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의 철강제국 포스코그룹(대표 정준양 회장)이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철강산업만을 주력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종합 소재 산업을 추가하며 철강제국의 강철 성벽을 굳건히 다지고 있어서다.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전 세계 철강사 34개사를 대상으로 규모, 기술력, 수익성, 원가 절감 등 23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2010년부터 6차례 연속 포스코를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사실 철강산업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철강을 필요로 하는 수요산업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중국 철강회사들이 잇따라 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수요는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나면서 전형적인 불황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은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철강업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종합소재 및 에너지 영역을 강화하면서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실제 포스코그룹은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흡수 합병) 인수를 통해 철강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포스코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철강 외길에서 종합소재까지 다양한 비전을 보유하게 된 포스코그룹. 세계 최고의 강철제국에서 글로벌 종합 소재그룹으로 변신 중인 포스코그룹을 살펴봤다.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철강벨트 구축
포스코그룹의 주력사인 포스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요가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철강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제품 생산은 고객의 근처에서, 쇳물 생산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라는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의 시장을 선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에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동차·조선·가전 회사 등 고객사들이 밀집한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에는 아연도금강판공장, 냉연공장, 가공센터 등을 늘려나갔다.
‘업(業)의 진화, 장(場)의 확대, 동(動)의 혁신’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이중에서도 특히 ‘장의 확대’에 무게중심을 두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이 전략에 따라 터키, 몽골, 카자흐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중국을 아우르는 ‘U축’과 북미, 중미, 남미를 연결하는 ‘I축’을 연계하는 ‘U&I 글로벌 철강벨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중앙아시아-동남아-중국을 연결하는 U라인에서는 카자흐스탄 UKTMP사와의 합작을 통해 티타늄슬래브 공장, 파키스탄 TSML사 지분 인수, 몽골 석탄가스화 사업 추진,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착공, 베트남 냉연공장 준공, 중국 아연도금강판(CGL) 공장 준공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인도에서는 오디샤주의 일관제철소 건립 추진 및 고부가가치 제품인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과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착공했다.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도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성공한 후 지난 6월부터 상업생산 중이다.
또 하나의 철강벨트인 아메리카 대륙의 I라인은 생산공장을 잇달아 설립했다. 포스코는 1986년 US스틸과 합작해 최초의 해외 생산기지인 UPI를 설립했다. UPI는 연산 14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으로,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고급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에 45만톤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공장도 설립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자동차용 강판의 공급 요청이 늘어나자 지난 5월에는 이곳에 50만톤 규모의 제2공장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철강벨트가 활성화되면서 이들 용광로에 공급할 자원 확보 경쟁에도 나선 상태다. 새로운 자원 보고로 부상한 아프리카 대륙을 ‘a벨트’로 분류해 공을 들이고 있다. 모잠비크와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를 잇는 ‘a라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포스코는 카메룬, 짐바브웨, DR콩고,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주요 자원국을 방문해 철광석 및 유연탄 등의 자원 개발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각종 광물자원이 풍부해 개발 잠재력이 큰 탄자니아와 철광석, 석탄, 니켈, 망간 등의 자원 개발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경쟁력이 이 같은 꾸준함에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1위의 철강기업임에도 여전히 세계 각국에 철강공장을 짓고, 자원 확보 경쟁에 집중하며 원가 절감과 수요처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종합소재 산업으로 시너지 극대화
그렇다고 포스코가 철강산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소재산업에도 눈을 돌려 현재는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소재산업은 사실 철강사의 역량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글로벌 시장규모만도 7000조원에 이른다. 포스코는 원료, 소재, 부품까지의 수직계열화와 초기 유망소재 진출로 경쟁력을 확보한 후 합금철, 비합금철에서 비철제련, 판재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미래소재까지 단계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염수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종전 자연 증발 방식의 리튬 추출이 최소 12개월이 걸리는 반면, 포스코의 기술을 활용하면 1개월 내에 리튬을 만들 수 있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활용한 파일럿 공장을 칠레에 마련하고 상업생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마그네슘 역시 포스코의 새로운 소재 산업 중 하나다. 2011년 11월 마그네슘 소재를 얇은 판재로 압연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순천에 마그네슘 판매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곳의 제품들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계열사인 도요타통상에 판매 중이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 국내 최초로 자체 광석을 활용한 1만톤 규모의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준공해 마그네슘 잉곳을 생산 중이다.
이 밖에도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코크스·피치·타르 등을 활용해 그래핀·침상코크스·등방흑연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2012년 4월에는 LG화학과 2차전지 소재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올 4월에는 일본 미쓰비시상사·화학과 합작해 광양에 국내 최초의 침상코크스 제조 공장을 착공했다.
지난 7월에는 광양제철소에 자동차 부품 핵심연료인 Fe분말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내년부터 생산이 시작되며 연간 12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포스코는 Fe분말을 시작으로 고부가가치 분말생산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종합소재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