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늪에서 피어나는 연꽃기업] (4) 최기보 상지카일룸 대표| “부동산 침체에도 고급빌라 시장은 순항 상지카일룸, 1조원 가치 건설사 만들 것”
박지훈 기자
입력 : 2019.04.29 17:25:25
수정 : 2019.04.29 17:25:46
최기보 상지카일룸 대표
He is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PMG에서 일했으며, 맥쿼리증권에서 11년간 국내 기업과 사모펀드 등을 상대로 다양한 국내외 M&A 거래에 대한 자문 업무를 맡아 온 전문가다. 2013년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거래 등 다양한 랜드마크 거래들을 주선한 바 있다. 2018년 부터 상지카일룸 대표이사에 올라 성장을 견인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고급 주택브랜드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019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Top 10을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열 곳 가운데 무려 네 곳에 ‘상지카일룸’이란 이름이 보인다. 고급빌라를 전문적으로 짓는 상지카일룸은 과거 상지건설 시절부터 시작해 20년간 한 우물을 파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지방이나 해외로 눈을 돌린 다른 건설사와 달리 강남구 고급 주거공간에 집중해 견고한 이익 성장세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라틴어로 ‘신들의 거처’를 의미하는 카일룸(CAELUM)이란 상지의 빌라 브랜드는 강남 부촌에서도 최고급 주택이라는 인식이 높다.
한 채당 40억원에서 50억원을 훌쩍 넘는 탓에 대기업 오너, 유명 배우, 성공한 벤처기업인 등 제한된 소수만 ‘신들의 거처’에 입주할 자격을 얻는다.
2017년 코스닥 상장, 외연성장 기반 마련
서울 강남구 일대 최고급 빌라만 전문적으로 공급하며 현재의 코스닥 상장사로 성장했다.
2017년 상지카일룸은 창사 28년 만인 포워드컴퍼니와 합병 후 사명 변경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자본시장을 통한 적극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그동안 지불했던 금융비용을 줄이고 알짜배기 부지매입에도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중심에는 최기보 대표가 있다. 최 대표는 2년 전 상지카일룸에 합류했다. 이전까지는 맥쿼리증권 대표를 역임하는 등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터라 업계에서는 그가 상대적으로 업황에 따라 재무적 불확실성이 높은 건설업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이 많았다.
6개월간의 연구와 숙고의 기간 끝에 그는 상지카일룸을 ‘보석 같은 회사’라고 판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수요층에 대한 확신이다. 아파트의 경우 선분양 후공사를 진행하지만, 고급빌라는 착공 후 순차적으로 분양한다. 일반적으로 완공 후 20가구 기준 20~30%가 미분양으로 남는다. 미분양 물량은 분양가격의 70% 수준에서 전세 입주로 돌린다. 그런데 상지카일룸의 경우 소수 미분양에도 전세수요가 높아 재무적 위험이 낮고 1~2년 내에 대부분 미분양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 기간 동안 빌라가격이 상승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30가구 이상 주택법을 적용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29가구 이하 상지카일룸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건축법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분양공고, 청약 등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해당하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 분양보증 등도 필요 없다.
지난해 상지카일룸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지카일룸의 지난해 매출액은 310억원으로 2017년 대비 130.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며 순이익 역시 75억원으로 흑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완공된 도곡동 카일룸과 금융자산처분이익을 통해 이룬 성과였다.
최대표는 향후 적극적인 자금조달을 통한 사업다각화와 재무적 투자를 통해 상지카일룸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상지카일룸은 최근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술금융사)인 제미니투자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이외에 코넥스 기업 수프로와의 협업도 구상 중이다. 수프로는 코넥스 상장 기업으로 중국 및 북한의 조림·조경, 사막화방지 및 생태복원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나무 공급 국내 1위 업체다. 현재 상지카일룸은 수프로의 지분 10.01%를 확보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향후 조경나무 유통 전문기업으로 조경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지분을 늘려나갈 계획도 밝혔다.
▶이력을 볼 때 건축업에 투신하신 것은 이례적인데?
▷6개월간 건설업과 회사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그 결과 상지카일룸이 ‘보석같은 알짜회사’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먼저 상지카일룸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고급빌라 시장의 인지도, 안정성 측면에서는 핵심사업을 잘 유지하면서 확장전략을 가져가면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인수가격도 순자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분석당시 상지카일룸의 약점은 어떤 점이 고려됐습니까?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가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죠. 일 년에 상지카일룸 10단지를 지을 수는 없잖아요? 고객층을 일반대중으로 확대하면 쉽게 외연적인 성장을 할 수 있겠지만 수요층을 쉽게 바꿀 수도 없었죠. 그럼에도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큰 것입니다. 브랜드를 확장해 고급레지던스나 오피스텔 시장으로의 진출은 수월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2년 전 코스닥 시장 상장을 얻은 메리트가 있을까요?
