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부문이 취약했던 KB금융그룹이 지난해 11월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현대증권을 인수에 성공, 은행·보험·증권의 강력한 금융사를 거느리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용을 갖추게 됐다.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손해보험업계 4위인 KB손해보험으로 출범시켰고,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으로 자산규모 3조9500억원(단순합산기준)의 업계 3위 증권사가 됐다.
KB금융은 초대형 증권사와 보험사를 양 날개로 거느리게 돼 신한, 하나, 우리, NH 등 다른 금융그룹과 비은행부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KB국민은행 창립 15주년 기념식
▶KB증권 투톱체제로 내년 1월 출범
KB금융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1일 자로 통합증권사를 출범시킨다. 통합증권사는 윤경은 현대증권사장과 전병조 KB증권 사장을 부문별 각자 대표로 삼아 투톱체제로 닻을 올린다.
전병조 사장은 투자은행과 홀세일 부문을 총괄하고, 윤경은 사장은 자산관리·세일즈&트레이딩·경영관리를 전담한다.
전 사장은 KB투자증권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IB부문을 총괄했고, 미래에셋대우(옛 KDB대우증권)에서도 IB부문 대표를 맡았다. 전 사장이 이끌던 KB투자증권은 회사 규모에 비해 IB부문, 특히 채권발행 부문에서 대형증권사와 경쟁해 선두권을 놓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춰왔다.
윤경은 사장은 신한금융투자에서 트레이딩 부사장을 지냈으며 대형증권사인 현대증권의 CEO를 맡는 등 금융투자업의 주요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KB금융이 통합증권사인 KB증권을 투톱체제로 출범시킨 것은 통합초기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동시에 시너지 효과로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통합 초기에 어수선해질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조기에 추스르고 발 빠르게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두 대표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각자대표로 선임한 것이다. 두 대표는 자기자본기준 국내 3위의 대형증권사를 함께 이끌며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측면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KB금융그룹은 합병 전부터 KB국민은행과 현대증권을 결합한 통합점포를 전국에 신설하며 영업시너지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으로 100% KB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11월 1일 자로 상장폐지됐다. 현대증권의 전신인 국일증권이 지난 1975년 유가증권시장(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 41년만이다. 바이코리아 열풍을 주도해온 현대증권의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KB증권이란 새 이름으로 KB금융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됐다.
▶IB와 WM 강화로 금융그룹 시너지 제고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1등 금융그룹의 위상회복이라는 꿈을 이루고 대한민국 금융의 새 역사를 만드는 길에 모두가 함께하자”며 리딩금융그룹 탈환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윤 회장은 이날 “10년 전 우리의 눈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향했다. 1등 KB라는 자부심을 갖고 서민금융 안정과 주택시장 발전을 견인했고 국가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며 대한민국 금융을 선도했다”며 임직원들에게 선두 금융그룹의 위상회복에 앞장서줄 것을 독려했다.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시장과 고객을 경쟁 금융그룹에 내줬지만 이제 통합증권사인 KB증권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은 지난 11월 1일 열린 KB국민은행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1000여 개의 지점망과 2만여 명의 조직원을 가진 큰 조직도 안이한 자세로 안주할 때는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리딩뱅크 탈환을 독려했다.
KB금융그룹은 현대증권의 자산관리센터와 영업점을 KB국민은행 PB센터와 결합해 WM복합점포를 개설하는 등 고객들의 자산관리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95개 점포를 기반으로 WM복합점포를 전국으로 확대해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또 산업단지 내에는 은행과 증권이 연계된 투자은행 복합점포를 운용한다. 기존 KB투자증권은 DCM(회사채발행)과 구조화금융, 현대증권은 ECM(주식자본시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를 결합해 합병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 10월 31일 현대증권과 KB국민은행의 6번째 복합점포인 철산역WM라운지를 열었다. 기존 KB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의 복합점포 16곳을 합하면 모두 22개의 복합점포가 만들어졌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의 온라인 실적이 크지 않았으나 KB증권 출범을 계기로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또 KB국민은행 창구를 통해 증권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기존 현대증권 창구에서 KB자산운용 상품을 판매하는 등 교차판매를 확대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통합증권사 출범으로 KB금융은 은행·증권·보험 포트폴리오를 고루 갖춰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아울러 고객기반 측면에서도 280만 명의 기존 현대증권 고객을 더해 다른 지주사들보다 월등이 앞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