의 성장동력인 스마트폰은 침투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성숙기 진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 IT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한국의 성장동력인 ICT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부문으로 새로운 통신장비가 될 웨어러블 컴퓨터를 비롯해 더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기술,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모바일 결제의 보안기술, 인간처럼 인식하게 될 센서, 좋은 제품 생산을 위한 첫걸음인 신소재 등을 관련 산업으로 꼽았다.
또 산업 발전으로 급증할 에너지 소비에 대처하는 신기술로 에너지를 저축하는 차세대 배터리를 비롯,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스마트 그리드, 편리성을 높여주는 무선충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송수단인 전기차·하이브리드카, 녹색 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 등을 주목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조 혁신의 새 기수인 3D프린터와 인류 수명 증가에 필수적인 의료기기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문별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웨어러블 컴퓨터
갤럭시 S4는 시장에 큰 기대를 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스마트폰의 등장을 요구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3D홀로그램 키보드와 디스플레이, 다양한 센서 기능의 조합 등이 향후 스마트폰의 발전 방향으로 꼽힌다.
이는 새로운 디바이스와 인터랙티브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열망으로 2~3년 내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시장 도래를 예고한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인간 신체의 오감에 보다 밀착되는 웨어러블 컴퓨터 개념이 주목된다.
구글은 지난 4월 구글글라스 개발자 버전을 배포하면서 연내 상용화 계획까지 밝혔다. 구글글라스는 500만화소 카메라에 시스루타입 안경과 프리즘 디스플레이, 골전도 스피터 GPS 등을 장착했다. 통화나 사진촬영 검색 사진공요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에 맞서 스마트 워치를 9월 상용화했다. 다만 낮은 생활방수기능과 타 제품과의 호환성 부족 및 배터리 성능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대우증권은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의 의미 있는 도래는 연간 1억원대 정도가 되는 시점으로 보았다. 2017년 경 그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무선통신
빠르게 4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올 하반기 LTE-A 서비스가 본격화돼 유선인터넷에 버금가는 속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5세대 무선통신기술은 2020년께 상용화될 전망이다.
기가인터넷 도입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무선 위주로 진행됐던 투자가 그동안 소홀했던 유선부문 네트워크 품질을 향상시키는 투자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현재 KT, SK브로드밴드 등 5개 시범사업자를 선정해 전국에 기가인터넷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2017년이면 전국 90%가 기가인터넷망이 깔린다. 지금보다 인터넷 속도가 110배나 빨라져 동영상조차 막힘없이 받아쓰는 시대가 열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30일 5G포럼을 발족했다. SK텔레콤과 KT LG플러스 등 이통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5G에선 단말기나 개인 중심의 네트워킹이 가능하게 된다. 사용자 단말기 자체가 네트워크의 인프라 기능을 하게 된다. 플랫폼이나 서비스도 바뀌어 4G에선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해해야 했으나 5G에선 플랫폼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해 콘텐츠를 전해주는 지식통신서비스를 설정하고 있다.
중국에선 화웨이가, 일본에선 도코모가, 스웨덴에선 에릭슨이 역시 5G 연구에선 뒤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센서
지금 스마트폰은 수많은 센서가 들어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작동한다. 터치를 하면 인식하고 어떤 스마트폰은 말을 하면 알아듣는다. 자동차 공기압, 앞차와의 거리, 뒤에 있는 장애물을 알려주는 다양한 센서가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키보드 없이 공간에서 손을 움직이면 센서가 스스로 인식해 컴퓨터를 작동하는 날도 예상된다.
차세대 신소재
20세기 산업의 원동력은 석유와 실리콘이었다. 차세대 신소재는 무엇인가.
스마트강판,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나노카본 복합소재, 지능형 멤브레인 소재,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기판, 고성능 2차 전지, 바이오 메디컬 소재, 초고순도 SiC, 슈퍼 사파이어 단결정, 프리미엄 캐톤 소재 등이 거론된다.
