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빠르고 탈중앙화된 장점에, 전통 화폐의 안정성을 결합한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글로벌 금융과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인 USCD를 상장한 써클이 상장 후 급등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금융시스템과 암호화폐 시장을 연결해 주는 브리지(Bridge) 역할을 하며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을 사고팔 때, 달러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기준으로 거래하게 해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기존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USD)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은 국가 간 송금에서 두드러진다.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전 세계 어디서나 빠르게 전송 가능하고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은행의 느리고 수수료는 비싼 송금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에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 송금·결제는 기존 인프라를 상당 부분 우회할 수 있어 비용이 낮고 일부 블록체인에선 송금 시 10원 이하의 낮은 비용이 발생한다. 액수가 늘더라도 비용이 달라지지 않으며 결제, 인도, 정산 절차가 24시간 내에 즉각 이뤄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의 ‘환전’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한국은 다른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제도화가 더딘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추진해 5억원 이상 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에 발행 허용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한국은행도 “필요하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중앙은행과 민간의 협력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시대의 기축통화가 되면 한국 경제도 그림자 달러를 써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결제 기준이 될 것이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 중이며 그중 명목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99% 이상이 달러 기준이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기업가치 상승도 가시화되고 있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500억달러 시장 규모에서 주요 사업자 중 하나인 써클이 연간 1억 6000만 달러의 조정 순이익 창출하는데 주가이익비율(PER)은 300배 수준”이라며 “한국 시장의 구조적인 할인을 감안해도 시장 초기에서 순이익 1억 1000만달러에 150배의 PER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내수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핀테크·IT 기업이 발행 경쟁에 참여해야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며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쉽다. 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국내에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침투 속도가 달러보다 느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초반에는 현금 혹은 신용카드 사용 수요를 일부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인은 한국이 결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이 보기에는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의 밸류체인은 크게 발행·유통·보관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어느 분야든 결국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플랫폼 기업이 우위를 점할 코인을 통해 각자의 생태계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가상화폐 시장 초창기와 유사한 모습으로 다수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어도 중장기로는 소수의 범용성 높은 스테이블코인만 살아남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써클이 IPO 후 미 증시에서 급등하자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 6월 5일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 최초로 써클 인터넷(CRCL US)이 상장 후 2주 만에 주가가 7배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써클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도 함께 빠졌다. 주가가 단기에 오버슈팅한 후 다시 주저앉기는 했지만 네이버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을 플랫폼으로 꼽힌다.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국내에도 가상자산이 기존 디지털 경제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 및 디지털 거래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플랫폼의 가치가 재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69%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액이 ‘카카오페이’ 대비 약 3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환전이 필요 없는 빠른 결제·송금, 제로에 가까운 수수료, DeFi 기능으로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전에 없던 사업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네이버쇼핑 판매업자는 과거 대비 낮은 수수료로 상품을 팔 수 있고, 실시간 상품 대금을 정산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판매, 정산이 용이해지면서 네이버페이는 기존 밴(VAN)수수료, PG수수료의 원가가 줄어든다. 스테이블코인 수탁업무 및 해외송금 증가 등 새로운 수익모델 증가로 네이버 플랫폼과 계열사 전반의 수익 및 성장성 증가가 기대된다.
카카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기존 수수료를 줄이고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한 새로운 결제, 송금, 투자 증가에 따른 수익성이 늘어난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스테이블코인 수탁업무 및 해외송금 증가 등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두나무(업비트)’는 가상자산 거래량 증가 및 수탁사업 등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카카오 플랫폼 내 계열사 전반의 수익성 및 성장성 증가가 기대된다. NHN KCP는 국내 1위 PG사로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세부적으로는 온라인 쇼핑몰 전자결제 대행, 부가통신망, 결제 단말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비중은 PG 87.5%, VAN 11.1%, 상품매출 0.6%, 기타 0.9%로 구성되어 있다. NHN KCP는 최근 SKRW, KSKRW, NSKOR 등 총 11종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등록했다. NHN그룹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 진출이 초읽기 상태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PG사의 경우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정책에 따라 비즈니스 환경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PG사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미 확보된 인프라를 통해 코인 결제를 활성화한다면 비즈니스의 주도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실적 개선까지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코인 준비금운용에 따른 이자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다. NHN KCP의 지난해 기준 PER은 9배 수준으로 다날과 같은 피어그룹(Peer Group)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이라는 신성장동력 발굴로 밸류에이션은 단숨에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헥토파이낸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결제 수단을 직접 보유한 핀테크 기업이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지급 결제 수단까지 확보하게 되면 해외 크로스보더(Cross-border) 송금 및 B2B 결제 사업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헥토파이낸셜은 국내 블록체인 보안 전문기업 하이파이브랩과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시스템의 기술제휴를 위한 MOU를 맺기도 했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헥토파이낸셜은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지급결제, 선불 충전 및 지역화폐 사업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 수단을 추가하여 지급결제 안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선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와 지급결제 및 유통 분야에서 제휴를 논의 중이며, 스테이블코인에 특화된 개정 자금 결제법이 시행 중인 일본 등과 해외법인 설립을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톤은 스테이블코인 테마를 타고 1년 새 주가가 5배 오른 종목이다. 핀테크 솔루션, 스마트 금융 등 핀테크 비즈니스를 메인으로 티머니 솔루션 같은 사업을 하며 국내 대형 은행을 비롯한 증권사, 통신 3사를 주요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아톤은 최근 10만 명 규모 CBDC 실증사업에서 NH농협은행의 파트너로 참여해 디지털화폐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관련 역량을 증명했다. 중소기업으로선 유일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은 “CBDC 시스템 구축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시, 민간에서의 시스템 구축 수요가 급증하는데 일반 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전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기업이 관련 시스템 구축부터 운영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협업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CBDC 레퍼런스가 확보된 아톤의 수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는 세부 내용과 타임라인 관련 불확실성이 높다. 게다가 이미 호재를 선반영하며 단기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단기변동성이 불가피해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테마주들은 실제 사업 성과와 무관하게 급등락을 반복하는 경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와 LG CNS 등의 주가는 스테이블코인 기대감으로 급등했다가, 한국은행의 리스크 경고 이후 급락했다. 규제 역시 불확실성이 남은 상태다. 미국에서는 ‘지니어스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