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모바일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퀘스트모바일(Quest Mobile)은 ‘2018년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시간 현황’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평가하며 ‘바이트댄스’의 비약적인 성장에 주목했다. 퀘스트모바일은 중국 모바일 서비스 소비 시간을 기준으로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챗과 바이트댄스의 뉴스 앱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를 비교했다.
2017년 6월 말 기준 중국인의 위챗 이용시간은 전체 앱 소비 시간의 54.3%를 차지한 반면 진르터우탸오를 이용한 시간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6월 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위챗의 이용시간 비중이 47.7%로 일 년 새 6.6%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진르터우탸오의 비중은 10.1%로 껑충 뛴 것이다.
퀘스트모바일은 “중국 5대 소비 앱 가운데 위챗이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진르터우탸오의 이용시간 점유율이 무척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며 “진르터우탸오는 매일 100만 명 이상의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어 성장 잠재력은 현재 정체 상태에 빠진 위챗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트댄스 회사 전경
바이트댄스는 2012년 3월 창업자 장이밍이 설립했다. 중국 사명은 쯔제티아오둥(字節跳動)이다. 쯔제(字節)는 컴퓨터 기억용량의 단위인 ‘바이트’, 티아오둥(跳動)은 ‘뛰면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영어 사명이 ‘바이트댄스’다. 2012년 8월 진르터우탸오를 시작으로 2016년 9월 출시한 쇼트 클립 앱인 더우인(영어명: 틱톡), NBA 등 스포츠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는 시과스핀 등 앱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오늘의 헤드라인’이라는 뜻인 진르터우탸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보 홍수의 늪에 빠진 모바일 이용자들은 바이트댄스의 자동화 뉴스 추천 방식에 열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진르터우탸오의 가입자는 무려 7억1000만 명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틱톡은 모바일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각에서는 틱톡을 ‘쇼트 클립 업계의 트위터’라고 부른다. 140자 이내 제한된 문자만 올릴 수 있는 트위터처럼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취급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작년 연말 기준 틱톡 이용자는 5억2000만 명을 넘어섰다.
바이트댄스는 설립 6년만인 지난해 우버를 제치고 세계 유니콘 기업 순위 1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작년 말 기준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750억달러에 이른다. IT업계에서 유니콘이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데 바이트댄스는 업계에서 ‘슈퍼 유니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으로 분류된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중국 국내외 큰손들의 관심을 받으며 지금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투자를 받았다. 2012년 7월 진르터우탸오에 대한 시리즈 A를 시작으로 이듬해 시리즈 B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 당시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바이트댄스의 잠재성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중국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우선 알려진 투자유치 규모가 크지 않았고, 바이트댄스가 뉴스 앱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를 앞세워 성공을 거두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트댄스가 뉴스 정보를 다루는 것에 대해 중국 언론업계가 달갑지 않게 여겼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다 바이트댄스는 2014년 6월 시리즈 C에서 실리콘밸리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세콰이어캐피탈과 웨이보 등으로부터 1억달러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투자를 받은 이후 기업가치가 단숨에 5억달러로 껑충 뛰자 바이트댄스를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시선도 달라졌다. 시나차이징은 당시 “진르터우탸오는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뉴스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틱톡
바이트댄스의 질주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2017년 4월 시리즈 D에서 또 다시 세콰이어캐피탈과 중국 건설은행 등으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10억달러로 높이더니 같은 해 8월에는 제너럴아틀란틱으로부터 2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이 무렵 기업가치는 20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투자유치의 방점을 찍은 시점은 일본 소프트뱅크, KKR 등이 바이트댄스에 25억달러를 건넨 지난해 10월이었다. 글로벌 큰손들이 투자했다는 소식에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750억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2014년 6월 1억달러 유치 이후 3년 4개월만에 기업가치가 무려 150배 수직상승한 것이다.
바이트댄스 개요기업명: 베이징쯔제탸오둥커지 (Byte Dance·바이트댄스)
설립일: 2012년 3월
창업자: 장이밍
서비스: 진르터우탸오·틱톡·시과스핀
기업가치: 750억달러(2018년 12월 기준)
장이밍 바이트댄스(진르터우탸오) 창립자 겸 회장
▶성공 비결엔 “틈새의 틈새 공략한다”는 창업가의 독특한 경영 철학
이를 두고 바이트댄스에 대한 중국 현지의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다. 하지만 다소 냉소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대표적인 지적은 바이트댄스가 이미 다른 업체들이 선보인 서비스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모조 서비스를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는 것. 중국의 한 IT 블로거는 “진르터우탸오가 자랑하는 ‘맞춤형 뉴스 추천’ 서비스는 앞서 바이두가 포털에서 구현하는 방식을 앱을 통해 선보인 것에 불과하다”며 “틱톡 역시 유튜브의 형식을 차용해 만든 ‘짧은 영상 서비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성장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대표 IT 공룡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초기 코어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를 비약적으로 늘린 다음 점차 다른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타오바오, 톈마오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텐센트는 메신저 서비스인 위챗을 핵심 서비스로 앞세워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이 같은 플랫폼 발전 과정은 초창기, 성숙기, 정체기, 쇠퇴기를 거친다. 즉 13억 거대 중국 시장에서 일단 핵심 서비스를 플랫폼 삼아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초창기를 거쳐 해당 분야에서 1등 사업자로 올라서는 성숙기에 다다른다. 그 다음 이용자 가입이 둔화되는 정체기를 맞게 되는데 그 무렵 전후로 플랫폼 회사들은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 영역을 접목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중국 IT 블로거는 “중국에서 성공한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경쟁 기업과 다수의 사업 영역에서 필연적으로 만나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이와 유사한 행보를 걷고 있는 바이트댄스는 현재 성숙기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바이트댄스는 핵심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와 틱톡을 통해 규모의 경제 기반을 마련한 다음 전자상거래, 온라인 보험,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도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중국에서 바이트댄스에 대한 비관론보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그 배경에는 장이밍 창업가의 독특한 경영 철학이 한몫하고 있다. 장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틈새의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강조해왔다. 현존하고 있는 성공한 서비스를 면밀히 살펴본 뒤 불편한 사항이나 개선점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기존 서비스보다 더 간편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은 맞춤형 뉴스 서비스인 진르터우탸오와 유튜브보다 간결한 틱톡의 탄생으로 이어졌다.