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지은 씨는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스마트워치는 물론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조명과 베개도 구입했다. 들어간 비용만 약 150만원. 스마트워치를 통해서는 몇 시간 동을 잠을 잤는지, 코를 골았는지 등을 점검한다. 김 씨는 “숙면이 건강은 물론 다음 날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커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최근 연예인들이 사용한다는 매트리스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슬립테크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면 시장(수면보조 제품 판매) 규모는 2021년 640억8000만달러(약 80조7700억원)였는데, 매년 7.1%씩 성장해 2030년이면 1183억1000만달러(약 14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내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3조원 안팎. 10년 전인 2011년(4800억원)보다 5배 이상 성장했지만 미국(약 45조원)과 일본(약 9조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
슬립테크는 크게 현재 수면 상태를 ‘진단’하고 수면 질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수면의 질을 진단하는 기기로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가 가장 보편적이다.
수면과 관련해 기술 개발과 상품 출시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진단’ 분야다. 예전에 수면 진단을 위해선 병원이나 관련 클리닉을 찾아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엔 스마트워치만 있어도 내 수면의 문제가 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워치5’는 잠을 잘 때 ‘총 잠잔 시간’과 ‘렘수면(깨어 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수면 중 깸’ 등으로 나눠 시간을 측정한다. 이용자가 코를 골면 코골이를 녹음해 들려주고, 코를 곤 시간도 측정해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깊은 수면을 늘리려면 이른 시간에 취침하라”는 식의 조언과 수면 점수도 내놓는다. 애플은 애플워치와 ‘오토슬립’이라는 유료 앱을 통해 이용자의 수면을 자 동으로 인식하고 기록한다. 특별한 기기 조작 없이도 사용자가 언제 잠드는지 자동으로 감지해 수면시간, 중간에 잠깐 깨거나 뒤척거린 횟수, 심박수 등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면의 질을 %로 알려주고, 잠잘 때 주변 소음도 측정해 이용자가 소음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진단을 넘어 질 좋은 수면을 유도하는 기술에도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있다. 메모리폼이나 라텍스, 필로톱 등 고급 침구류 소비가 늘면서 전 세계 매트리스 시장은 2017년 270억달러에서 2020년 326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한국도 2011년 3000억원대 규모이던 매트리스 시장이 2022년엔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가수 아이유와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사용하는 침대로 입소문난 ‘해스텐스’는 170년의 역사를 가진 스웨덴 매트리스 브랜드로 1000만원대부터 1억원대까지 있어 ‘매트리스계 롤스로이스’라 불린다. 전통적인 침대에 각종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매트리스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숙면을 돕는다고 알려진 요구르트가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 명상을 유도하는 앱도 숙면을 위해 이용된다. 미국 명상 유도 업체 캄(Calm)은 ‘수면 스토리’라는 메뉴를 통해 빗소리, 숲소리 등 자연에서 들리는 소리와 원하는 스토리를 들으면서 잠잘 수 있도록 유도한다. 수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을 상대로 수면 관련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수면(Sleep)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슬립테크’가 가전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빅테크와 대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는 물론 국내에선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주도권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5년 삼성은 처음 슬립센스(SleepSense)를 선보이며, 슬립테크 시장에 등장했다. 이후 2019년 11월 구글(Google)은 처음 피트니스 트래킹 기업 핏빗(Fitbit)을 인수할 계획을 발표하며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 진출해 픽셀워치(Pixel Watch)를 선보였다. 이후 2022년 6월에는 수면 패턴에 대한 분석을 제공할 ‘수면 프로파일(Sleep Profile)’을 발표하며 슬립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이 지난해 9월 출시한 탁상시계 ‘헤일로 라이즈’도 이용자의 수면을 파악해 조언하는 기능을 갖췄다.
다른 전자기기들도 건강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스트레스나 불면에 시달리는 고객을 위한 마인드 웰니스(Mind Wellness)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선보였다. 제품명은 산들바람(breeze) 같은 상쾌함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브리즈는 뇌파를 측정하는 무선 이어셋과 뇌파 조절 유도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으로 구성된다. 실시간으로 뇌파를 모니터링해 사용자 상태를 측정하고, 적절한 주파수 소리로 안정과 수면에 적합한 뇌파를 유도한다. 앱은 마인드케어와 슬립케어 모드로 나뉜다. LG전자 관계자는 “마인드케어 모드를 활성화하면 알파파를 유도하는 사운드와 호흡 가이드로 긴장이나 불안을 덜어주고, 슬립케어 모드는 세타파와 델타파를 유도해 깊은 잠이 들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헬스 사업의 미래 전략으로 ‘수면 기능’을 꼽고 슬립테크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제품인 ‘갤럭시워치’와 ‘삼성 헬스’ 앱을 활용한 수면 관리 기능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7월 26일 공개될 갤럭시워치6를 통해 더욱 향상된 수면 관리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수면 모드에 맞춰 갤럭시 센서의 후면 불빛이 자동으로 조절되고, 알림이 무음으로 전환되는 등 맞춤 설정이 도입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향후 다양한 웨어러블기기로 슬립테크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