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업체가 없는 캄보디아에서 페이스북이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캄보디아인들의 유별난 페이스북 사랑이 한몫하고 있다.
여러 소셜 미디어(SNS) 가운데 캄보디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은 단연 페이스북이다.
현지 창업 생태계 정보 제공업체인 긱스 인 캄보디아(Geeks in Cambodia)에 따르면 올해 캄보디아 페이스북 가입자 수는 약 880만여 명, 캄보디아 전체 인구가 1648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국민 두 사람 중 한 명이 페이스북을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2018년 페이스북 사용자가 680만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으로 는 것이다. 불과 1년 안에 200만 명 정도의 사용자가 증가했다. 페이스북 뒤를 잇는 현지 SNS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링크드인 등이 있지만 페이스북의 인기에 비할 바가 못된다. 유튜브는 190만여 명이, 인스타그램은 72만 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캄보디아 내 페이스북 위치는 다른 국가에 비해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케 한다. 바꿔 말하면 현지 페이스북상에서 눈에 띄면 사업적 성공확률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에 따르면 실제 일부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져진 입지도를 활용해 제휴한 업체들의 화장품, 의류, 건강보조식품 등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신 홍보해 주고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인물들도 페이스북을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빈번히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현지 페이스북 사용자 연령층이 젊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 긱스 인 캄보디아 분석에 따르면 연령별 페이스북 사용자 비율은 18~21세 22%, 22~26세 33%, 27~30세 18%를 기록해 18~30세의 사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캄보디아 국가 자체가 젊고, 20~30대 연령층이 사회의 주된 노동력이자 소비층이다. 페이스북 주사용자 층과 거의 일치한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연령대처럼 SNS상 거래에 별 거부감이 없다.
여기에 캄보디아 내 전자상거래 환경이 미숙한 것도 페이스북을 활용한 사업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프놈펜 무역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발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체 웹사이트를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도 꽤 많다. 관련 IT 인프라 조성이 미비해서인데, 이들은 손쉽게 홍보활동을 벌일 수 있는 온라인상 공간으로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페이스북 주 사용층인 젊은이들이 시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여기에 더해 페이스북이 우리나라의 네이버 다음처럼 대형 포털 사이트가 없는 캄보디아에서 뉴스, 오락 등에 대한 각종 정보 습득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좋은 활용 포인트다. 이 같은 페이스북상 구조를 잘 활용하면 상품에 대한 정보 전달 및 소비자 구매 유도 등을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에서 동시에 이뤄낼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여기서도 차별화된 전략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코트라 프놈펜 무역관은 “지나친 홍보는 피로감을 줄 수 있으므로 차별화되고 절제된 마케팅 전략 개발이 요구된다”면서 “페이스북에서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흔한 게시물이나 너무 잦은 홍보는 오히려 피로감을 유발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역관은 “젊은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관심이나 구매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큰 만큼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여기서 성공하려면 온라인에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무역관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주입식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쌍방향 마케팅을 개발하고 경품이나 사은행사, 멤버십 도입 등 적절한 이벤트를 병행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자상거래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에 대비해 페이스북은 제품 홍보나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 정도로 남겨두고 전자상거래를 위한 플랫폼은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캄보디아에서도 디지털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관련된 흐름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가가 빠르게 디지털·모바일화돼 가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기존 국가 경제를 이끌어왔던 기존 산업(농업·봉제·관광업 등)에서 탈피해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 발전 단계로서는 인근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니 제조업보다는 4차 산업 흐름에서 앞서나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무역관은 “캄보디아가 1차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약 7% 이상의 고속성장을 달성해왔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기존 경제 성장 동력을 뛰어넘는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스타트업 등 디지털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베트남, 태국 인근 국가에 비해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무역관은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높아진 수요, 저렴한 인터넷 사용 비용, 영어 구사 능력이 높은 도시 인구, 시장진입 장벽이 낮은 점 등을 들어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달할 수 있다”면서 “아직 현지 내 경쟁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블루오션(Blue Ocean)형의 시장이 될 수 있고 기회 또한 찾을 수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