특히 미래 IT소재로 꼽히는 그래핀과 퀀텀닷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잠재성이 높은 신소재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은 우수한 신축성과 빛 투과율로 인해 투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전극 및 터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하 이용도가 높아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도 사용될 수 있다, 퀀텀닷은 우수한 색 재현성과 구조의 단순함으로 화이트LED나 OLED와 유사한 액티브 LED에 사용될 수 있다. 빛 발광뿐 아니라 빛 흡수성도 뛰어나 태양광 전지와 광학센서에도 적용될 수 있다.
2차 전지
지금 전기차 상용화의 관건은 2차 전지 가격이라고 한다. 그만큼 저렴한 2차 전지 개발은 시급한 과제이자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업이다. 전기차 2차 전지는 노트북용의 1000배 용량이 되어야 한다. 2020년 2차 전지 시장은 54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대다수 자동차 전문가들은 아직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경제성과 충전인프라, 안정성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올해 2만대를 팔아 전기차가 체험을 넘어 상용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스마트 그리드
기존 전력망(Grid)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 실시간 전력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현재 전력망의 에너지 효율이 30~50%인 반면 스마트 그리드는 분상형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해 70~90%의 에너지효율을 노린다. 에너지저장장치 시장만도 2020년 3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무선충전
전기에너지를 무선전송이 가능한 전자기파 또는 광파로 변환해 무선으로 전달하는 기술. 미국에선 이미 무선으로 무연료 헬리콥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미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등 가정용 무선충전 기술은 상용화가 되어 있고 자동차의 무선충전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원거리 전송은 전송의 효율성이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검증이 안 돼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인차 친환경차
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글로벌 석유의 61.5%가 운송 분야에서 소비된다. 1973년의 45.4%에서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60%에 달한다, 자동차의 대중화로 70년대 2900만대이던 게 2012년엔 8350만대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CO₂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업체들은 그동안 파워 트레인 위주의 연비 개선을 해왔으나 한계가 보이자 친환경차 개발을 시작했다. 내연기관을 버린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대안으로 등장했고 연비 개선과 안전운전을 위한 무인차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
지형 제약 없이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고 자연 자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등으로 태양광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풍력에 주력하던 중국이나 미국이 태양광 발전 원가가 하락하자 태양광을 늘리고 있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이 kg당 400달러에서 18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발전원가가 빠르게 하락해 이제 원가가 전기요금과 같아지는 나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3D 프린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3D프린팅 기술을 차세대 제조업 혁명의 대표주자로 거론하며 오하이오 영스타운의 3D프린팅 연구소를 언급했다. 오바마 정부가 3000만달러, 민간에서 4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제조업 부활을 꿈꾼 연구소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 차세대 제조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15개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한 마디로 3D프린팅 기술이 오바마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혁명을 주도할 산업으로 부각됐다.
영국에서는 노팅엄대와 셰필드대 등에 3D프린터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독일은 프라운호퍼연구소가 3D프린터로 만든 인공혈관을 최초로 공개했고 금속을 소재로 한 기술 개발을 하는 중이다. 중국은 2012년 10월 베이징에 3D프린터기술산업연맹을 설립했고 칭화대 신안교대 화중과기대 등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3D프린터는 전체적으로 늦은 편. 외국 기계를 들여다 판매하는 형편이다.
미래의료기기 산업
2011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2988억달러였다. IT기술을 활용한 전자의료기기 비중이 46%인데 존슨앤존슨 지멘스 GE 필립스 등은 기존 의료정밀기기에 IT기술을 접목해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선도해왔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 PHR, U-헬스케어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추세다. 진입 장벽은 높고 가격 탄력성은 낮은 게 이 시장의 특성이다.
기술 발달에 따라 점점 복잡해지며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유지된다. 나라마다 인허가가 다르고 비관세 장벽이 있다. 국내 시장은 수입의존도가 58%나 되며 연간 1조원 이상 무역적자를 내는 부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