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1위인 카톡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는 4145만8675명으로 2위인 유튜브(4095만1188명)와의 격차가 50만7487명까지 줄었다. 카톡과 유튜브의 MAU 차이가 50만 명대로 떨어진 건 집계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이 같은 감소세가 계속되면 오는 하반기 중 유튜브가 카톡 MAU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유튜브가 카톡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면 외국 플랫폼이 처음으로 국내 월간 MAU 집계에서 국내 플랫폼을 앞서게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1년 새 22.99% 추락했다. 지난 한 달간(6월18일 기준) 주가도 6.29% 하락했다. 시가총액 순위도 연초 11위에서 14위로 세 계단 하락했다. 카카오는 올해 증시 흐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은 상승세다.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주요 빅테크 종목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카카오에 빨간불이 켜졌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적자 확대와 투자 유치 실패로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을 정리하고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백상엽 대표가 사퇴하고, 이경진 대표가 새롭게 선임됐다. 기존 임원 전원을 보직 해임한 후 일부만을 재신임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출범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i클라우드, 카카오워크(협업툴), 외개인아가(챗봇)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IT업계에서는 차별화 전략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늘 후발주자 형태로 서비스를 내놨는데, 이미 시장을 점유한 기업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포인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최근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이직과 전직을 지원하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희망자는 직군 상관 없이 경력 10년 이상 정규직이면 신청할 수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15개월치 기본급과 이직·전직 지원금을 받는다. 회사 측은 “인력 선순환을 위한 조처로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선 희망퇴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계열사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이다. 카카오스타일은 2021년 카카오 커머스에서 인적분할된 스타일 사업 부문이 여성의류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과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가 지분 51.1%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 출범 이후 지그재그는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 2020년 31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018억원까지 뛰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개발 인력 채용 확대를 통해 서비스 퀄리티를 개선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수익성은 악화했다. 2020년 262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1년 379억원, 2022년 518억원으로 커졌다.
카카오가 부진 사업 정리에 나선 배경은 수익성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외형 확장’을 이유로 신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 부진이 일정 부분 용인됐다. 하지만 적자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 ‘계열사 조직 개편’ 요구가 나왔다. 특히 카카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커지면서 이 같은 지적에 힘이 실렸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헬스케어 ▲그라운드엑스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스타일 총 13곳. 이 중 7개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특히 단기간 급성장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적자 규모가 500억원가량 늘며 14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455억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38억원으로 집계됐다.
모기업인 카카오도 조직 쇄신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이 합병 9년 만에 CIC 체제로 전환했다. CIC는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형태로, 신속하게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포털 사업 부문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포털 부문 광고수익이 타격을 입으면서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은 ▲2019년 5236억원 ▲2020년 4780억원 ▲2021년 4925억원 ▲2022년 4241억원 등으로 지속 감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주요 계열사의 구조조정이 전체 계열사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역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89% 줄어든 1438억원이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1764억원)보다 18.5% 줄어든 수치다. 앞서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2%, 순이익은 871억원으로 93.4% 떨어진 바 있다. 카카오 안팎에선 투자 유치와 IPO(기업공개) 기반의 카카오식 성장방식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전직 임원은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1년 유치한 1000억원이 연내 소진 위기이고 엔터테인먼트 역시 상장이 수년째 표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고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등 신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올해 최대 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했다”며 “수익성과 주가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도 “1분기에는 카카오와 카카오 공동체 전체적으로 비용을 보다 효율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고,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들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계열사의 한 직원은 “올해 실적이 좋아지지 않으면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어느 때보다 실적 압박이 크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과 시장 상황 악화로 경영 쇄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계열사 전직 임원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느라 본질적인 경쟁력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라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되레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부풀리는 데만 골몰하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사우디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은 카카오엔터가 SM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SM 인수와 함께 SM이 보유했던 국내외 계열사가 모두 카카오로 편입되면서 계열사가 대폭 늘어났다. 확장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당뇨병 관련 서비스와 카카오VX의 골프 소프트웨어 사업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훔쳤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4월 골목상권 침해 지적을 받고 있는 비핵심 사업 정리 등을 통해 130여 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100개 이하로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카카오 계열사는 이후 120여 개 수준으로 줄기도 했다. 하지만 SM인수로 오히려 더 많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대상 기업집단 현황 자료를 보면, 카카오 계열사는 147개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시기(136개)와 비교해 11개가 늘었다. 에스케이(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네이버(51개)와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카카오 자산 총액은 3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가 성장 과정의 구조적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마다 계열사를 설립하고, 외부 투자를 받아왔다. 임직원들에게 지분을 주고 독립 경영을 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진 것은 물론, 일부 계열사 경영진들에 대한 통제도 어려워졌다.
카카오 사정에 밝은 A씨는 “외부 투자를 이러저리 받다보니 2대 주주나 3대 주주의 발언권이 상당한 회사가 많다. 이들의 동의 없이는 구조조정이나 매각 등 주요 경영행위가 불가능하다”면서 “본사에서조차 계열사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독립 경영 체제는 고속 성장에 도움이 되었지만, 장기적으로 카카오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암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미 시장에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카카오의 매각 1순위로 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내외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성을 감안해 나머지 사업들만 정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AI 사업은 카카오브레인, 물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겹치는 등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사업은 교통정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경영 쇄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등판 가능성도 점치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A씨는 “김범수 창업자의 지분율이나 회사 지배력은 현저하게 낮아진 상태로 지금 구원투수로 등판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계열사들을 이끌 수 있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구성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