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비욘드 코로나’ 트렌드 5제] Extended Presence 실재감 확장 | 비대면 속 현실감 강조 메타버스 업그레이드, 가상공간 안에서 일하고 즐기며 소비한다
김병수 기자
입력 : 2021.12.31 13:38:28
수정 : 2021.12.31 13:38:56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피하게 만들었다. 콘서트장, 스포츠 경기장, 영화관 등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를 선뜻 찾아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직장 동료들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재택근무도 일반화됐다. 이런 상황은 ‘비대면 속에서도 현장감을 느끼고 오감을 자극하는 게 가능하다면?’이란 질문을 낳았다. 답은 바로 실재감 확장(Extended Presence)이다.
실재감 확장이란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고, 인간의 존재감과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메타버스가 실재감 확장의 대표적 사례다. 메타버스는 ‘가공’ 혹은 ‘초월’을 의미하는 단어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온라인 속 3차원 입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등 현실의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뜻한다. 새해에는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같은 공간에 모여 공부하고 일하고 즐기는 가상세계가 더 많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빠르게 현실을 보조하고 강화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메시 포 팀스’. 화상회의 ‘팀스’에 3차원 아바타 ‘메시’를 결합시킨 것이다.
미국 기술연구단체인 ASF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세계 ▲라이프로깅세계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위치 정보와 네트워크된 정보를 입혀 확장한 기술이다. ‘포켓몬고’ 게임이 대표적이다. 라이프로깅은 사물과 사람의 일상적인 정보와 감정들을 일기처럼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술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이에 해당한다. 거울세계는 가상 매핑, 주석 첨부, 지리학적 정보, 위치 인식과 라이프로깅 기술을 입혀 현실세계를 재현한 기술이다. 구글어스나 가상부동산게임 업랜드(Upland)가 여기에 속한다. 가상세계는 현실세계를 본뜬 가상의 공간에서 경제적인 활동과 사회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등이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가 하나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경계를 허물며 융복합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로블록스나 제페토의 가상세계처럼 가상공간에서 게임하고 일상을 기록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기술적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MZ세대의 등장도 메타버스 성장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Emergen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8년 8289억5000만달러(약 982조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476억9000만달러(약 57조원)에서 연평균 43.3% 속도로 성장한 수치다. 이머전리서치는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의 융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코로나19로 메타버스 시장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며 “교육산업을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 미래 시장 규모를 최대 8조달러(약 9434조원)로 전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빅테크들도 저마다 메타버스 경쟁을 주도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먼저 옛 페이스북인 메타는 사명을 변경할 정도로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연례 콘퍼런스인 ‘커넥트’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우리는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메타버스가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분명히 다음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차세대 가상현실(VR) 기기 ‘프로젝트 캠브리아’ 개발 ▲게임사와 협업 사례 ▲가상의 집인 ‘호라이즌 홈’ ▲1억5000만달러 규모 교육 프로그램 ▲증강현실(AR) 플랫폼 스파크AR 등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메타가 모든 것을 메타버스로 만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엔터프라이즈를 위한 메타버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 11월 연례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21’에서 “모든 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새해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팀스용 메시(Mesh for Teams)’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화상회의 도구 ‘팀스’에 3D(3차원) 이미지 구현 소프트웨어 ‘메시’를 결합한 것이다. 개인화된 3D 아바타를 활용해 현장감 있는 회의 진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별한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AI가 사용자의 말투나 단어 등을 고려해 아바타의 표정이나 손짓 등 비언어적 표현을 구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주요 고객인 전 세계 기업이 메타버스 솔루션을 활용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2차원, 3차원 아바타를 활용해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메시 포 팀스(Mesh for Teams)’ 제품을 새해 상반기에 내놓는다. 또 업무용 캔버스 제품인 루프를 새롭게 출시한다. 웹 브라우저상에 있는 빈 공간인 캔버스에 글, 그림, 그래프, 데이터 등을 채워 협업 도구와 퍼블리싱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메타버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과 AI 기술을 보유한 엔비디아는 메타버스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누구나 손쉽게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현실을 컴퓨터 속으로 복제한 3차원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도구로, 연간 9000달러에 구독할 수 있다. 메타버스 확산을 위해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옴니버스 제품은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게임업체들은 메타버스와 NFT를 적극 접목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총아로 꼽히는 로블록스로 NFT와 연결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로블록스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서 이 내부에서 아이템을 제작해 팔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수익을 로블록스와 크리에이터가 나눠 갖게 된다.
국내에선 네이버의 제페토가 있다. 제페토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메타버스 기반 서비스다. 2억40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제페토는 폭발적인 이용자 증가와 함께 라이브, 게임과 같이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제페토는 참여자들의 실시간 소통, 상거래, 공연 관람 등을 ‘실재감’ 있게 구현해 기존 아바타 이용 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문형돈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기술정책단장은 “메타버스는 그간 게임과 소셜미디어(네트워크) 정도에 국한됐었지만 앞으로 실습, 체험, 증강현실(AR)치매예방 등 국민·생활 영역과 디지털점포, 가상모델하우스, 증강협업 등 경제·산업, 행정지원 등 공공·행정 영역을 아우르며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메타버스 엑스포 2021’에서 한 관람객이 케이팝 댄스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사용자 기반 확대 최대 과제
최근 각광받는 버추얼 아이돌 혹은 가상인간 모델의 탄생 역시 실재감 확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광고모델로 활약한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이런 캐릭터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전문 스튜디오가 만든 가상의 존재이지만 진짜 사람 같은 외모와 동작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물론 과제도 있다. 곽찬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메타버스 시장이 확대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하드웨어 인프라스트럭처(VR· AR·HMD)의 보급 확대다. 2021년 기준으로 세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 시장 규모는 연간 1000만 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음은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고도화다. 즉 ‘3D 세계’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디바이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과 시각장애인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