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 속에 글로벌 경제는 포스트 코로나의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신흥국은 금융 시장에 위기감이 돌았다.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소비마저 위축되는 분위기다.
2023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산재한 경제 불안과 신냉전에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크다. 경제와 지정학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2023년 세계 경제는 전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경LUXMEN>에서 2023 계묘년 키워드를 ‘R’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첫 글자 R로 대변되는 키워드는 먼저 거시경제와 지정학 측면에서 ‘Recession(경기 침체)’, ‘Re-bloc(신냉전)’, ‘Regeneration(친환경)’, ‘Reshoring(제조업 회귀)’을 뜻한다.
첫 번째는 ‘Recession’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2.9%이던 새해 글로벌 성장 전망을 지난 10월에는 2.7%로 낮췄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개인 지출 능력을 떨어뜨림에 따라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는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Re-bloc(신냉전)’은 미중러 등 글로벌 강대국들이 벌이는 경쟁 구도가 2023년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진행형인 신냉전이라고 불리는 현 지구촌의 블록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났던 냉전체제와는 다르다. 당시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극체제하에서 냉전 구도가 형성됐지만 21세기 신냉전은 양상이 다소 복잡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미국 서방이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G2 국가인 중국이 미국과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1차 냉전이 양자 구도였다면 지금은 다자적 성격도 가미돼 있는 것이다.
‘Regeneration(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친환경 기조를 얘기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미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넘어 개별 기업과 개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탄소중립의 사전적 의미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탄소중립, 이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 키워드다. ‘Reshoring(제조업 회귀)’은 미국을 중심으로 EU, 중국 등 주요 경제권들이 저마다 첨단 산업을 국내에 유치하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미중 간 G2 대결에서 비롯된 공급망 재편하에서 첨단 산업 유치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지키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재테크 측면에서 3개의 ‘R’를 선정했다. Risk Management(위험 관리)·Real Estate(부동산 침체)·Resurrection(가상화폐의 부활) 등이다. 재테크 기조는 리스크 관리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는 물론이고 시장에는 다양한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급락세를 겪고 있는 부동산 시장 전망도 들여다봤다. 고금리로 촉발된 부동산 거래 하락은 폭락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2023년 부동산 시장이 추세하락을 이어갈지, 바닥을 다질지 여부가 핵심 질문이다. 2022 가상자산 투자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금리 인상과 루나 사태 등 악재가 겹쳤다. 2023년 가상자산 화두로 ‘Resurrection(부활)’을 꼽은 배경은 코인 시장에 다시금 훈풍이 불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요인은 ‘기관급 투자자의 신규 자본 유입’이다. 물론 규제와 거시 경제 리스크는 가상 자산 시장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