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IMF외환위기 이후 한국도 오랜 관행이었던 평생 고용주의가 무너지고 중도해고나 구조조정 퇴출이 일상화됐다. 소위 순혈주의로 일컬어지는 공채 출신이 회사의 주요 보직을 독점하는 시대는 무너지고, 외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공격적으로 상시 발탁하는 중도 채용문화가 일반화됐다.
인재 쟁탈전(The War for Talent)이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 명의 우수한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CEO의 인사고과 평가 시 우수인재 영입실적을 전체 인사고과 평가의 30% 이상 반영하겠다”고 선언한 후 회사의 사활을 건 우수 인재 확보가 더욱 활발해졌다. 삼성을 필두로 여타 기업도 이제 중도 외부 인재영입이 모든 기업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들도 이제 외부 인재가 자기조직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갖지 않고 성과에 따라 입사 동기들끼리 급여차이가 나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이제 직장인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만연해 잘 나가는 인재는 고액으로 다른 회사에서 모셔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루아침에 퇴출 대상이 되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다. 고급인재 유통시장도 자유 시장 논리인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르고 있다. 이러한 인재 채용시장에서의 격동기를 맞이해 우수인재 물색과 추천업무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회사가 ‘서치펌(Search Firm)’이다. 흔히 헤드헌팅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이들을 서치 컨설턴트 또는 헤드헌터라 하며 국내에는 약 500개 회사에 4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확한 시장규모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기업이 내부 인재 대신 외부 인재를 발탁할 경우, 대부분 서치펌을 통해 영입이 진행된다. 채용 전체 과정에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진행 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치펌을 제대로 이용하는 다섯 가지 방법
그렇다면 일반 직장인들이 서치펌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서치펌의 규모나 업계 평판,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의 전문분야에 강한 회사와 거래해야 한다. 임원급 또는 중간 관리자 전문인지 업종별, 직종별 전문 컨설턴트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1대 1 맞춤 상담이 가능한 회사를 찾아야 한다. 전담 컨설턴트의 경력이 자신의 전문분야와 일치하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간혹 아무 진전이 없는 건 전혀 상관없는 컨설턴트에게 서류를 보내거나 담당자 선택이 잘못돼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서치펌일수록 홈페이지에 컨설턴트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있다.
둘째, 서치펌이 채용 회사와 독점적인 계약을 맺고 착수금을 받으며 일하는 회사인지, 여러 회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인재를 추천한 후 채용 성공 시 컨설팅 비용을 받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전자가 후자보다 채용 회사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셋째,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일류 서치펌들과 업무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일류 글로벌 서치펌은 파트너 관계를 맺기 전에 철저히 상대방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다. 하나의 브랜드로 전 세계에서 영업하고 있는 글로벌 서치펌의 한국법인이나 글로벌 서치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토종 회사들도 검증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넷째, 일단 서치펌을 선택해 담당 컨설턴트가 결정되면 자신의 이력서를 서치펌 홈페이지에 DB화 시켜야 한다. 컨설턴트들은 생각보다 업무량이 많다. 모든 이들을 기억하기 힘들다. 따라서 자신의 이력서를 DB화 시킨 후 전화나 방문을 통해 컨설턴트와 주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때 연봉수준, 전직사유, 출근 가능시기, 전직 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 등 모든 내용을 솔직히 알려야 한다. 잘 나가는 서치 컨설턴트가 개인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평상시 꾸준히 조언받으며 현재 시장 채용정보를 입수하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 헤드헌터 도움없이 전직이나 재취업을 하려는 것은 변호사 도움없이 법정에서 싸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채용 회사에서 요구하는 자격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지고 채용 전체 과정에서 기업 인사담당자의 전문성과 채용기법의 수준이 높아져 그 관문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치 컨설턴트에게 유사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자기주도형 경력 관리가 필요하다.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1년에 한 번 자가진단으로 추출하고 스스로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항상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여 상시 고용 가능상태(Employability)를 유지시켜 준다.
퇴사를 앞둔 직장인이 이직에 성공하려면 재직회사의 지원도 절실하다. 미리 퇴직 대상자들에게 경력 전환 기회를 주거나 다음 직장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성공적인 재취업은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과 현 재직 회사의 배려와 지원, 국가고용 정책과 사회 보장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된다. 우선 퇴사할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구직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직원을 퇴사시켜 퇴직 위로금이나 주고 내버려둔다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직원이 이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 때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직원이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거나 주위에 직장을 구걸하는 상태로 전락한다면 회사 이미지 실추는 물론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강식 컨설턴트
탑경영컨설팅 설립자 겸 대표 컨설턴트로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와 동 무역대학원 경영학석사를 마쳤다. 한국헤드헌터협회(KESCA) 회장을 역임했으며, 헤드헌팅업체 The Ward Howell International 한국 파트너로 영국 이코노미스트 EIU로부터 세계 200대 헤드헌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강식 탑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