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는 전 세계 한인촌(코리아타운) 중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으며 그냥 코리아타운이라고 말하면 LA 코리아타운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한인타운의 정점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한인촌은 그 규모와 역사를 대변하듯 영어를 못 해도 한국인이 충분히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인 CBRE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LA 부동산 총 투자액은 620억달러(약 86조원)로 미국 내에서 뉴욕 다음으로 높았다. 로스앤젤레스는 부동산 투자액, 외국 자본 유입 및 인구수 등에서 뉴욕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의 미국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도 투자 인기 1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는 남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임차인 비중도 높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게다가 매년 억대연봉자(Six–Figure Earners) 유입인구가 높아 미래에도 주거용 부동산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미국 내에서, 그리고 남캘리포니아 지역 내에서도 비싼 지역이다. 고질적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그에 비해 주택 수요는 아주 높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한 해와 올해 초까지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남캘리포니아 지역의 주택 시장에 싸늘한 찬바람이 일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뜨거웠던 남캘리포니아 주택 시장이 급격하게 식었다. 지난 2022년 미국 주택 시장의 극심한 불황의 그늘이 LA 지역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부동산 회사 레드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분기 미국 내 투자 목적으로 매매된 거래는 2021년 4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높은 차입 비용과 집값 하락에 대한 전망이 부동산에 대한 투자 욕구를 떨어뜨리면서 2022년 4분기 미국 전체 주택 구매는 2021년 대비 45.8% 감소해 사상 최고 폭을 기록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또한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CAR)가 발표한 지난해 부동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남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된 기존 주택 판매량도 2021년에 비해 무려 46.9%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모기지 부담이 계속해서 높아지자 주택 시장에서 바이어들이 소극적이 되면서 뒤로 물러섰고 주택 거래가 급감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 지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계속 오르던 남캘리포니아 주택가격이 내림세로 전환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에 조심스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 눈길을 끈다. <LA타임스>는 최근 수개월 동안의 추이를 보아 그동안 하락해온 남캘리포니아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로 주택가격을 추적하는 여러 데이터들을 종합해보면 지난 수개월 동안 남캘리포니아 지역 주택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존 단독주택의 경우 중간 판매가격이 78만5000달러를 기록해서 한 달 전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전월 대비 3개월 연속 남캘리포니아 주택 중간 판매가격이 오른 것이다. 모기지 회사 블랙나이트와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 등의 데이터에서도 남캘리포니아의 주택 중간 판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데이터들이 남캘리포니아 주택가격의 상승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또 다른 부동산 중개회사 질로의 경우주택가격이 4월에도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질로의 조사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 2022년 주택가격이 떨어진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작았다는 점이다.
남캘리포니아 지역의 부동산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모기지 금리가 다소 떨어진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모기지 이자율이 7%를 넘어서면서 바이어들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는데 최근 들어서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꺾이며 6%로 내려갔고 일부 바이어들이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첫 집을 구입하려는 바이어(First Home Buyer)들의 경우 모기지 이자율이 6%대에서 당분간 머물면서 그 밑으로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구매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LA타임스>는 부동산 중개인들의 분석을 인용해서 최근 남캘리포니아 주택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First Home Buyer들이 6%라는 높은 모기지 이자율에도 주택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아파트 등 주거지 렌트비가 대단히 높다는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집을 살 수 있는데 굳이 왜 비싼 렌트비를 지불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다.
한편 질로의 제프 터커 경제학자는 일부 바이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더라도 상당수의 셀러들이 여전히 망설이는 상황이라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셀러들은 대부분 3%대 모기지를 내고 있는데 그렇게 저렴한 모기지의 집을 처분할 경우 그 2배에 달하는 6%대 모기지를 부담하면서 다른 집을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셀러들은 주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고 그 결과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인 것이다. 실제로 올 초부터 남캘리포니아의 전체 매물 수는 21%나 감소한 것으로 레드핀 자료에서 파악되고 있다.
<LA타임스>는 이 분석 기사에서 향후 모기지 이자율과 불경기 진입 여부 등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LA타임스>가 인터뷰한 전문가들 중에 질로의 터커 경제학자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주택 가격이 이제부터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모기지 이자율로 상당수의 주택 소유자들이 자기 주택을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매물이 부족해져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부동산중개인협회의 조던 레빈 수석경제학자 또한 주택가격이 상승 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올라가는 정도가 팬데믹 당시보다는 완만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높은 모기지 이자율에 경기 둔화가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저지할 정도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내다봤다.
<LA타임스>가 인터뷰한 전문가 중에 다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블랙나이트의 앤디 월든 부회장이었다. 현재 이자율 수준에서 주택가격은 기본소득이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앞지를 정도이고 여전히 잠재적 가격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을 예측했다.
김민경 국민이주 미국변호사
미국 이민전문 변호사. 미국투자이민, 고학력 독립이민, 사업가비자 등을 담당하며 미국 내 부동산 거래 관련 실무 및 상담을 하고 있다. 관련된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이민변호사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