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한 장의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지드래곤의 ‘POWER’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시선을 던지며 양손을 카메라 앞에 들어 올린 그의 손가락에서 세 개의 컬러스톤 반지가 빛났고, 내 인스타그램에는 며칠간 같은 질문이 쇄도했다
“저 보석들 뭐예요?”
“88억원이라는 가격이 사실인가요?”
“어디 제품인가요?”
하지만 주얼리 전문가로서 내 시선은 다른 곳에 머물렀다. 네온 블루빛이 독보적인 파라이바 투르말린, 강렬한 체리빛 루벨라이트, 그리고 태양의 따스함을 닮은 옐로 다이아몬드. 이 세 보석의 조합은 현재 하이주얼리 시장의 완벽한 ‘요약본’이나 다름없었다. 이 반지들의 메이커가 ‘제이콥앤코’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브랜드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어진 ‘MAMA 어워즈’에서도 지드래곤은 제이콥앤코의 주얼리를 착용해 브랜드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해 12월, 도산대로의 제이콥앤코 부티크를 찾았다. 차가운 겨울 햇살이 스며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간에서 나는 브랜드의 진면목을 마주했다. 지드래곤의 화려한 주얼리로 화제가 된 제이콥앤코는 사실 메시, 호날두, 리한나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하는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아스트로노미아’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적 컬렉션이다.
직접 착용해본 ‘아스트로노미아 솔라 컨스텔레이션’은 마치 손목 위에 작은 천문대를 얹은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투명한 사파이어 돔 아래 288면으로 정교하게 커팅된 태양이 중심에서 찬란한 빛을 뿜으며 작은 우주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을 전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은 각기 다른 보석으로 표현되어 우주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화성은 붉은 재스퍼로 타오르는 열기를 드러냈고, 호안석으로 표현된 토성의 고리는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동시에 품었다.그중에서도 피터사이트로 구현된 목성은 강렬한 존재감으로 중심을 잡으며 우주의 조화 속에서 특별한 무게감을 더했다. 모든 보석들은 블루 티타늄 베이스 위에서 춤추듯 배열되어 시계 장인의 기술과 보석 세공의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인 우주의 표현은 장식품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작품임을 증명했다. 이렇듯 제이콥앤코는 보석 세공과 워치메이킹을 융합하며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제이콥아라보는 16살의 나이에 뉴욕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에서 보석 세공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시계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비전은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경계를 허물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시계를 만들어냈다.
한국 럭셔리 워치 시장에서 제이콥앤코는 독창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이 시장에서 제이콥앤코는 예술성과 보석의 가치를 융합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부가티와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빌리어네어 시리즈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2015년 첫선을 보인 빌리어네어는 매번 진화를 거듭하며 최근 도산공원 부티크에 입성한 빌리어네어Ⅲ로 정점을 찍었다. 총 714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이 시계는 하이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경계를 허문 상징적 작품이다.
시계에 에메랄드컷 다이아몬드 적용은 기술적으로 도전적이다. 계단식 커팅은 다이아몬드의 내재적 투명도를 극대화하지만, 세팅 과정에서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앤코는 이를 완벽히 구현하며 깊고 차분한 광채로 다이아몬드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마치 고요한 호수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 컷의 빛은 656개의 스톤이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따라 이어지며 조화를 이룬다. 또한, 바게트컷과 로즈컷 다이아몬드는 빛의 흐름에 리듬감을 더하고, 플라잉 투르비용의 섬세한 움직임은 모든 요소를 하모니로 연결하며 시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이 시리즈의 특별함은 다이아몬드를 보조 장식이 아닌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다. 각각의 스톤은 정교하게 계산된 각도로 배치되어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며, 밤하늘의 별들처럼 생동감 있게 빛난다. 전 세계 단 18피스 한정 제작된 이 시계 중 ‘넘버 7’이 한국에 온 것은 국내 컬렉터들에 대한 브랜드의 애정을 보여준다. 50억원대라는 가격은시작일 뿐, 시간이 지날수록 그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도산공원 부티크에 모여드는 시선의 의미는 분명하다. 보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시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제이콥앤코의 여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워치메이킹의 정점을 보여준 브랜드가 지드래곤의 반지로 대중적 관심까지 얻으며 도산공원의 빌리어네어Ⅲ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 시대의 컬렉터들과 제이콥앤코는 워치메이킹의 다음 챕터를 함께 써가고 있다.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