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인 ‘챗(chat)GPT’가 화제다. 자영업자들은 가게의 홍보문구에 도움을 얻기도 하고, 학생들은 리포트를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단순한 정보를 얻기 위한 일회성 대화뿐 아니라 가벼운 대화부터 철학적인 토론도 가능하다. 시나 소설을 창작하기도 하고 심지어 코딩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챗GPT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이를 활용해 개인적인 심리 상담까지 받고 있다는 후기도 공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이 챗봇은 누구든지 오픈AI 웹사이트를 통해 메일주소로 가입만 하면 몇 시간이고 기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픈AI는 2015년 12월 투자자인 샘 알트만 CEO와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단체이다.
설립 당시에는 비영리단체였지만 2019년 제한된 영리단체로 변환해 1조원 이상 출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했다. 공동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자신이 CEO를 맡은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용 AI 개발을 하고 있어 미래에는 이익이 상반될 가능성이 있다며 오픈AI 이사를 사임했지만, 이후에도 기부는 계속하고 있다. 베타버전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2월 5일 오픈AI 샘 알트먼 CEO는 챗GPT 사용자가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구글 시대는 끝났다’라는 다소 과장된 홍보를 하는 챗GPT의 매력은 ‘답’을 찾아주는 정교함이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건조하게 나열하지만, 챗GPT는 해답을 제시한다. 위의 질문에 챗GPT가 답을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챗GPT는 이용자가 던진 질문에 적합한 답을 방대한 언어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내 던져준다. 이를테면 대화형 검색엔진인 셈이다.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 결과를 보여준들 원하는 답을 찾아내고 취사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GPT는 그 과정을 건너뛴다. 물론 그 결과의 정확성은 지속적인 아직 완벽하진 않다. 완벽하게 검색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챗봇은 때때로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색해보니 생산성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1970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누구였는지, 3841×184571 같은 단답형 질문부터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해 달라고도 요청할 수 있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오늘 바깥 온도가 영하 7도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등 정답이 없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이미지 생성 AI에 지시할 명령을 작성하거나 간단한 리포트를 쓰는 데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이 할 수 없는 영역도 해낸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서는 챗GPT로 코드에 있는 버그를 설명하고, 수정도 가능하다. 직접 작성한 코드를 올리면 오류를 잡고 정돈된 코드로 바꿔준다. 단순 버그를 찾는 것을 넘어 개발자들에게 아예 코드를 어떻게 짜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막힌 코드를 풀기 위해 구글을 검색하던 개발자들이 ‘이제 구글은 필요 없다’며 환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사용에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챗GPT는 영어 기반 서비스다. 한글도 사용할 수 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린다. 길게는 1분 정도가 소요되거나 오류화면이 뜨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베타모델이고 무료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용하면 감수할 수 있는 정도였다.
챗GPT를 활용한 뉴스 작성이 가능할까? 베타버전에서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 공개된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지 정보나 맛집 정보 등도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의 신뢰도에도 아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오픈AI 측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AI 챗봇의 부작용으로 ▲도덕성 결여 ▲오타 없는 피싱 이메일 작성 ▲소프트웨어 및 악성코드 작성 가능 ▲다양한 차별 ▲가짜정보의 확산 등이다. 챗GPT는 AI 챗봇이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챗GPT는 단순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실수를 인정하기도 하고 질문에 잘못된 전제가 있다면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부적절한 요청은 거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종, 성, 종교 등을 이유로 한 혐오나 차별 같은 질문에는 생성을 거부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IT 기업들이 이미 인공지능 챗봇을 출시했지만, 차별 및 혐오 발언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오픈AI는 이러한 유형의 스캔들을 피하고자 언어가 기업의 콘텐츠 정책에 어긋나는지 아닌지를 결정토록 훈련된 AI 기반 조정시스템인 ‘모더레이션API(Moderation API)’를 사용한다. 이를 활용하면 안전하지 않거나 불법적인 정보가 통과하는 것을 차단하지만, 아직 100% 정확하지는 않다.
더 발전된 엔진이 장착되면 챗GPT가 구글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직접 챗GPT에 해봤다. 답은 “구글을 완벽히 대체할 가능성은 작지만,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대화형 검색 경험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였다. 최근 AI 스피커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음성검색서비스의 보편화 정도를 고려하면 자동차나 스피커,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일정부분 대체 가능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다만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
챗GPT는 현재 사전 체험 서비스 단계로 누구나 회원 가입만 거치면 무료로 맛볼 수 있다. 다만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트윗을 통해 “어느 시점에서 챗GPT를 활용한 수익 창출이 있을 것”이라며 추후 챗봇 사용에 대한 요금 부과 계획을 언급했다. 이 트윗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채팅당 평균 비용을 물었고 알트만은 1채팅당 평균 비용은 10센트를 밑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직 챗GPT의 유료화에 관한 정확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료로 인식되는 검색엔진과 다른 유료서비스 안착을 위해서는 후발 경쟁 주자와 차별화된 압도적인 성능이 담보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