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류 인기와 관련해 가장 뚜렷하게 눈에 띄는 흐름은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한류 스타와 관련된 곳은 더 그렇다. 이들은 우리에게도 익숙지 않은 곳들을 스스럼없이 ‘팬심’으로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에겐 낯선 곳이지만 해외에서 유명해진 국내 여행지들도 생기고 있다.
매경럭스멘은 8월 한류와 관련된 국내 여행지들을 꼽아봤다. 우리에게 익숙한 곳도 있지만 의외의 곳들이 흥미를 끈다.
한류를 이야기할 때 방탄소년단(BTS)을 빼놓을 수 없다. BTS 이전에도 한류는 있었지만, 지금은 BTS가 한류의 대표주자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BTS의 글로벌 인기는 서울 여의도 한강 공연에서 열린 데뷔 10주년 기념행사에 세계 각지의 팬들이 몰려든 데서 엿볼 수 있다. 이들이 굳이 서울로 온 것은 BTS의 자취를 느끼기 위함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BTS와 교감할 수 있는 이 같은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세계적인 스타를 자주 보기란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BTS가 직접 출연한 콘텐츠들을 만들어 ‘아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촬영지로 쓰였던 장소들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한류 여행지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촬영지 자체가 세계적으로 내놔도 손색없는 우리 자연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있었던 공간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이색 여행경험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인더숲(IN THE SOOP) BTS 편>에 나온 평창의 숙소다.
<인더숲> 평창 편은 BTS가 화려한 무대를 떠나 숲에서 여유와 힐링을 즐기는 모습을 담았는데, 이를 여행상품화했다. BTS가 촬영지에서 느꼈던 ‘힐링’의 감성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촬영을 할 때 모습 그대로 공간이 구성돼 있고, 방문객들은 멤버들이 머물렀던 3개의 건물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숙소가 촬영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숙소는 인근 리조트인 휘닉스 평창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휘닉스 평창에서 <인더숲 BTS 편> 관련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숙소와 촬영지 간에는 셔틀버스가 이동을 도와준다.
다소 낯선 곳이 한류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곳 역시 방탄소년단이 거쳐 가면서 각광을 받는 여행지가 됐다.
춘천 사북면의 산 중턱에 자리한 해피초원목장은 체험 목장이다. 23만여 평의 초지에 한우를 방목하고 있으며. 소, 양, 토끼, 염소 등 다양한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춘천호를 배경으로 찍는 포토존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류 팬들에게는 BTS 멤버가 한우버거를 먹은 곳으로 더 알려져 있다. 목장 내 카페에서 한우버거를 파는데, 1등급 이상의 강원 한우로 매일 패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천 모산비행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시 비행훈련 목적으로 세워진 곳이다. 2016년 BTS의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FOREVER’ 글자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며, 일몰시간에 찾으면 뮤직비디오와 비슷한 색감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지난 해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주 무대로도 활용됐다. 비행장은 1975년 재정비한 이후에 항공기가 뜨고 내린 적이 한번도 없다. 제천시는 이 비행장 터를 사들여 공원, 숲, 문화 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꽃밭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된 상태다.
K팝의 또 다른 대세 스타 블랙핑크 역시 BTS 못지않은 한류 여행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 .
대관령하늘목장은 2020년 블랙핑크가 선보인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로 쓰이면서 소위 글로벌로 ‘떴다’. 전통의 국내 인기 여행지였지만 블랙핑크를 통해 세계속으로 한 걸음 더 뻗어나간 것이다. 멤버들이 핑크색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언덕을 달리는 곳이 대관령하늘목장이다.
약 1000만㎡ 부지에 조성된 대관령목장은 1974년 문을 열었다. 이후 40년 동안 외부 출입이 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러다 일반에게 개방된 것은 불과 9년 전인 2014년이다. 현재 400여 마리 젖소, 100여 마리 면양, 40여 마리 말을 방목해 키우고 있다. 이곳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트랙터 마차를 타면 5㎞ 코스를 따라 목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해발 1000m에 위치한 하늘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목장과 일대 경관이 장관이다. 걸어서 이곳을 즐길 수 있는 4개의 트레킹 코스도 준비돼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닮은 너른풍경길, 원시림과 야생화를 벗하며 걸을 수 있는 가장자리숲길, 원시림과 계곡을 만날 수 있는 숲속여울길, 목동들의 산책길인 참숲길 등이 각자의 매력을 뽐낸다. 양떼 체험, 승마 체험, 건초 주기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행리단길은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인근의 주변 골목거리를 말한다. 옛 건축물과 트렌디한 맛집들이 어울려 수도권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이곳이 한류 여행지로 거듭난 것은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촬영지로 쓰이면서부터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K콘텐츠 덕에 인기를 끄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였다는 소문이 나면 글로벌 각지에서 ‘궁금증’을 가지고 몰려드는데, 행리단길도 그 후광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주말이면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실 행리단길의 중심인 행궁동 일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쇠락’ 그 자체였다.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행리단길 일대는 개발 규제에 묶였고, 지역의 낙후화는 가속화돼갔다. 영통지구 등 신도심 개발은 더욱 이곳을 과거에 머물게 만들었다. 이때 나선 것은 지역주민들이었다. 작은 것부터 바꾸자는 마음으로 지역 살리기에 나섰고 행궁동의 명물인 담벼락 벽화도 이때 그려졌다. 이후 벽화가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꾼 이벤트였다. 2013년 한 달 동안 차 없이 걸어다니는 콘셉트로 진행된 이 지역 축제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45개국 100만여 명의 관람객이 행궁동을 찾았다. 페스티벌 과정에서 지역의 옛길을 복원하는 등 거리 정비도 진행됐다.