▷상지건설이 비상장사였을 때는 좋은 부지가 나오거나 사업기회가 생겨도 자금이 부족해 뛰어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단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논현동 부지의 경우 650억원이 매매가고 기타 제세공과금을 더하면 700억원인데, 비상장사가 이 자금을 조달해서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쉽지 않아요. 이렇게 자본조달이 가능해졌을 때 성장이 더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어 의미있는 확장이 가능해지죠. 덩달아 금융비용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500억원 정도 규모의 증자를 했는데 담보부로 발행하면서 이자비용이 3%대로 떨어졌어요. 700억원의 부지를 에쿼티를 빼고도 저리로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죠. 내년에 사업을 잘해서 CB가 전환이 잘 되어 자본화가 되면 부채 없이 자산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죠.
▶상지카일룸 대표로 취임하신 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빌라시장의 업황은 어떻습니까?
▷고급빌라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종부세가 있습니다. 그런데 초고급 빌라에 있어서는 종부세가 집을 구매하지 않는 의사결정까지 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공급이 부족해 꼭 사야할 집이다 싶으면 큰 영향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만 어떤 부동산 정부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오지 않은 상황, 즉 불확실성이 있을 때는 의사결정을 조금 미루는 경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상지건설 시절부터 강남구 고급주거공간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급빌라 수요가 풍성한 지역인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을 벗어나서는 안정적인 운영이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다른 지역에서 할 수도 있지만 미분양이 났을 때 처분이 문제가 될 수 있거든요. 창업주이신 한종희 회장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퇴로 있는 전쟁을 해야한다”였어요. 이 강남구 지역은 경기나 상황에 따라서 퇴로가 있다는 것이죠. 전세수요가 풍부하고 향후 시세도 상승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기 때문이죠.
상지 리츠빌
카일룸 2차 아파트
▶미분양이 났을 때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
▷일부 물건이 미분양이 났을 때는 일단 전세로 채웁니다. 계속 매매가 되지 않고 남아있을 것인지가 중요한데, 과거 사례를 보면 상지카일룸은 희소성이 있고 수요가 풍부해 1~2년 안에 거의 소화가 됐어요. 그리고 그 시점에는 시세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졌죠.
▶고객들의 충성심이 상당히 높다고?
▷아무래도 이전 상지카일룸에 살다가 다음 분양될 때 다시 분양을 받아 이사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분양에도 이전 고객들의 지인이나 친척 등이 소개해 이뤄지는 형태도 많습니다. 한번 지어질 때 200세대 300세대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스마케팅이 아닌 이러한 타깃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강남구 주거단지에 고급빌라 기회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으신가요?
▷고급빌라로만 보면 아직까지 수요공급에서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장은 가격적인 측면보다는 퀄리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상지카일룸의 경쟁력이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상지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포인트는 10년이 지나도 ‘새 집 같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보면 공사에 대한 퀄리티가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그 차이는 일종의 노하우입니다. 똑같은 자재를 쓰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설계와 시공법이 있죠. 헌집으로 이사할 때 빌라에 대한 경험이 없는 브랜드는 리모델링을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상지는 그런 경우가 적은 편입니다.
▶고객의 연령층에 따라 원하는 거주환경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젊은 부자들은 10년 된 집이 깨끗하고 좋아도 트렌디한 느낌의 집을 좋아하는 경우도 많아요. 지금까지는 전통적인 선호계층에 맞게 해왔지만 새롭게 상지카일룸 까사 등의 브랜드를 통해 대형 말고 중소형의 고급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으로 고객층을 확장하는 타기팅을 해볼 생각입니다.
▶최근 몇몇 투자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의 핵심 사업영역을 가꾸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진행하고 있는 논현동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1순위로 놓고 있습니다. 상지하고 연결이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기업이 있다면 마음을 열어놓고 있지만 일단 기본적인 상지카일룸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좋은 회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환경이거든요.(웃음) 최근에 투자한 제미니도 올해 경제가 어렵다는 전제하에 금융권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것입니다.
▶최근 코넥스 기업 수프로에 투자를 했는데?
▷단순투자가 아닌 협업화모델을 보고 투자를 했습니다. 조경사업은 미래사업이기도 하기 때문에 성장성도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엽적으로는 상지카일룸의 조경부분에도 공급이 가능한 부분도 있죠.
▶최근 진행 중인 논현동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논현동 사업은 2가지 안으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대형 평수의 빌라나 중소형 오피스텔 중 상품성 검토를 통해 진행할 예정입니다. 까사를 통해 오피스텔로 지어질 경우 120세대까지 분양이 가능할 예정입니다. 전체 분양가로 보면 비슷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10년 뒤 상지카일룸이 어떤 회사로 변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아직 상지카일룸은 전 국민이 알지는 못합니다. 부촌에 있는 명품브랜드로만 알려졌는데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브랜드로 도약하고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것이 상지카일룸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확장전략을 통해 브랜드가치를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상지카일룸은 ‘1조 가치’의 회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