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기 전 밀 1㎏을 생산하는 데 10분 걸렸던 것이 이제는 2초 안팎으로 줄었다. 인구의 80%가 빵을 만들거나 밥 짓는 데 매달려야 했다면 산업 활동, 운송과 통신,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은 혁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 세계로 가는 길은 값싼 강철 쟁기와 무기질 비료로부터 시작됐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경이로움은 덧없는 것이며, 우리 세계는 어차피 강철과 플라스틱, 콘크리트와 암모니아로 만들어진다. 저자는 이를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이라고 했다.
현대인은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도시화·기계화 때문에 우리 생존의 기반이 되는 먹거리, 원자재, 상품 등이 어떻게 생산되고 이동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이해 부족 탓에 사람들은 채팅형 인공지능에 대한 장밋빛 기대나, 기후위기로 세계가 종말을 맞으리란 비통한 예언에 휘둘리곤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 책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이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믿고 있던 것들이 뭐가 잘못됐는지 예리하게 들춰낸다. 식량과 환경부터 에너지, 바이러스, 기후변화, 세계화까지 객관적 통계와 수학적 자료를 토대로 인류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대 문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가려낸다. 나아가 미래의 한계와 기회를 통찰하게 만든다.
스밀 교수는 숫자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편견을 부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을 내왔다. 그는 단순히 수학적 계산을 넘어 숫자를 적절한 맥락에 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번 책에서도 그런 주장이 두드러진다.
저자는 환경부터 에너지, 바이러스, 기후변화까지 객관적 통계와 수학적 자료를 토대로 세상의 변화를 고찰하고 예측한다. 가령 원자력에 대한 오해가 그렇다. 저자는 “원자력에 대한 만연한 두려움은 잘못된 위험 지각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한다. 원자력발전이 대기오염과 관련한 사망을 크게 예방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핵을 이용한 전기 발전에 대한 불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저자는 대기오염에 대한 사망자 수가 화석연료 연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보다는 핵을 쓰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2020년을 기준으로 세계 전기의 5분의 3은 화석연료로 발전했고, 핵분열에 의한 발전은 10%에 불과했다. 이는 1985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한 잠재적 사망자의 예상치를 포함하더라도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문제도 마찬가지다.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25% 많으며 전기 발전 다음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다. 전기차로 인한 ‘탈탄소 효과’보다 SUV를 줄이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책은 이렇게 현대 문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힌다. 저자는 우리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과학적 접근을 통해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처드 루멜트는 세계적인 경영이론가, 경영전략 연구자이자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의 명예교수다. 그의 새 책 제목인 ‘크럭스(crux)’는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이 등반할 때 가장 어려운 구간을 부르는 말로, 저자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위기의 순간이 촉발한 기업의 문제를 뛰어넘는 법을 전한다.
좋은 리더는 문제의 가장 핵심이 되는 구간을 찾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조직에서는 능력과 지식, 기술을 집중해야 크럭스를 돌파해낼 수 있다. 저자는 다음 세 가지를 조합해 크럭스를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첫째는 이슈의 경중을 판단하고, 둘째는 이들 이슈를 해결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것, 마지막 셋째는 자원의 분산을 방지하고 조급함 대신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삼성, 스페이스X, 구글, 넷플릭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 도약 사례를 들어 문제의 크럭스를 발견하고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혼삶이 급증하는 시대, 그중에서도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게다가 지금 청년 세대는 비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혼자 나이 들어가는 40·50대 ‘에이징 솔로’는 앞으로도 늘어갈 것이다.
비혼 중년으로 혼자 살아가는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국내 1인 가구 담론에서는 중년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청년들의 당당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콘텐츠,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된 중·노년을 위한 대책들 사이 비혼 중년 1인 가구에 대한 이야기는 공백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혼자 사는 4050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가는 법, 노후 준비 과정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결혼·출산하지 않은 여성을 단정적으로 보는 낡은 시선들을 지적하는 한편, 나이 들수록 삶이 나아짐을 느낀다는 4050 비혼 여성들의 실제 경험을 다채롭게 풀어내며 에이징 솔로의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공유한다.
‘주얼리 인사이트’를 연재 중인 주얼리 칼럼니스트 윤성원의 새 책이다. 업계에서 보석 전도사, 주얼리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그가 이번에는 ‘젬스톤’의 모든 것을 담은 신간을 냈다. 화려한 젬스톤의 사진들과 함께 컬러별 특성과 가치, 역사와 주요 산지, 취급 및 보관법 등을 다룬다.
“보석의 색은 단순히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라고 적은 저자는 어떤 색깔이 가장 가치 있는지, 보석이 채굴되는 산지마다 어떻게 색이 다른지 이야기한다. 피전 블러드, 티파니 다이아몬드, 모거나이트 등 컬러 이름별 재미있는 유래도 전한다. 과거 수많은 성직자와 군주들이 애용한 보라색 ‘자수정’부터, <스타워즈>의 광선 검을 연상시키는 색으로 요즘 핫한 ‘제다이 스피넬’까지 시대에 따라 달라진 컬러 트렌드도 함께 짚었다. 내구성 강한 보석을 재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하는 최근 보석계의 움직임도 살펴볼 수 있다.
아랍의 봄, IS의 발흥, 브렉시트 투표, 우크라이나 전쟁, 베네수엘라의 붕괴 등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사건들은 모두 별개의 일인 듯하지만, 이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루퍼트 러셀은 이 연쇄 위기 촉발의 계기를 ‘가격’에서 찾았다. 가격의 급변이 대기근과 대규모 난민, 폭동과 혁명,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특히 식량, 원유 같은 필수 원자재의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질서가 무너지고 위기가 벌어졌다. 이는 다시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그 결과 또 다른 가격 급등과 위기가 잇따르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책에서 저자는 원자재가 ‘금융화’된 과정, 균형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믿었던 가격의 비합리적인 면모, 투기 금융이 초래한 충격을 파헤친다. 이라크,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케냐에서 직접 난민, 경제학자, 헤지펀드 매니저 들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의 혼돈이 어떻게 현실세계에 혼돈을 가져왔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김병수·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