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최윤희 산업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장 `미래 먹거리 개발, 소비자 설득이 먼저`
입력 : 2013.10.04 16:42:58
수정 : 2014.01.17 17:59:18
“몇 해 전 강남구가 양재천에 U-헬스케어파크를 만들었으나 이용자가 없어 폐쇄했다. 참여를 유도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래 먹거리를 논할 때 대부분 공급자 관점에서 얘기했다. 그러나 소비자 관점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역대 정부 모두 공급자 관점에서 신성장동력을 선정하고 거기에 맞는 기업을 지원했다. 이제는 소비자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신설한 미래산업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최윤희 실장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드는데 소비자가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사고자 하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먹거리를 5P(preventive, proactive, predictive, participatory, personalized)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의류업체가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할 때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있듯이 미래 먹거리 선정 과정 역시 소비자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무조건 좋은 물건 만든다고 소비자가 쓰는 게 아니라 싸거나 어떤 혜택이 돌아가야 소비자가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또 다른 실패 사례로 모바일헬스케어나 e-헬스케어 등을 꼽았다.
“헬스케어가 미래의 먹거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고령화로 인해 급증할 의료비용을 줄여줄 대안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반대해 의료법 개정이 안 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것을 산업으로 만들려면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킬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며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이 서야 한다. 미국에선 이미 e-헬스로 건강보험 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물론 미국서도 반대가 많았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건강보험과 병원 기업 주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의료비용 축소로 나오는 인센티브의 일부를 의사들에게도 분배하기로 함으로써 난관을 넘었다.”
최 실장은 “한국서 모바일헬스케어나 e-헬스케어가 가능하려면 의료정보를 병원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의료법이 이를 금하고 있어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자기 돈 내고 찍은 CT 사진까지 별도로 돈을 주고 CD에 담아서 들고 나와야 한다는 실상을 소개했다.
“LG가 당뇨폰을 만들었는데 실패했다. 휴대폰인데도 의료기기로 판단해 의료기기 취급 인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휴대폰을 의료기기점에서 팔라고 하니 말이 되나. 결국 LG는 그 사업을 접었다.”
이처럼 신기술은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 이해가 얽혀 있기에 산업화하려면 갈등을 푸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어느 기기를 개발하기에 앞서 국가편익의 배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진입 장벽을 깨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해야 진정한 의미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 가능하다.”
그는 동부팜한농이 IT 기술을 이용한 동양 최대의 식물공장을 지어놓고 실패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특히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20%에 불과한 실정이라 첨단농업 역시 미래의 먹거리로 매우 중요한데 농민들의 반대가 심해 신농업 기법을 도입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최 실장은 미래유망기술은 누가 꼽았건 대동소이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서 내놓은 것이나 미국의 가트너가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선 아무 것도 안 되고 어느 나라에선 테스트 베드를 거쳐 벌써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기술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은 시장에 나오기까지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