지역으로 밀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화성 일대 순회 관광차량인 화성어차, 헬륨 기구에 올라 화성의 경치를 감상하는 플라잉수원 등은 인기 상품이다. 이런 노력들의 결실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가 됐고, 행리단길이란 신조어가 생길 만큼 글로벌 인기 명소로 지역이 거듭나게 된 것이다.
수원의 행리단길 못지않은 유명한 거리가 경주의 황리단길이다. 이곳 역시 과거와 현대의 공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하지만 더 한국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류 여행지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황남동에 있는 신라시대 고분군인 대릉원부터 시작해 인근의 첨성대, 그리고 황리단길을 거닐면 한국의 고대와 현대를 오롯이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정평이 나 있는 고대 경주의 야경 여행은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할 필수코스다. 어둑해지고 빛이 고분군 등 옛 유적지를 둘러싸면 낮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특히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보지 않으면 후회할 정도다. 이미 입소문이 나 다른 경주 유적지들과 달리 밤이 더 북적이는 곳이다. 동궁과 월지 내 설치된 조명으로 인해 호수에 반사돼 비치는 건축물과 주위 경관이 장관이다.
옛 안압지로 불렸던 동궁과 월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 터이다.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됐고,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이곳에서 연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월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굴되면서 동궁과 월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울의 중심부인 광화문 청계천에 자리잡은 K팝 체험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합작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의 1~5층 공간에 마련됐다. 각층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한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1층에 들어서면 미디어월 하이커 월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첫 방문객이라면 그 크기에 압도당한다. 한국관광과 한류 관련 영상 콘텐츠가 쉼 없이 펼쳐진다. 2층에는 K팝 그라운드와 K팝 라운지가 마련돼 있다. XR 기술을 활용한 라이브 스튜디오와 다양한 콘셉트의 K팝 뮤직비디오와 무대장치를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이 직접 한류 콘텐츠를 생산해 볼 수도 있다. 3층에는 기획전시관인 하이커 아트리움이 있다. 4층에는 국내 관광 멀티 체험존인 하이커 케이브와 지역 축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하이커 케이브는 웰니스 관광지, 관광거점도시 등 다양한 주제로 국내 곳곳의 여행지를 비춘다. 여기서 한 가지 이곳의 특징적인 공간이 있는데 바로 3층과 4층을 관통하며 우뚝 솟은 수직형 대형 미디어 하이커 타워다. 다양한 우리 관광 콘텐츠가 타워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5층에는 하이커 라운지, 하이커 챌린지, 관광안내센터 등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계천 조망이 일품이다.
한류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한복 촬영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우리 MZ 세대 못지않은 한복 사랑을 나타내곤 한다. 한국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에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지만 비슷한 장소에서 찍는 한복 사진은 다소 식상할 수있는 대목.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특색 있는 한복 인증샷 장소로 전남 구례의 쌍산재와 운조루를 소개한다. 옛 고택만큼 한국적 정취를 느끼기에 적합한 곳은 없다. 특히 이곳은 의미도 남다르다.
쌍산재는 전남 구례군 소재 고택 한옥으로, 2018년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될 정도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의 특징은 주거공간 너머로 조성된 자연을 품은 별서 정원이 특징이다. 살림집 옆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지나 만나는 대숲과, 곧이어 만나는 동백나무 터널 뒤로 펼쳐지는 정원은 감탄을 자아낸다. 연못과 각종 화초 나무들로 조성돼 있으며, 서당채와 경암당이 있다.
쌍산재에는 꼭 맛을 봐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집 앞에 있는 당몰샘에서 나는 물이다. 지리산 약초가 녹은 물이라고 할 정도로 물의 맛과 기운이 좋다. 쌍산재가 자리잡고 있는 구례는 장수마을로 유명한데, 장수의 비결을 지역의 ‘물’에서 찾는 이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에는 물을 길러 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당몰샘의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한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윤스테이> 촬영지로 쓰였다.
쌍산재와 약 3㎞ 거리에 있는 운조루는 당시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곳이다. 호남에서 드물게 조선후기 양반가옥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풍수지리적으로도 명당에 속한다고 한다.
운조루가 특별한 것은 ‘상생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온 가문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도 열수 있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적힌 뒤주를 둬, 인근의 배고픈 이들 누구나 와서 쌀을 퍼가도록 했다. 운조루라는 택호는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과 함께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사진 각 지자체, 한국관광공사, 연합뉴스]
[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