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디스플레이 업계, 차세대 성장 동력은… LG는 OLED, 삼성은 퀀텀닷으로 脫LCD
황순민 기자
입력 : 2019.11.01 11:13:55
수정 : 2019.11.01 15:10:17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무리하게 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에 빠진 상태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시장 수익성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를 대표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재편(다각화)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나섰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발광다이오드(QD디스플레이)에 13조원 안팎의 대형 투자를 집행하는 결정을 내려 TV용 패널에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호영 사장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맞은 LG디스플레이는 기존에 TV용 패널에서 유발광다이오드(OLED)를 적극 육성하던 전략에 더해 성장 동력으로 차량용 패널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최근 몇 년 새 LCD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시장 수익성이 눈에 띄게 악화돼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진퇴양난’을 거듭하고 있다. 패널 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글로벌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일제히 LCD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 TV용 패널 가격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만 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 9월 32인치 TV용 LCD패널 가격은 33달러로 지난달보다 2.9% 떨어졌다. 올해 초인 1월(41달러)과 비교했을 때 19.5% 떨어졌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38.9% 하락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 업체들의 전략은 ‘차세대 시장선점’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등에서는 삼성과 LG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액정표시장치(LCD) 추격을 뿌리치고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향후 약 20조원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이후 20조원 안팎의 추가 투자 계획을 갖고 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가 O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진행해 온 투자까지 모두 합하면 70조원을 넘는 천문학적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디스플레이, QD디스플레이로 사업 전환 박차
삼성이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빚어진 ‘액정표시장치(LCD) 위기’를 넘고 대형(TV용 등) 패널 시장에서의 주도권도 찾기 위해 13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투자카드를 꺼내들었다. LCD를 대체할 차세대 패널로 불리는 QD(퀀텀닷·양자점) 디스플레이 생산·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여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최첨단 기술과 고수익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중소형 OLED 패널에서 세계 1위이지만, TV용 대형 패널은 LCD에 중심을 두고 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생산라인 구조조정을 통해 QD디스플레이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패널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가 공격적으로 나서 LCD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삼성 입장에서 QD디스플레이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TV부터 스마트폰까지 대형·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최근 발표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를 시작으로 지배력 확대를 위해 장기적으로 추가적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현재 대형 LCD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L8 생산라인의 일부를 QD디스플레이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의 QD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시설투자에 10조원이 투입되고 기술 개발 등에 3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1 라인을 2021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해 초기에 65인치 QD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초기 생산규모는 월 8.5세대 원장(TV 패널로 가공하기 전 큰 판) 3만 장을 투입하는 수준이다. 또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단계적으로 Q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 함께 QD 신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기존 LCD 분야 인력을 QD 부문으로 전환 배치하고, QD 재료 연구와 공정개발 전문 인력 등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신규 채용을 제외하고도 약 8만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공격적 투자 속에서 입지가 위태로웠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투자에 따라 QD디스플레이 전환이 본격화할 경우 향후 수년 안에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QD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비롯한 물질(발광원)들이 빛을 내고 이 빛을 받아 QD화소가 색을 재현하는 방식의 기술이다. 색 재현력과 명암비 등이 뛰어나 LCD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QD디스플레이 기술은 현재 대중화된 OLED 기술보다도 한 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투자와 함께 LCD 사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추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미 ‘치킨게임’에 접어든 LCD 사업은 만들수록 손해인 만큼 LCD 생산을 줄이는 동시에 LCD보다 경쟁력이 뛰어난 QD디스플레이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장기적으로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초대형 투자를 뒤따를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QD 생산라인은 원장 크기가 8.5세대인 라인으로 원장 하나로 65인치 패널을 3개 만들 수 있는데, 원장 1장을 투입해 더 크고 많은 TV 패널을 생산해내기 위해 8.5세대보다 큰 원장을 투입할 수 있는 생산라인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업개편·고강도 구조조정 나선 LG디스플레이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5000억원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실적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 다각화와 사업구조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호영 신임 사장 취임으로 최근 새로운 리더를 맞이한 LG디스플레이가 ‘민첩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한 조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연구·개발(R&D) 조직도 강화했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한편 강도 높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 작업에 즉각 착수했는데, LG디스플레이는 조직개편을 통해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조직 슬림화를 실시해 전체 임원과 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했다. 조직간 시너지를 높이고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됐다.
조직 개편도 눈에 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액정표시장치(LCD) TV 개발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LCD 조직을 축소하고, 이에 따른 유휴 자원을 LG디스플레이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플라스틱 OLED) 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TV·모바일·IT로 나뉘어진 3개 사업부 체제는 현행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조직개편 이후 조직 구성원들에게 보낸 CEO메시지에서 “우리가 현 단계에서 집중해야 할 당면과제는 명확하다”면서 ▲구조 혁신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 ▲WOLED의 대세화 ▲확실한 수익기반을 확보 ▲PO사업의 정상궤도에 진입 등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정 사장은 “이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나아가 중장기적인 사업의 로드맵과 장기 비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리더의 인사이트, 민첩함, 팀워크 등을 당부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대형 OLED로의 사업 전환을 위기 탈출의 돌파구로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파주사업장에 건설 중인 P10 라인에 최근 3조원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P10 투자를 결정한 2015년 이후 4조6400억원을 투입해 10.5세대 원장 기준 월 3만 장 규모로 공장을 건설 중이었는데, 3조원을 더 투입해 월 1만5000장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 규모는 총 3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력 생산라인인 파주사업장의 E3·E4라인을 시작으로 중국 광저우 공장이 최근 가동에 들어가면서 생산능력이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10.5세대로 구축 중인 파주 P10라인까지 대형 OLED에만 약 20조원이 투입됐고, 중소형 OLED에는 10조원이 들어갔다.
OLED 외에 사업 다각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호용 신임 사장이 위기탈출을 위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것 중 하나가 ‘차량 패널’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시장에서 4분기 연속 글로벌 매출 1위를 달성하면서 이 같은 전략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는 평가다. IHS마킷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 2분기 매출 4억 4428만달러(약 5309억원)를 기록하면서 매출 기준 점유율 21.8%로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일본 JDI(15.8%)와 중국 티엔마(11.7%)가 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취임 직후 사업부 면담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위기 탈출 방안을 모색했다”면서 “향후 수익성 높은 시장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차량용 패널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1조원이었던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을 2021년까지 2조원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뛰어든 지 14년 만에 ‘누적 판매 1억 대’를 달성했다. 그동안 대부분 생산량을 LCD로 채웠지만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차세대 먹거리인 P-OLED(플라스틱 OLED)를 양산해 독보적인 1위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차량용 OLED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P-OLED를 앞세워 커넥티드카나 고급 차량 등을 중심으로 적극 영업에 나설 방침이다. IHS마킷은 “LG디스플레이가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에 P-OLED(플라스틱 OLED)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P-OLED는 화질이 뛰어나면서도,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해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고사양 디스플레이를 요구하고 있고 얇은 두께와 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OLED는 이런 수요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또 유리 OLED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 안전이 중요한 차량에 적합한 점도 강점으로 손꼽힌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차량 고급화, 커넥티드카 보급 등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 60억 달러 규모였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3년 95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패널 고급화 추세에 맞춰 5인치 이상의 큰 패널에 집중투자하는 한편 4분기부터는 차세대 먹거리인 차량용 POLED(플라스틱 OLED)를 양산한다. 현재 차량용 패널 시장은 LCD가 주류를 이루지만 커넥티트카 등이 늘면서 화질이 좋고 구부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POLED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